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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헤어짐'이란
꾸미지 않은 순수한 아이들의 이별연습 시작
2014-03-01 03:08:14최종 업데이트 : 2014-03-01 03:08:14 작성자 : 시민기자   안효정

날씨가 따뜻해 바깥 놀이를 했어요. 비눗방울 놀이도 하고 미끄럼틀도 타며 즐거운 시간 보냈답니다. 점심을 먹은 후 졸리다고 하면서도 쉽게 낮잠에 들지 못하는 나희 입니다. 
나희에게 "이제 선생님이랑 헤어져야 하는데, 형님 반에 가서도 잘 할 수 있지?" 라고 질문하니 "왜요?"라고 물으며 울어버립니다. 벌써 헤어지는 의미를 아는 걸까요? 

어제 딸아이가 재원중인 어린이집 생활 수첩에 적혀온 내용 중 일부이다. 2월과 3월은 헤어짐과 새로운 만남들로 몸과 마음이 무척이나 분주하다. 딸 아이에게도 새 학기는 어김없이 찾아왔고,  5살 꼬맹이에게 '헤어짐'이란 단어가 슬프게 느껴졌다고 생각하니 마음 한 켠이 살짝 저려오는 듯 하다. 넘치는 생각이겠지만 앞으로 헤아릴 수 없는 헤어짐과 만남들 사이에서 유난히 정이 많은 아이가 상처받지는 않을지 조금은 걱정도 앞선다. 

아이에게 '헤어짐'이란_1
순수한 아이들은 모든 상황에 연습되지 못한 상태이다. 그 아이들에게 '헤어짐'이란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다.

둘째 아이 출산 전까지 큰 딸아이는 할머니 손에 자랐다. 어머님께서는 엄마인 나보다 더 딸 아이를 살뜰하게 보살피며 키워 주셨다. 그래서인지 아직까지 아이에게 1순위는 엄마가 아닌 할머니다. 보통의 아이들이 울면서 "엄마~~"를 찾는다면 딸아이는 종종 "할머니~~"를 찾는다. 
게다가 엄마의 이름은 가끔 잊어버리거나 생각하고 말하는 반면 할머니 이름은 단번에 내뱉을 정도로 둘 사이는 각별하다. 걸어서 15분 거리에 살면서 자주 만나면서 기억을 유지해 온 탓인지 딸 아이는 '어릴 때 할머니께서 안아주고 우유도 먹여주고 같이 살았다'라고 말하며 아기시절의 기억이 난다고 말한다. 

금요일 저녁이 되면 대개는 할머니 댁으로 하원을 한다. 그리고는 주말 내내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온다. 아이는 주말이 지나면 살이 통통하게 쪘다고 느껴질 정도로 잘 먹고 잘 지낸다. 하지만 할머니와 헤어지는 일요일이 되면 아이는 늘 눈물로 이별을 하고 만다. 
집으로 돌아온 아이는 현관문을 닫고 들어서면서부터 "할머니 보고싶어." 라고 말하곤 한다. 

가끔은 '이렇게 좋아하는 할머니와 헤어지는 것이 아이에게 얼마나 크고 힘들게 다가올까?'라는 생각에 걱정이 될 때도 있다. 반면 매일 함께 지내는 엄마보다 할머니를 좋아하는 딸 아이에게 서운함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어제 저녁 아이의 생활 수첩을 작성하면서 아이의 마음이 조금은 이해가 되기도 했다. 1년간 아이의 담임선생님과 엄마는 매일 수첩을 기재하여 주고 받는다. 수첩을 읽을 때 가끔은 크게 웃음이 날 만큼 재미있는 일도 빼곡히 적혀 있고, 속상한 일이 적혀 있기도 했다. 
어제는 반이 바뀌기 전 마지막 수첩 작성을 하는데, 내가 무척이나 서운하게 느껴졌다. 어른도 서운함을 느끼는데 5살 아이에게 헤어지는 일은 어른이 상상하는 것 보다 훨씬 더 크게 다가오고 충격적이지 않을까 싶은 생각에 더 마음이 쓰였다.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보기 전에는 함부로 판단하지 말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아마도 아이는 할머니와 선생님과의 이별이 어른인 엄마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크게 다가왔던 모양이다. 곰곰히 생각해 보니, 나도 매해 졸업식이면 친했던 친구나 좋아하던 남학생과 헤어지는 것이 아쉬움을 지나 목이 메이도록 슬프기도 했던 것 같다. 여자는 보통 어른이 되고 가정을 이루면서 대부분의 대인관계가 좁아진다. 그 이후에는 안정된 대인관계를 유지하면서 생활하고 자연스럽게 '헤어짐'에 무뎌진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 

딸아이를 통해 헤어짐과 만남이 많은 2,3월이 얼마나 소중한지 실감한다. 내게도 딸아이처럼 헤어짐으로 슬픈 시간이 있었고, 그 시간들이 그 당시에는 무척이나 마음이 아팠지만 지금 생각하면 모두 한 순간 순간이 추억으로 남지 않았던가. 또한 새로운 인연을 만날 수 있었던 3월의 설레임을 생각하니 지루한 일상에 신선한 바람을 쐰 듯 새롭고, 3월에는 나 역시 또 다른 인연을 만날 것만 같아 기대된다. 

'나이가 들면 추억을 먹고 산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우리는 자신의 감정이나 추억만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건 아닐까? 나는 딸 아이의 '헤어짐'을 아이가 겪을 스트레스로만 생각하고 걱정했던 것 같다. 아이는 훗날 지금 이 순간을 기억해 내지 못할 것이다. 자라면서 기억하고 간직해야 할 것이 넘쳐날 테니 말이다. 

만남과 헤어짐은 순리에 따른 자연스러움에 속한다고 생각된다. 원한다고 혹은 원치 않는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물론 억지로 인연을 만들기도 한다지만 의도가 있는 인연은 환영 받지 못한다. 아이에게는 지금의 '헤어짐'들이 조금은 버겁게 다가올 수 있지만, 그런 과정을 통하여 더 많은 추억이 쌓여가길 바라본다. 아이의 꾸미지 않고 서툰 '헤어짐'을 응원해 주어야겠다. 또한, 아이의 '헤어짐'을 내 기준이 아닌 아이 입장에서 한번 더 생각해 보고 소중하게 생각해 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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