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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선생님을 통해 본 ‘진짜 스승’의 모습
2014-03-05 18:18:31최종 업데이트 : 2014-03-05 18:18:31 작성자 : 시민기자   안세정

작년 10월부터 지금까지 5개월 동안 꾸준히 배우고 있는 한 가지가 있다. 바로 '기타 연주'이다. 어릴 때부터 기타연주 소리가 유독 좋아했다. 그래서 가수 故김광석의 앨범을 무한 반복해서 들었다. 
언젠가 탁월하게 기타를 연주할 수 있을 만큼의 실력을 갖고 싶다는 열망을 가지고 살아왔다. 그리고 우연한 계기를 통해 기타 소모임을 열어 함께 독서모임을 하고 있는 동생의 소개를 통해 실력 있는 선생님과 수업을 진행하게 되었다.
 
둘째 아이가 생후 3개월쯤 되었을 때, 친정아버지께 아이를 맡기고 기타를 배워보겠노라며 야심차게 동네 주민센터 문화교실에서 기타를 배운 적이 있다. 잠깐 1시간 짬을 내서 일주일에 한번 배우는 것이었지만 그 잠깐도 견디지 못해 울고불고 하는 아이 때문에 기타연주에 대한 열망은 잠시 내려놓을 수 밖에 없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때에 다시 그 기회가 온 것이다. 나를 포함해서 총4명의 회원을 시작으로 소수정예로 기타수업이 시작되었다. 1년 전에 아이 때문에 기타를 배울 수 없었던 나의 아픔을 돌이켜 아가 있는 엄마들 중에 기타가 무척 배우고 싶은 사람들을 모집해서 만든 소모임이었다. 
일주일에 한번 1시간 30분의 수업, 아이들은 기타를 배우는 엄마 곁에서 왔다 갔다 정신 없이 돌아다니고 칭얼대기도 한다. 그런 아이를 안아주다가 업어주며 기타를 배우는 회원들의 얼굴에는 짜증이나 화나는 표정은 찾아볼 수 없다. 

40대초반의 총각 선생님은 이렇게 아가들을 동반한 학생 수업은 처음이시라며 당혹스러워하셨지만, 너그러운 마음으로 그런 환경에 아랑곳하지 않으며 열성적으로 우리들을 가르쳐주고 계신다. 그런 선생님의 배려 덕분에 우리는 아이를 동반하고 배울 수 있는 그 자체만으로도 큰 즐거움을 느끼며 기타수업에 대한 무한한 열정을 갖게 되었다. 

기타 선생님을 통해 본 '진짜 스승'의 모습_1
이 작은 모임이 만들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 돌이키면 포기할 수 없으리라
,
기타 선생님을 통해 본 '진짜 스승'의 모습_2
아이 업고 치는 기타, 그 모습만으로도 우리는 행복하고 웃음이 난다

그렇게 어느덧 5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우리들의 기타연주 실력은 과연 어느 정도가 되었을까? 아쉽게도 아직 이렇다 할만한 연주실력은 되지 못한다. 사실은 우리 4명은 모두 각각 한번씩은 중도에 기타 수업을 포기할까를 고민하기도 했다. 수업은 여느 학원에서 배웠던 것보다 양질의 수업으로 너무 좋지만 도대체 아이를 키우면서 집에 앉아 기타연습을 하는 게 좀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처음보다는 많은 변화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연주로 치자면 우리는 그렇게 큰 성장을 일궈내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사실 열정과 배려로 함께 해주시는 선생님께 가장 죄송하고 이런 우리를 보면서 선생님은 얼마나 실망하실까를 생각하면 마음이 더 무거워져서 더 그랬을지 모르겠다. 

"선생님, 이렇게 맨날 연습도 못하면서 수업이나 겨우겨우 나오는 게 맞는 것일까요?"
지난 수업에 어렵사리 입을 떼서 선생님께 질문을 드렸다. 그랬더니 선생님께서는 잠시 생각을 하시더니 말씀하시길, "저는 여러분에게 가장 큰 점수를 주고 싶은 게 뭐냐 하면, 사실은 아이 키우면서 기타를 배우는 것도 힘든데 이렇게 꾸준히 수업에 빠지지 않고 열심히 하고 있다는 사실이에요. 아이 키우면서 연습, 당연히 어렵죠. 그래도 이렇게 수업은 열정적으로 임해주시고 계시니까 저는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봅니다."

선생님의 이야기는 단순히 우리를 자신의 클래스에 붙잡아두려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정말 우리의 수업태도와 자세 하나 하나에 애정을 가지고 지켜본 스승으로서의 조언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그 말씀을 통해 그 동안 연습도 제대로 못하고 수업에 임하는 우리 모습에 대한 죄책감과 상실감을 조금은 덜어낼 수 있게 되었다. 

"지난 번 세정씨의 말, 연습도 못하면서 이렇게 수업을 지속하는 게 맞냐는 이야기에 계속 생각을 했는데요. 정말 연습할 시간이 없으시다면, 일주일에 한번 이 시간만큼은 온전히 연습할 수 있는 시간으로 가져보셔도 좋을 거 같아요. 욕심 없이 꾸준히 하시면서 반복하시는 거예요."

여러 수업을 진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작은 발언도 놓치지 않고 생각해보셨다는 말씀이 더욱 감동이 되었다. 사실, 기타연주를 멋지게 할만한 솜씨가 되려면 아직 멀었지만 매주 기타수업은 내게 부담스럽기는 해도 남다른 힐링의 시간이다. 
매일 아이들 키우며 정신 없는 일상을 사는 나에게 일주일에 한번 이 시간을 오직 나만을 위한 배움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취미라고 해봐야 책 읽기와 글쓰기 정도가 고작인 내가 기타 줄을 튕기고 음악을 듣는 것은 새로운 활력이 된다. 

오늘도 나는 선생님께서 알려주는 새로운 주법에 버벅거리며 쓸데없는 손놀림(?)만 연신 해대고 왔다. 그래도 낙심하지 않는 이유는 그저 내가 그토록 바라던 기타연주를 포기하지 않고 지속하고 있다는 그 자체, 그리고 조급함만 가지지 않으면 언젠가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마음가짐은 이런 내 자신이 너무 답답하고 짜증나는데 선생님은 오죽하실까 하는 생각이 드는 찰나에 "세정씨, 괜찮아요. 너무 애쓰지 말아요. 그 거 사실 별거 아니에요. 자꾸 더 신경 쓰고 의식하면 될 일도 안돼요. 그게 뭐라고!"하며 도리어 토닥거려주시는 선생님 덕분이다. 

"언니, 저 예전 선생님 뒷담화 같아서 좀 그렇지만 그 때 진짜 엄청난 기타리스트한테 배웠었거든요. 근데 지금 이 선생님과는 비교도 안되게 못 가르쳤어요. 그리고 지금 선생님처럼 자상하고 세세하게 배워본 기억이 없다니까요.."
"나도 마찬가지야. 동사무소에서 배울 때는 전혀 알지 못했던 것들을 지금 여기서 배우고 있다니까. 더군다나 자세교정도 처음 받아봤어."

이렇듯 우리는 모두 지금 선생님에 대한 감사함과 존경의 마음을 마음에 담고 기타 수업에 100% 출석률로 임하고 있다. 나이 서른 여섯이 되어 만난 스승, 기타 선생님을 통해 스승이란 그 자신의 실력에 앞서 학생들의 마음을 돌아봐주고 다독여주며 포기하지 않는 애정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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