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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헌책방, 찾는 재미가 있다
문화가 있는 날, 오래된 서점에서 즐기자
2014-03-06 09:38:28최종 업데이트 : 2014-03-06 09:38:28 작성자 : 시민기자   김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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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미안합니다만, 고등학교 교과서도 파나요?"
둘째 아이가 고등학교에 들어갔다. 여느 아이들과는 달리 몸도 왜소하고 성격도 여려 첫날부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솔직히 '공부를 잘해야 한다!'는 세속적 염원과는 달리 그저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기를 바랄뿐이었다. 중학교와는 생판 다른 환경이니 그저 외톨이 만은 면하게 해달라고 기원했다.

오래된 헌책방, 찾는 재미가 있다_3
동네 서점은 온통 참고서들만 빼곡하다

그런데 입학 후 며칠 지나지 않아 사건은 시작됐다. 보통 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소집일이 있는데 그날 학생들에게 교과서도 나눠준다. 이날 아이가 책을 다 받았는지 점검을 하고 가지고 왔어야 했다. 녀석은 수학책 1권이 빠졌다는 것을 수업당일에서야 알아챘다. 학교를 파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속상해 눈물을 흘렀는지 뻘건 눈을 하고 집으로 들어섰다.

수원에 알고 있는 서점으로 전화를 걸어 교과서 유무를 물었다. 여기저기 다 없단다. 기어이 동네 단골 책방을 통해 교과서를 파는 서점의 전화번호와 위치를 알게 되었다. 찾아가기 전 '있는지 없는지' 입고 확인이 우선인 것 같아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전화기를 통해 전해지는 목소리는 냉랭했다. 
"아직 안 들어 왔어요! 
"저... 그럼 언제쯤....."
상대방의 이야기는 아예 관심도 없다는 듯 제 할 말만 하고는 야멸차게 내려놓는 수화기 소리만 들려왔다. 

'예전엔 남문 교학사(동남서적)에 가면 다 팔았기에 걱정이 없었는데....' 그제야 곰삭은 추억처럼 옹기종기 모여 있는 작은 서점들이 그리움으로 다가왔다. 할 수 없이 아이는 친구의 책을 빌려와 한 단원을 복사한 후에야 일단락 됐다.

오래된 헌책방, 찾는 재미가 있다_1
수원역 인근에 생긴 대형 중고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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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헌책방이 지난달 수원역 인근에 문을 열었다. 그곳은 분명 값이 저렴하고 절판된 책까지 팔고 있는 헌책방이었다. 그런데 외관만 따진다면 완전히 새로 문을 연 대형서점과 진배없었다. 최근 출간된 책이 즐비하고, 설령 시간이 지난 책일지라도 상태가 매우 양호하고, 어린이 놀이방에 도서 검색대, CD 음반까지 팔고 있는 세련미가 폴폴 풍겼으니. 
'헌책방에서 보물찾기'라는 낭만은 찾기 힘들었다.

난 아주 오래전부터 다니는 헌책방이 있다. 팔달문에 있는 중고서점인데 녹산문고, 동남서적, 남문서점 등 여타의 서점들이 성업(盛業)중 일 때에도 오래된 단골들로 인하여 사라지지 않고 명맥을 이어갔다. 주변 상가 점포가 수없이 다른 이름으로 바뀌었어도 늘 그곳엔 사색과 관찰의 온기가 넘쳐났다.

"아저씨, 역전에 크게 생겨서 장사가 덜되지 않나요?
"우리 집은 오래된 손님들이 꾸준히 찾아오십니다. 아직까지는..... 솔직히 신경 쓰지 않아요"
유일무이하게 1만원의 행복을 새삼 느끼게 해주는 중고서점으로서 팔달문 거리의 역사가 되었는데, 아저씨의 고민이 생겼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당신은 '신경 쓰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지만 말이다. 무척이나 싸게 몇 권을 골라 계산대에 올려놓으면 거기도 또 몇 푼을 깎아주는 인정 많은 주인장이었다.

"야, 잘 골라봐. 우연히 득템 할 수 있는 곳이야~"
평일 오후 남문 헌책방엔 20대 청년 둘만이 좁은 통로를 움직이며 발견의 기쁨을 좇고 있었다. 반면 다음날 찾아간 역전의 대형 책방엔 어린아이부터 어른들까지 꽤나 많은 사람들이 책을 고르고, 정리하는 직원들로 엉켜 분주한 풍경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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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함께 해온 남문의 중고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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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을 그만둔 뒤 서점을 찾는 일이 뜸해졌다. 대신 온· 오프라인을 통해 신간을 접하고 읽고 싶은 책은 목록으로 작성해 동네서점을 통해 주문했다. 동네 서점들이 온라인 서점의 할인가격 경쟁으로 밀려나면서 온통 아이들 학습서들만 판지도 오래됐다. 
주문 도서를 찾으러 갈 때의 풍경이 현실을 말해준다. '어~ 쫌 사람들이 많아졌다!'라고 생각이 들 무렵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죄다 아이들 참고서 주문자들이었다. 그러니 신간서적은 눈비비고 봐야 아주 조금 차지하고 있다.

부산의 보수동 책방거리 등처럼 서울과 지방의 유서 깊은 헌책방이 관광지로서 유명세를 타는 세상이다. 이는 우리들 마음속에 감춰져 있던 소중한 옛 추억을 끄집어내는 일이 터, 젊음의 순수함 같은 것일 게다. 
아이의 교과서 책사고(?)로 여기저기 전화를 하면서 새삼 중고서점을 상기시켰다. 

얼마 전 '도서정가제' 개정안이 타결되면서 도서 할인 폭에 대한 문제가 합의됐지만 신간.구간 모두 최대 15%라는 데에 문제가 없지 않다. 그것은 곧 헌책방의 운명과 연결되는 문제이니 말이다. 
대형서점 헌책방이나, 오래된 작은 헌책방이나, 결국 우리들이 많이 찾아가야 상생한다. 현 정부가 추구하는 '문화융성'의 시대, 밑바탕은 역시 책읽기가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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