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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 세탁한 날, 회상에 잠기다
2014-02-27 00:37:34최종 업데이트 : 2014-02-27 00:37:34 작성자 : 시민기자   문예진

세탁되어 하얗게 빛나고 있는 운동화를 보면 마음속까지 깨끗해지는 것 같아 기분이 상쾌하다. 방학동안 더러워졌던 아이들의 운동화를 세탁소에 맡겼다가 찾아오는 길이다. 

참 편리한 세상이다. 여러 가지 집안일 중에서도 하기 싫은 것 중의 하나가 신발을 세탁하는 일이다. 아이들이 유치원과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에는 실내화를 일주일에 한 번씩 빨아야 했는데. 그것은 아주 귀찮은 일이었다. 

쪼그리고 앉아서 솔에 비누를 묻혀 쓱쓱 문지르다 보면 다리도 아프고 팔도 아프다. 그래도 내 손길 한 번에 새까맣던 실내화가 하얀색으로 변해 가는걸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세탁시간도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아 금방 세탁이 끝난다. 깨끗하게 빨아 벽에 기대 세워 놓으면 물기가 빠지면서 기분까지 상쾌하다. 

그래도 신발 세탁은 여전히 귀찮고 하기 싫은 일중의 하나였다. 그러던 것이 어느 날 부터 인가 세탁소에서 신발세탁도 한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운동화뿐만 아니라 구두도 세탁이 가능하다는 얘기에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그래도 운동화는 번거롭기는 하지만 세탁을 하고 싶을 때면 언제나 세탁이 가능하지만 구두는 세탁을 할 수 없는 신발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구두도 오래 신으면 신발에서 냄새가 나기도하고 습한 느낌도 나면서 한 번씩 씻어내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반가운 마음에 몇 번 세탁을 맡겼다. 그런데 한 번씩 세탁을 맡길 때마다 신발의 상태가 눈에 뛸 정도로 달라진다. 집에서 세탁을 해도 솔로 빡빡 문질러대니 당연히 낡아질 수밖에 없는 게 신발 세탁이다. 구두도 마찬가지로 세탁 후 접착제가 떨어졌는지 비 오는 날 신으면 빗물이 신발틈새로 새어 들어오고 하는 바람에 몇 번의 세탁으로 세탁소에서의 신발세탁은 막을 내리고 다시 집에서 하는 세탁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다. 아이들이 즐겨 신는 흰색 운동화는 아무리 조심해서 신어도 어느 사이엔가 더러워지고 금방 세탁을 해야만 한다. 솔로 박박 문질러 깨끗하게 빨고 비눗물로 깨끗하게 헹구어서 잘 말린다. 그런데 말라가면서 새하얀 신발이 점점 누런 얼룩이 생긴다. 

처음에는 비눗물이 제대로 헹궈지질 않아서 생기는 얼룩이라고 생각하고 헹구는 과정을 신경 써서 여러 번 헹구었다. 그런데 세탁해서 건조시키는 모든 흰색의 신발들이 얼룩이 생긴다. 운동화에 들어간 접착제에서 흘러나오는 얼룩인 것 같다. 누런 얼룩으로 인해 오히려 세탁전보다 더 지저분하고 보기 싫은 운동화가 되어버렸다. 

마지막 헹굼 물에 식초를 한 방울 넣으면 얼룩이 생기지 않는다는 정보를 듣고 그렇게도 해봤지만 별 효과는 없다. 신발이 망가지지 않으려면 방법은 하나. 최대한 오래 세탁을 하지 않고 신는 것뿐이라고 생각하고 더러워져가는 신발의 세탁을 미루기도 한다. 힘들여 세탁을 하고 나면 세탁전보다 신발의 상태가 더 지저분해지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신발 세탁한 날, 회상에 잠기다_1
신발 세탁한 날, 회상에 잠기다_1
 
아이들의 신발을 보면서 내가 학교 다니던 때를 떠올린다. 중, 고등 학교시절, 여학생들은 새하얀 교복상의에 검정치마, 그리고 눈부시도록 새하얀 운동화를 깔끔하게 신은 단정한 모습을 그려내곤 했다. 토요일 오전, 수업만 끝나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운동화를 빠는 일이었다. 신발이 마르려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언제나 신발 세탁이 1순위였다. 행여 비라도 내려 신발이 마르지 않으면 방에 신문을 깔고 그 위에 가지런히 운동화를 올려놓고는 언제 마르나 들여다보고는 했다.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중학교 때였는데, 몇 명의 여학생들이 남학생들이 신던 검정운동화를 신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것도 유행이라고 친구들이 신은 검정색운동화가 예뻐 보였던 나도 검정신발을 사서 신었다. 

검정색은 참 좋은 색깔이다. 더러워져도 티도 안 나고, 안 빨아도 새것 같은 것이 마냥 편하고 좋을 수가 없다. 그렇게 편한 몇 주일을 보내다 결국은 엄마한테 들켜서 다시 흰색신발로 바꿔 신어야 했지만 그때 신어본 검정운동화는 흰색과는 또 다른 편안함이 있었다. 

중, 고등학교 시절이면 30년 이상을 거슬러 올라가야하는 먼 옛날이지만. 그때 그 시절의 신발은 세탁한번으로 누렇게 되거나 모양이 변하지는 않았다. 요즘 아이들의 신발값은 결코 싸지 않다. 그럼에도 오히려 신발의 질은 예전보다 못한 것 같으니 무엇이 문제일까. 나름대로 비싼 값을 지불하고 산 제품들도 메이드 인 차이나인 경우가 많은데 그것은 제품의 브랜드와는 상관없는 경우도 많다. 

그 이유일까. 가격과 반비례 하는듯한 신발의 상태를 보면서 여러 가지 고민을 하다가 요즘은 다시 세탁소에 신발을 맡기고 있다. 집에서 세탁할 때처럼 누런 얼룩은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몸도 편하다. 몇 켤레씩 한꺼번에 맡기다보면 세탁비가 아까울 때도 있지만 그래도 세탁한번으로 깨끗해진 신발을 보면 신발을 버리는 것보다는 약간의 세탁비 지불이 오히려 돈을 버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만든다. 

여전히 신발은 세탁전과 후의 상태에 많은 변화가 생긴다. 세탁소 측에서는 세탁 후 고객들의 불만을 대비해서 세탁전의 신발상태를 사진으로 찍어 보관하기도 한다. 편함에 길들여져 가며 앞으로도 신발세탁은 세탁소에 맡길 것이다. 갈수록 편리한 세상이 되어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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