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과 함께 미술관으로 기분전환 나서다
2014-02-25 21:18:11최종 업데이트 : 2014-02-25 21:18:11 작성자 : 시민기자 김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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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전환이 필요할 때가 있다. 시골에서 올라오신 어머님이 서울로 수원 병원으로 당신의 아픈 몸을 정확하게 짚어내는 의사가 있을까 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여러 곳을 다니다보니 몸도 마음도 피곤한 기색이다. 특히나 아파트 생활에서는 '꼼짝마' 신세가 되어 무척이나 답답해하신다. 영화관을 가신 어머님 그림전시회장에서 영화관에 들어서기 전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리니 당신도 좋다고 하신다. 어머님이 좋아하시는 양파 맛 팝콘과 음료를 들고 나란히 앉아서 영화를 관람했다. 함께 웃기도 하고 팝콘도 열심히 먹다보니 어느덧 영화가 끝이 났다. 영화관을 나서는데 주위를 쭉 둘러보던 어머님이 한마디 하신다. "얘, 지금 보니 나처럼 나이 든 사람은 나밖에 없다. 며느리 덕에 이런 영화도 보고..." 말 한 마디에 어머님의 기분이 그대로 들어 있음을 느껴본다. 영화관과 붙어 있는 백화점을 잠시 둘러보기로 했다. 이리저리 다니다가 마주친 작은 갤러리 전시 안내판이 보인다. 어머님을 모시고 들어가려니 "혹시 이런데 돈 받는 거 아니니?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데 들어가도 되겠니?" 라고 하신다. 팔짱을 끼었다. 안심하시라고, 그리고 당당하게 들어가자는 뜻에서. 어쩔 수없이 며느리 팔에 이끌리어 갤러리 안으로 들어섰다. '청춘이란 인생의 어느 기간이 아니라 마음가짐을 말한다.' 라는 사무엘 울만의 시 한 줄이 벽면에서 우리의 눈길과 마주했다. 어머님이 잘 들리게끔 소리 내어 읽어 드렸다. 화사한 원색의 그림이 그것도 작은 도화지 판이 아닌 아크릴 판으로 여러 번의 채색으로 거듭나 한 점 티 없이 그림 안으로 빨려 들어감을 느낀다. 재미난 표현의 그림이 많이 있기도 하고 돌에 갖가지 표정을 담아 채색해 놓은 것에 관심이 가는지 한동안 쳐다보고 계시는 어머님이시다. 들어갈 때 머쓱해하던 모습과는 달리 나올 때는 그곳에 계시는 직원 분께 인사를 남기고 나오는 여유를 발휘하신다. 난생 처음이라는 표현을 쓰신다. 난생 처음 그림전시회를 보았노라고 말이다. 돌멩이에 표정을 담고 있는 모습 안마체험 행사장에서 한 층 내려와서 둘러보다 보니 안마기 체험행사를 하는 매장을 발견했다. 역시나 사람들이 많이 있다. 어머님을 모시고 체험을 해보기로 했다. 한 곳이 비어 있어서 직원 분께 부탁을 하니 "이 안마기가 제일 비싼데 비싼 안마기에 앉게 되셨네요." 한다. 안마기에 앉아서 안마를 받아 보시던 어머님께서 "참 좋은 세상이다. 사람 손처럼 어찌 그리 시원하고 소리도 많이 시끄럽지 않고 좋긴 좋다." 그곳을 나서는데 직원 분께 잊지 않고 인사를 하시는 어머님이시다. 작은 목소리로 어머님께서 내게 물으신다. "내가 앉았던 그 안마기계가 얼마짜리니?" "어머님 것은 가격이 잘 안보였고, 그 옆에 것은 천만 원 이라고 쓰여 있던데요." 라는 소리에 아주 많이 놀라시는 모습이다. 어머님이 좋아하시는 칼국수를 먹으면서 피곤하지 않은가 여쭈어 보았다. 어머님 말씀이 "생전 처음 그림전시회인가 뭔가도 보고, 내 생전 천만 원이 넘는 안마기계에서 안마도 받아보고 세상 참 좋다. 아프지 않으면 더 좋은 구경도 맘대로 하면 더없이 좋겠는데.." 뒷말을 흐리기는 했어도 며느리와 함께 한 시간이 나름 의미가 있었던 것 같고 잠시나마 답답함을 벗어나 기분 전환이 되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건강 회복하셔서 좋은 구경거리 맘 놓고 하실 수 있기를 바래본다. 연관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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