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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생명..지게길 광교천길을 걷다
2014-03-06 02:00:11최종 업데이트 : 2014-03-06 02:00:11 작성자 : 시민기자   김연수

걷고 싶은 '二색 지게길'에 첫 발을 디딘다. '一색 모수길'에 이어 두 번째 코스인 '지게길'은 수원시 상광교동 광교 저수지 아래 광교공원을 출발하여 밧듸불이 화장실 앞 저수지 방죽위에서부터 출발 한다. 

길은 생명..지게길 광교천길을 걷다_1
지게길 출발지 광교저수지

쌀쌀한 바람이 볼을 스친다. 3월4일 절기상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첩이 내일인데 겨울 못지않은 추위가 온 몸을 파고든다. 강원도 강릉과 속초시 등에는 대설 주위보가 내려져 10cm가 넘는 눈이 내렸다고 한다. 광교 호수도 바람에 밀려 작은 파도가 출렁인다. 파도는 저수지 둑에 부딪쳐 잘게 부서진다. 호수가에 있는 광교마루(데크)길을 걷는다. 호수에서 출렁이는 파도 소리가 귀전을 울린다. 은빛 파도를 바라보고 걷고 있으니 동해 바다가를 걷는 착각에 빠져든다. 

길은 생명..지게길 광교천길을 걷다_2
호수에 일렁이는 파도

길에는 벚나무가 줄지어 서있다. 앙상한 가지들은 꽃샘추위에 부르르 떨면서 흔들린다. 한껏 물오른 꽃망울을 시기라도 하듯 꽃샘바람이 봉우리를 때려대도 아름다움을 잉태하고 있는 꽃순은 햇볕을 받으며 미소를 짓고 있다. 추위를 견딘 벚꽃은 4월이면 만개하겠지! 상상으로 꽃길에 취해 '二색 지게길'을 걸어간다. 

길은 생명..지게길 광교천길을 걷다_3
원두막

저수지 상류에 초집(짚으로 덮은 집) 원두막이 있다. 원두막은 통나무 기둥과 용마루에 서까래가 얹혀 있다. 처마 밑에는 메주와 옥수수, 고추, 마늘 등 농촌에나 볼 수 있는 것들이 매달려있다. 실물과 비슷한 모형이기는 하지만,

수변산책로 광교마루가 끝나자 광교쉼터가 나온다. 출발지에서 1.5km 떨어진 곳이다. 화장실과 정자, 벤치, 잔디밭이 조성되어있어 광교산을 찾는 시민들이 잠시 휴식을 취하기에 충분하다. 평일인데도 많은 사람이 붐비고 있다. '지게길은 구름다리를 건너가시오' 한다. 구름다리 위에서 저수지를 바라보니 풍경이 아름답다. 

다리를 건너자 오른쪽으로 안내한다. 광교하천을 따라 올라가는 산책로다. 이 길은 몇 년 전 까지 없던 길인데 지게길을 만들면서 걷기 좋은 하천변로를 새로 낸 것인가 보다. 데크로 만들어진 하천 길을 가파른 산위에서 나무들이 내려다보고 있다. 한적한 길이다. 

하천변 산책로는 광교쉼터에서 '二색 지게길' 이정표를 잘 보고 따라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상광교 버스정류장 길, 마라톤(4.3km) 길을 따라 걸을 수 있다. 
이 글을 읽는 독자에게 강조하고 싶은 것은 갈림길에서 이정표가 없으면 다시 한 번 살펴보시길 바란다. 필자도 전체 약도를 볼 때 마라톤 길을 따라 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광교산을 등산하고 하산할 때 자주 마라톤 길을 이용하여 반딧불이 화장실 까지 내려오곤 했다. 

하천변 데크길이 끝나자 논두렁으로 접어든다. 시골의 향기가 코끝을 자극한다. 약간의 미간이 일그러진다. 그렇지만 고향의 향취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이정표 2-14에서 다리를 건너 느티나무 아래서 잠시 발걸음을 멈춘다. 느티나무는 수령이 370년이나 된 보호수다. 
짚신이 썩은 자리에서 자란 느티나무라고 한다. '옛날에 어느 사람이 광교산에 있는 89개 절로 마을의 축복을 빌러 갔다. 이 사람은 신심이 어찌나 두터운지 공양을 드리는데 짚신을 신고 가기가 꺼려져 산에 오르기 전에 짚신을 벗어 두었다. 그러자 그 짚신이 썩은 자리에서 느티나무가 나고, 나무가 자랄수록 마을에 많은 복이 내렸다고 한다. 이 나무는 그 느티나무의 씨앗에서 자란 것이다.' 

길은 생명..지게길 광교천길을 걷다_4
경운기 밭 갈이

다시 마라톤 길을 따라 올라가니 이정표 2-20에서 '한미조경' 표석이 있는 하천을 건넜다. 오른쪽 둑을 따라 걷는다. 도시 농부가 경운기로 밭을 갈고 있다. 봄에 씨를 뿌리고 모종을 내기 위한 것이다. 
경운기를 운전하는 농부는 남자가 아닌 여성이다. '홀어머니 내 모시고 살아가는 세상인데 이 몸이 처녀라고 이 몸이 처녀라고 남자 일을 못하나요, 소 몰고 논밭으로 이랴 어서 가자 해 뜨는 저 벌판으로 이랴 어서 가자 밭갈이 가자'라는 처녀 농군의 노래가사가 생각나는 것은 옛날 지게를 지고 다녔다는 '지게길'를 탐방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경운기로 밭을 갈고 있는 여성에게 다가가 신분을 밝히고 경운기로 밭 갈이 하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허락을 받아 셔터를 눌렀다.

광교쉼터에서 2.1km 지점 이정표 2-25, 수레미 마을 도착했다. 수레미 다리에서 왼쪽을 돌아 마을길로 접어들었다. 길을 따라 한참을 걸어가니 농가의 마당에 들어섰다. 길이 사라진 것이다. 다시 돌아 이정표를 찾고 있는데 길 옆에 이정표가 있다. 시야를 벗어나 있어 필자가 잘 못 본 것인지, 안내판을 잘 못 설치한 것인지, 이 길을 처음 걸어보는 탐방객은 아실 것이다. 

도시속의 목장이 있다. 젖소 목장이다. 소들은 봄볕 나들이라도 나온 듯 되새김질을 하면서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어떤 이는 송아지에게 먹이려고 한 것인지 사람에게 주려고 한 것인지 젖 주머니를 한 가득 채우고 있다. 
'통행에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쾌적한 환경으로 보답하겠습니다. 수원팔색길(2단계) 조성공사 (지게길)' '공사기간 2013. 6.28~2013.11.24 이라는 플랜카드가 붙어있다. 아직까지 공사가 끝나지 않은 것인지 공사는 끝났는데 제거를 하지 않은 것인지! 이 또한 공해가 아닐까, 하는 아쉬움을 남기고 가던 길을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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