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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함께 한 짧은 제주 여행의 보람
아내의 여행은 한국을 배우는 시간
2014-03-05 19:24:15최종 업데이트 : 2014-03-05 19:24:15 작성자 : 시민기자   김형효

돛을 올린 배는 멈추는 자리가 항구만은 아니다. 정한 바 없는 바다 위에 뜬 배는 온 바다가 다 새로운 기약을 담은 길이다. 온 바다가 희망이다. 내게 세상은 그런 바다다. 내게 세상은 그런 꿈이다. 비록 그런 삶이 고통스럽다 해도 삶은 즐겁다. 한 번 뿐인 인생이기 때문이다. 오늘도 도전, 또 내일도 도전, 그렇게 일상이 지친다 해도 내 꿈은 시들지 않고 내 영혼은 맑은 날을 걷는다. 맑은 세상을 간다.

그런 나와 함께 결혼을 하고 이제 한국에 살고 있는 아내 먼주 구릉이 최근 책을 썼다. 모든 원고를 탈고하고 네팔의 작가가 감수를 마쳤다. 시민기자는 아내에게 더 힘을 불어 넣어주고자 제주도 여행을 계획했다. 4월 28일로 5개월 째 근무하는 직장에서 다른 직장으로 이직하면서 3일간의 시간을 냈다. 제주도행 비행기를 탔다. 아내로서는 한국에 온 것도 처음이지만 섬을 여행하는 것도 처음이다.

이미 제주도는 네팔인들에게도 알려진 섬이라 아내도 매우 들뜬 표정이었다. 아내의 친구 중에서도 다문화복지센타나 다른 경로를 통한 지원을 받아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도 있었다. 
얼마 전 네팔대사 커먼 싱 라마도 우리 부부에게 제주도 여행을 다녀올 것을 권할 정도로 제주도는 인상 깊은 여행지임에 틀림없는 것 같다. 다시 새로운 직장에 자리를 잡고 또 우리 부부 사이에 좋은 소식이라도 생기면 나중에는 여행이 쉽지 않겠다는 마음에 결행한 것이다.    

급하게 여행 계획을 세우고 인터넷을 통해 비행기표를 알아보고 차량을 렌트하였다. 오랜만에 김포공항에서 비행기를 탄다. 아내는 기대가 나보다 더하다. 
시민기자는 이미 오래 전 제주여행을 두 차례에 걸쳐 보름동안 여행한 적이 있다. 그런데 전혀 기억이 없다. 지리감이 없이 찾아다닌 방문지들은 아무런 도움이 안되었다. 
무작정 첫날 머물 숙소를 정하고 공항에서 서귀포까지 직행했다. 치밀한 계획을 세우지 못한 탓에 다음날 서귀포의 주요 여행지를 뒤로 하고 제주시내로 다시 나와야했다.

아내와 함께 한 짧은 제주 여행의 보람 _1
김포공항을 떠나 제주시에 다문화복지센타에서 일하는 수버드라 림부와 만나 막걸리를 나눠마시고 돌하르방 공원을 향했다. 가는 길에 평화통일기원탑에 들렸다.

아내와 함께 한 짧은 제주 여행의 보람 _2
외국인 아내에게 홍익인간을 말할 기회가 생겼다. 제주 서귀포시내 밤거리에 벽화를 둘러보고 돌하르방공원을 둘러보았다.

어렴풋한 바다의 윤곽만을 확인한 아내는 실망스런 제주의 밤을 맞았다. 맛있는 저녁 식사를 하며 제주의 전통막걸리를 마시며 아쉬움을 달랬다. 서귀포의 밤거리를 산책하며 아내와의 호젓한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우리 부부는 만족해야했다. 어둠이 내린 밤길을 걷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다음 날 여행지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피곤한 몸을 눕히고 말았다. 밤새 속절없이 내리던 비가 다음 날까지 이어졌다. 

김포공항을 떠나며 찍은 몇 장에 사진들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아내가 제주에 와 있는 사실을 안 네팔인들은 막 여행을 시작하려는 우리 부부 앞에 미션을 제공했다. 제주에 살고 있는 네팔인들의 생활상에 대해 취재를 부탁한 것이다. 그러면서 제주시에 다문화센타에서 일하고 있는 결혼이민자를 소개한 것이다. 

우리는 성읍마을을 향하던 걸음을 돌려 곧 다문화센타를 찾아 네팔인 수버드라 림부를 만났다. 그녀는 제주로 시집온 지 4년이 되었다고 한다. 그녀를 포함해 제주에 시집와 살고 있는 네팔인 결혼이민자도 100여명이 넘는다고 한다. 그녀와 함께 점심을 함께하며 다시 막걸리를 곁들여 마시며 아내의 취재를 응원했다. 

