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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 좋고 가격 싸고..나의 단골집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시장보기
2014-03-06 12:05:18최종 업데이트 : 2014-03-06 12:05:18 작성자 : 시민기자   심춘자

농수산물 도매시장은 새벽3시부터 경매가 이뤄진다. 도매를 전문으로 하는 점포들은 새벽이 바쁘고 장사 마감하는 시간도 빨라 오후 4시가 넘으면 파장 분위기이다. 외출을 하고 귀가하는 길에 그 시간을 맞추려고 발걸음을 재촉한다. 단골로 가는 ㅅ상회는 벌써 문을 닫고 오늘은 허탕이다. 그냥 돌아가기 참 아쉽다. 

물건 좋고 가격 싸고..나의 단골집_2
물건 좋고 가격 싸고..나의 단골집_2

도매시장을 이용하고 난 이후 요즘처럼 시장가는 시간이 즐거울 수가 없다. 예전에는 일주일에 한두 번쯤 갔었는데 반갑게 맞아주고 좋은 물건에 요즘은 서너 번은 넘게 가는 것 같다.
"청양고추하고 아삭이고추도 주세요. 그리고 표고버섯이랑 무도 주세요."
"얼마나 줄까?"
"고추는 장에 찍어 먹을 것이니까 알아서 주시고요. 버섯이랑 무도 대충주세요" 
ㅅ상회에서 채소를 살 때 주문을 이렇게 한다. 

'알아서 주세요'와 '대충'이라니.
물건 사는 소비자 입장에서 전적으로 판매 상인을 믿지 않고는 나올 수 없는 주문이다. ㅅ상회 안사장님은 고추도 한줌, 버섯도 한줌, 아리송한 대충 주문에도 잘도 챙겨주신다.

이렇게 터무니없는 주문을 하게 된 동기는 이러했다. 
도매시장이니 물건이 신선하고 시간대를 잘 이용하면 소매시장에서 비하여 굉장히 저렴한 가격으로 좋은 품질의 물건을 살 수 있다. 게다가 집과 가까이 있어 금상첨화다. 신선한 채소를 좋아하는 가족들을 위하여 매번 밥상에는 푸성귀가 있어야 했다. 

그렇지만 최소의 판매 단위를 구매해도 양이 많은 것도 있고 원하는 단위가 없을 때는 그냥 돌아와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또 점포들은 많지만 그나마 가게 되는 곳은 한정되고 항상 처음 오는 점포처럼 익숙해지지 않았다. 일주일에 몇 번은 보니 단골이라고 생각해도 되지 않을까 싶었지만 거래 할 때마다 뜨내기손님 같은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

물건 좋고 가격 싸고..나의 단골집_1
물건 좋고 가격 싸고..나의 단골집_1

도매시장에 정문에서 들어서면 도로를 중심에 두고 소매하는 채소 점포가 늘어져 있다. 시장에 가장 먼저 보이고 잘 보이는 곳이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싱싱한 채소들이 산더미를 이루고 일단 보기에도 참 좋다. 보는 것으로 막 건강해질 것 같은 싱싱함이다.

주부들은 시장에 점포들이 많아도 매일 가는 곳만 가게 된다. 익숙함 때문일 것이다. 그날은 메뉴를 달리할 무언가를 찾아 시장을 헤매고 다녔다. 우연히 들어선 채소경매장이었다. 매일 지나다녀도 들어갈 생각을 하지 못했던 곳. 안으로 들어서니 식재료와 채소 점포들이 늘어서 있었다. 

장아찌를 비롯한 식재료들을 파는 점포에서 김이 무럭무럭 나는 두부를 판매하고 있다. 두부를 주식처럼 먹는 식구들이다. 큼직한 두부 한 모에 1천500원이다. 깨끗한 비닐장갑을 끼고 두부를 봉지에 넣어준다. 기존에 거래하던 점포에서 1천200원에 사던 두부와 별반 달라 보이지 않았지만 맨손으로 두부를 넣어줄 때마다 기분이 언짢았던 것을 생각하면 300원의 차액이 문제가 되지 않았다. 

물건 좋고 가격 싸고..나의 단골집_3
물건 좋고 가격 싸고..나의 단골집_3

물건 좋고 가격 싸고..나의 단골집_4
물건 좋고 가격 싸고..나의 단골집_4

겨울 동안 청양고추와 아삭이고추를 끊이지 않게 밥상에 올렸다. 청양고추와 아삭이고추를 각각 2천 원 하는 한 봉지씩 사면 딱 한 끼 먹을 양이었다. 그런데 ㅅ상회에서 사는 채소는 싱싱함은 말할 것도 없고 그 양이 배는 훨씬 넘었다. 저울을 잘못 보지 않았을까 재차 물어봤지만 그 양에 그 가격이 맞다는 것이었다. 느타리버섯도 한 박스에 7천원 이하로 구매한 적이 없는데 5천500원이라니 날짜마다 금액이 달리 책정되는 특수성이 있지만 가격 차이가 매우 크다. 무를 비롯한 다른 채소들도 마찬가지였다.

하루 이틀 다니고 조금 익숙해지자 ㅅ상회 안사장님은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아도 이것저것 조금씩 담아준다. 어떤 때는 저울을 재다가 더 많아도 차마 빼지 못하겠다고 그냥 주시고 무가 금이갔다고 500원 깎아주기도 한다. 

"새벽 3시에 경매가 시작되기 때문에 오전에는 주로 소매 점포를 운영하는 상인, 식당에 식재료를 배달하는 사람들과 슈퍼마켓 등 소매하는 상인들이 많아요. 사람들이 이곳에 이런 곳이 있는 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요. 대부분 보이는 바깥쪽만 알아서 안타깝죠."
도매시장이여도 소매를 목적으로 하는 점포에서는 가격적으로 저렴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없다. 하지만 도매를 전문으로 하는 점포의 물건가격은 소매가격과 비교 할 수 없을 정도로 저렴하다. 매일매일 대량으로 들어오고 나가기 때문에 남아 있는 재고가 없어 싱싱함을 말하면 입만 아프다. 

양을 적게 사는 소비자들이 도매점포를 이용할 때는 바쁜 이른 오전 시간을 피하는 것이 좋다. 경험으로 느낀 최적의 시간은 점심시간이 지난 2시에서 파장을 하기 전인 4시정도가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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