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길은 생명이다. 팔색길중 모수길을 걸으며
‘一색 모수길’ 수원천을 걷다.(2)
2014-02-27 23:30:38최종 업데이트 : 2014-02-27 23:30:38 작성자 : 시민기자   김연수

맹위를 떨치던 동장군도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여 숨을 죽이자 겨우내 움츠렸던 햇살이 살짝 기지개를 편다. 2014년 2월 26일 아직은 겨울이다. 대동강 얼음이 풀린다는 '우수'가 일주일이 지나서인지 포근한 날씨로 나들이에 대한 유혹이 엄습해 온다. 나들이하기에 좋은 날이다. 기자는 걷기 좋은 길 '수원 팔색길' 탐방을 위해 배낭을 메고 버스에 몸을 실었다.

걷기 좋은 수원 팔색길을 만든다는 이야기가 시작될 때부터 걸어보고 싶었는데 차일피일 미루다 이제야 발걸음을 옮긴다. 팔달문 정류소에서 하차하여 영동교아래 수원천변에 도착했다. 수원천은 수원 팔색 '一색 모수길'이 이어지는 코스다. 출발지는 광교공원으로 되어있지만 기자는 걷고 싶은 길을 따라 걷기로 했다. 

길은 생명이다. 팔색길중 모수길을 걸으며_2
모수길 새집

영동교 아래 수원천변에는 새들의 보금자리(새집)가 오밀조밀 서있다. 알록달록 예쁘게 치장을 한 새집은 인간이 만들어 놓은 조각품이다. 새들이 살 수는 없지만 산책길에서 자연의 둥지를 만끽하는 분위기는 산책하는 이들의 마음을 풍요롭게 해주기에 충분하다. 영동교 아래는 산업혁명의 희생양이 되어 빛이 사라져 어둠에서 소리 없이 모진 세월을 보냈다. 수원천 복개부분 복원은 지난 2009년 9월20일 첫 삽을 시작으로 2012년 4월20일 완전 복원되었다. 

영동교에서 광교산을 바라보니 지동교와 남수문이 보인다. 남수문은 지동교 아래로 보이며 9개 수문이 한 폭의 그림을 자아낸다. 발길을 옮긴다. 지동교가 나온다. 남수문은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을 가로질러 흐르는 수원천의 아래쪽 다리이다. 수원화성이 축성될 1794년에 공사에 들어가 1796년 완공되었다. 그 후 홍수로 유실과 복원이 거듭되다 1927년 완전 사라진지 90년이 지난 2012년 6월9일 복원됐다. 

길은 생명이다. 팔색길중 모수길을 걸으며_3
모수길 안내

북수문에서 100여미터 상류에는 '一색 모수길'에 대한 안내가 약도와 함께 자세하게 적혀있다. '一색 모수길'은 총 거리 22.8km로 광교공원에서 출발하여 물길을 따라 하류로 내려오면서 화홍문 1.8km, 수원천 1.5km, 서호공원 7.3km, 서호천 1.1km, 광교저수지수변산책로 9.9km, 광교공원 1.2km로 돌아오는 길이다. 

一색 모수길은 도심 속에서 물길을 근원으로 하는 생명길이다. 백제시대는 모수국이라 불렀고 수원을 대표하는 서호천과 수원천을 따라 도심 속의 자연환경을 느낄 수 있는 길이며, 남북회랑으로 꽃 축제, 시민퍼레이드 등 다양한 축제를 함께 즐길 수 있다. 

길은 생명이다. 팔색길중 모수길을 걸으며_4
수원천 갈대

수원천에는 갈대숲이 우거져 있다. 갈대는 하천변 습지에서 자생하는 벼과에 속하는 다년생 초본식물로 수질정화에 큰 도움을 준다. 산책하는 아주머니 5~6명이 물속을 바라보며 손가락질을 한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 급히 달려갔다. 그곳에는 팔뚝만한 물고기들이 헤엄을 치고 있다. 그 옆에는 죽은 물고기가 나뒹굴어져 있다. 