2박 3일의 시간은 여유로운 시간은 아니다. 곧 네팔인 결혼이주민여성과 헤어져 돌하르방 공원을 향했다. 네비게이션을 이용해본 적이 거의 없는 내게 네비게이션은 렌트카를 운행하는데 장애요소가 되었다. 한참을 네비게이션 조작법을 익히느라 애를 먹었다. 하지만 기계는 사용법만 익히면 곧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가장 짧은 여행을 효과적으로 할 방법을 고민하다 가장 제주적인 것들을 찾아보기로 했다. 먼저 돌하르방공원을 찾았다. 

돌하르방은 제주사람에게 자신들을 지켜주는 영적인 존재나 다름없다는 것을 아내에게 알렸다. 아내는 이미 강남의 국화축제나 인사동 거리에서 돌하르방을 본 적이 있었지만 상세한 설명을 들을 기회는 없었다. 돌하르방 공원에서 다양한 모양의 수많은 돌하르방을 접하는 아내의 표정은 호기심에 가득 찬 소녀의 모습 그대로였다. 바쁘게 둘러보았는데도 한 시간은 걸린 듯하다. 곧 이어 유네스코자연문화유산인 만장굴을 찾기로 했다.

아내와 함께 한 짧은 제주 여행의 보람 _3
돌하르방공원을 둘러본 후 거친 바닷바람을 체험하고 해녀박물관을 찾았다.

아내와 함께 한 짧은 제주 여행의 보람 _4
유네스코 중국사무소에 근무할 때 시민기자와 알게 된 제주여성이다. 그녀의 추천으로 나는 코이카 활동을 시작한 바 있다. 이제 고향을 찾아 국제시민기구를 만들어보겠다고 최근 귀향했다. 비자림 숲길을 걸으며 아내는 무슨 소원을 빌었을까? 다음에는 여유있는 여행을 하자했는데 언제쯤 가능할까?

아내와 네팔에서 결혼 후 포카라 페와호수의 작은 동굴을 불러볼 때의 아내 생각에 만장굴을 꼭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역시 아내는 즐거워했고 충분한 견학을 했다. 
이튿날 밤은 지인의 콘도를 이용하기로 하여 제주에 사는 관리인에게 열쇠를 받으러가야 했다. 다음 코스는 해녀박물관인데 마침 집에 가는 길이어서 잠시 들린 것이다. 열쇠를 받고 짧은 인사를 나누었다. 다음날 열쇠를 반납할 방법까지 전달받은 후 곧 해녀박물관을 찾았다. 

잠녀의 역사와 제주는 매우 소중한 의미가 있다. 소설가 현기영 선생의 순이삼촌이나 바람타는 섬에 잠녀(제주해녀)의 항일투쟁은 아름다운 역사의 실루엣처럼 아픈 제주역사를 서사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90년대 제주민중항쟁의 역사를 알면서 매우 의미깊게 읽었던 책들이다. 아내에게도 제주여성사에 대해 전했다. 기자정신을 간직한 아내도 흥미롭게 배우는 학생처럼 신중했다. 나는 방문지마다 꼭 영문안내책자를 부탁해서 아내에게 챙겨주었다.

그리고 그날 밤에는 제주 현지인이며 현재는 제주대에서 일하는 활동가 여성을 만났다. 그녀는 유엔기구에서 활동했고 과거 내게 코이카 활동을 권하기도 했다. 우리 부부를 제주시내 토속음식점에 초대해 저녁식사를 대접해주었다. 
그녀는 아내와 즐겁게 어울려 앞으로 자신이 제주 국제시민운동기구(NGO)를 만들어 보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아내의 참여도 요청해왔다. 우리 부부는 그녀와 제주의 깊은 밤까지 멋진 커피숍에서 차를 마시며 대화를 이어갔다. 아쉬움을 접고 밤늦은 제주순환도로를 운전하며 숙소를 향했다. 

여행 마지막 날 아침은 비자림의 맑은 공기를 마시며 계획한 여행을 다 못한 아쉬움은 있지만 의미있는 계획이었다며 여행에 대해 대화를 이어갔고 다음을 기약했다. 
마라톤을 하듯 아니 100미터 달리기를 하듯 급한 마음으로 성읍민속촌을 찾아보고 흑돼지 불갈비로 아점을 먹으며 금강산도 식후경을 이야기했다. 웃음이 이어지는 여행의 즐거움은 공항인근의 삼성혈을 보며 끝냈다. 아내는 마지막에 본 삼성혈의 신화에 또다시 깊은 관심을 나타내 공부하는 여행으로 충분한 시간이었다는 것으로 나는 만족했다.

다시 기회가 된다면 좀 더 느슨한 여행을 계획하여 제주를 찾아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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