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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한 번 만날까?
예의상 만나자는 말만 난무하는 관계들 속에서
2014-03-06 04:12:18최종 업데이트 : 2014-03-06 04:12:18 작성자 : 시민기자   김소라
"우리 언제 한 번 얼굴 봐야지?" 이런 말을 쉽게 예의상 하곤 한다. 오프라인에서 알고 지내는 사람들도 쉽게 만날 약속을 정하기 쉽지 않고, '언제 한번 밥 한 번 먹자'고 말만 하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하물며 온라인상에서의 만남은 더하지 않을까. 

블로그에 남기는 수많은 칭찬성 댓글과 안부를 묻는 말들을 보면 의례상 하는 말, 가식적인 말 투성이일 때가 많다. 하지만 오늘 편견을 깨뜨린 일을 접했다. 
'감기에 걸려서 몸이 안 좋아요!'라는 글을 남겼을 뿐인데, 블로그의 한 지인은 '그럼 소라쌤 집 근처 슬리퍼 끌고 나올 수 있는 이동거리에서 셋이 한 번 얼굴 볼까요? 제가 선물받은 건데(초콜렛같은 간식) 감기몸살로 낑낑대는 소라쌤에게 선물로 주고 싶어요.'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그리고 급 벙개 만남이 이루어져 블로그상에서 만난 셋이 얼굴을 마주했다. 

우리 한 번 만날까?  _1
블로그 이웃과의 급 만남, 그리고 따뜻한 선물까지...
 
술을 마시지 않는 블로그 이웃님들과 함께 따뜻한 건강차를 한 잔 마시면서 담소를 나누었다. 일상을 살아가는 이야기뿐 아니라 앞으로 함께 구상할 사업적 일들에 대해서도 자연스러운 토론의 장이 이어졌다. 
어떻게 온라인상에서 이름을 알릴 것인가, 자신의 브랜딩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주제였다. 결론은 서로가 어찌됐든 도움이 되는 관계로 그림을 그려나가는 일이다. 

예상치 않던 만남에 다양한 생각은 빛의 속도로 퍼져나가고, 생산적인 아이디어를 나눔의 시간이 되었다. 어떤 모임은 만남을 갖게 되면, 서로 잡다한 이야기만 늘어놓거나 술자리로 이어져 후회한 적이 있다.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필요에 의한 만남이기에 진솔한 이야기가 오고가지 못하고, 표면만 훑는 말이 난무하다. 시간이 지나 집으로 올 무렵에는 가끔씩 육체적 피로와 허무감이 밀려온다. 

그 이후로는 모임을 자제하게 되기도 하다. 심지어는 만나서 주변 지인들을 심하게 욕하는 이야기로 시간을 보내는 이들도 있다. 
주기적으로 만나서 근황을 묻는 사이이지만, 만날 때마다 에너지가 떨어지는 사람들이다. 온라인 상에서건 오프라인 상의 만남이건 나에게 의미를 주는 관계는 꾸준히 지속이 되고 오래 만나고 싶은 생각이 든다. 

오늘의 '번개'(온라인 상의 커뮤니티로 만나는 사람들이 갑작스러운 오프라인 모임을 갖는 것을 말한다)는 정말 그러했다. 세 명의 나이는 모두 제각각이고, 하는 일도 분야가 공통되지는 않았다. 파워블로거이면서 블로거 리포터를 겸하고 있는 분, 전자분야의 국가기관 연구소의 연구원, 독서와 글쓰기 강사라는 셋의 직업 군도 매칭이 잘 안될 정도로 특이하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하는 일이 다르기 때문에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부분도 많다고 여겨진다. 

우리 한 번 만날까?  _2
직업과 나이, 전문분야는 모두 다르지만 만날수록 배움을 더하는 모임이 되었다
 
주변에 좋은 사람들,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축복이다. 거기다가 생산적으로 일하는 데에 직접적인 필요를 채워주는 이들이 있다면 금상첨화. 나는 얼마나 지금까지 사람들에게 예의상 '한 번 만나자'는 말들을 해왔는지 반성하게 되었다. 
내뱉은 말을 100% 모두 지켜야 할 강박증을 가질 필요는 없겠지만, 최소한 꼭 지킬 수 있는 말로 신뢰를 높이는 지혜가 필요함을 깨닫게 된다. 

집에 오는 길에 중학교 동창으로부터 카카오톡 메시지가 왔다. 한참 전부터 얼굴 꼭 보자는 말만 남긴 채 몇 달이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이다. 당연히 안부를 주고 받는 문자를 몇 번 보낸 후 그냥 약속을 정하자고 권했다. 
"다음 주 목요일 오전에 내가 시간이 되니깐 아이를 어린이집 맡긴 다음 11시경 너희 동네에서 얼굴 보자!" 이렇게 아예 못을 박는 메시지를 남겼다. 정확하게 정해놓지 않으면 또다시 몇 달 시간이 흐르면서 안부만 문자 상으로 주고받는 사이가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언제 한 번 보자'는 예의상 멘트만 날리는 사람이 되어선 안되겠다는 다짐을 새기며 말이다.
김소라님의 네임카드

약속, 만남, 번개모임, 양성길, 김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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