물고기가 죽은 이유가 우거진 갈대를 제거하지 않아 하천물이 오염된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갈대는 수질을 정화하는 기능을 한다. 또한 말라 쓰러진 갈대가 물속에 잠겨 지져분한 느낌을 주지만 이 또한 수질정화에 도움을 준다.

길은 생명이다. 팔색길중 모수길을 걸으며_1
모수길 화홍문

화홍문 아래에 도착했다. 7개의 수문에서 흘러내리는 물보라가 하늘로 솟구치는 때도 있지만, 오늘은 수량이 적어 화홍문과 어우러진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가 없어 아쉽다. 화홍문아래는 작은 호수처럼 물이 고여 있다. 고인 물로 인하여 지난여름까지만 해도 화홍문 수문을 통과할 수 가 없었다. 

언제 설치되었는지 화홍문을 바라보는 왼쪽으로 '데크'로 만들어진 다리(난간)와 계단이 있어 화홍문위로 올라가지 않고도 수문을 통과 할 수 있게 되었다. 폭우로 인하여 하천이 범람하면 이곳을 이용하기 위험할지도 모르지만 언제나 폭우가 쏟아지는 것은 아니다. 작은 관심이 시민에게 안전함과 편리함을 준다. 

모수길 출발지인 광교공원 옆 음악분수 호수에 도착했다. 겨울이라 호수에는 물을 담지 않았다. 호수 방조제를 건너자 이게 웬일인가! 방조제입구 철문에 자물쇠가 걸려있다. 광교공원에서 방조제로 내려오면 위험하니 건너가지 못하게 한 것이다. 이상한 것은 걷기 좋은 모수길을 따라 걸어왔는데 어떻게 위험한 음악호수 방조제로 안내되었단 말인가. 

그렇다. 방조제 아래에는 광교공원으로 건너가는 다리가 있었는데 이곳으로 건너가라는 모수길 안내가 없었다. 걷기 좋은 길을 만든다고 하면서 이렇게 성의 없이 위험한 길로 안내해도 된다는 말인가 묻고 싶다. 지금까지의 상쾌함이 허공으로 맴돈다. 

호수방조제를 다시 돌아 아래쪽 다리를 건너 광교공원에 도착했다. 공원입구는 '인헌공 감감찬' 장군이 말을 타고 있는 비가 있다. 여름에는 물레방아가 돌아가고, 음악분수가 아름다운 선율을 담아 물줄기를 하늘로 올려 보낸다. 밤이면 오색찬란한 조명이 분수와 어우러져 무지개 쇼를 펼친다. 

광교공원은 광교저수지 아래쪽에 위치한 곳으로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개인소유의 위락시설이 있던 곳이었다. 이곳에 주상복합 빌딩을 건립하려는 계획이 알려지자 시민들과 시민단체가 앞장서 공원으로 만들어 달라고 요구해 그 뜻을 이뤄낸 것이다. 

벌써 오후 1시다. 30분이면 걸을 수 있는 거리를 3시간이나 걸려 걸었다. 모수길의 이모저모를 기록하고, 어떠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살피며 걷다보니 보람도 있었다. 광교저수지 둑 아래에 도착하니 모수길은 '왼쪽으로 가시오.'라며 화살표시가 나온다. 

잠시 벤치에 앉아 왕이 만든 시장 팔달시장에서 사온 컵 라면에 물을 붓고 김밥을 꺼냈다. 약간은 쌀쌀한 바람이 볼을 스치지만 김이 피어나는 컵라면과 김밥의 맛은 어느 대왕이 먹었다는 진수성찬의 맛을 무색케 하는 행복감에 젖어든다. 

늦은 점심을 먹고 잠시 벤치에 눕는다. 주말이면 많은 시민들이 일찍부터 찾아들어 나처럼 게으른 사람은 벤치의 주인이 될 자격을 주지 않는다. 오늘은 수요일 오후라 벤치도 약간의 휴식을 취했는지 나에게 누워 하늘을 감상할 기회를 준다. 아~ 좋다 여기서 잠시 쉬었다. 다시 길을 나서야지!

연관 뉴스


추천 0
프린트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