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8개월간 가족 벌금형 저금통 시행의 결과를 기록하다
2014-02-20 10:11:51최종 업데이트 : 2014-02-20 10:11:51 작성자 : 시민기자   이수진

작년 6월의 무더운 여름 날에 가족 벌금형 저금통을 만들었다. 가족들이 각자 지켜야 할 규칙을 정해서 그것을 지키지 못하였을시에 저금통에 양심껏, 재량껏 형편껏 벌금을 내는 제도로 나름 규칙성을 갖고 있었다. 온 가족의 동의하에 실시되었기 때문에 어느 누구 하나 불만이 없던 가족제도로, 가족간의 화합을 도모 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e수원뉴스에는 작년 9월에 우리가족만의 벌금형 저금통 이야기를 소개 한 적이 있으며, PT병이 벌금으로 가득 채워지면 유용한 곳에 쓰리라고 마음 먹고 있었다. 

그런데 중간에 생각보다 많은 벌금이 채워질 것을 우려하여 저금통을 교체하고 나서 꾸준히 시행된 우리가족만의 제도였다. 나름 우리집의 저금통 총무역할을 했던 나의 철저한 감시덕분에 중간에 규칙이 흐지부지 되거나 한 일은 없었다. 

그렇게 해서 결국 저금통이 가득 채워졌다. 모아진 동전들은 보기만 해도 뿌듯하고 배부른 기분이었다. 돈이 많이 모아진 만큼 가족 개개인의 안 좋았던 습관들이 어느 정도 고쳐졌는지 궁금하다. 아니면 벌금제도와 상관없이 앞으로도 벌금 저금통을 계속 꾸준히 시행해야 하나 잠깐의 고민을 하긴 했지만, 일단 고민은 미뤄두고 저금통을 갈라 어디에 쓸 것인지 곰곰이 생각하고 있었다. 

원래의 목적은 가족외식을 하는 것이었는데, 조금 변경을 하여 다른 곳에 쓰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이제 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되는 막내 동생의 새 출발을 위한 밑거름으로 쓰기로 했다. 

십원짜리와 오십원짜리를 하나로 묶고 백원과 오백원짜리를 하나로 묶었다. 세상에서 재미난 일을 꼽으라고 하면, 상위권을 차지하는 것이 자기가 갖고 있는 돈들의 액수를 세는 것이 아닐까 싶다. 산더미 처럼 쌓인 동전들을 분리해 내는 시간이 지겹지가 않았다. 

콧노래를 부르며, 정리를 하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꽤 많은 돈들이 나왔다. 그렇게 한 30분 가량을 집중하여 동전들을 분리하고 계산해보았더니 모두 합쳐 6만2천310원이 나왔다. 사진에서 보는 것은 오백원과 백원짜리만을 모아 정렬해 놓은 상태인데, 저렇게 정렬을 해 놓은 상태라서 양이 적어 보이는 것이지 실제로는 동전의 양이 꽤 많았다. 말 그대로 '티끌 모아' 태산인 격이었다. 

작은 동전들이 모아져서 6만원정도가 된 것을 보니 저금통에 꾸준히 모을만한 재미가 있는 것은 확실한 것 같았다. 십원짜리는 다시 저금통에 넣었고, 은행에 가서 오백원과 백원짜리만을 환전 한 뒤 동생과 곧 바로 가까운 서점에 갔다.
굳이 혼자 가도 될 것을 동생과 함께 동행 한 이유는 동생에게 돈에 대한 소중함을 인식 시켜 주기 위해서이기도 했고,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부모님께 받는 용돈을 유용하고 체계적으로 쓰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8개월간 가족 벌금형 저금통 시행의 결과를 기록하다_1
8개월간 가족 벌금형 저금통 시행의 결과를 기록하다_1

서점에 도착하자마자,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부담없이 여가 시간에 공부하고 싶은 책을 마음껏 고르라고 했다. 나름 서점에 오기 전에 인터넷으로 괜찮은 고교 문제집을 찾아보고 왔다. 30여분동안 고민한 결과, 영어 단어 책 한 권과 국사 이론집을 구입 했는데 두 권을 합치니 대략 4만원, 요즘에는 책 값도 꽤 비싼지라 아마 가정의 가계부에서, 아이들을 위한 문제집 비용의 비중이 목돈으로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무튼 '우리 가족이 처음으로 화합하여 거진 8개월동안 모은 저금통의 동전으로 산 문제집이니, 고등학교 가서도 이 책 가지고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는 나의 뜻을 전했다. 
솔직히 중학교 때는 성적이 약간 부진했던 동생이라 고등학생이 되어서는 새로운 각오와 다짐으로 조금 더 학업정진에 힘 쓸 것을 바라는 마음과 이왕이면 가족의 힘으로 모은 돈으로 구매한 문제집이니, 공부를 하면서 가족들을 떠올리면 좀 더 부여동기가 되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집에 오자 마자 웬일로 자기 방에 들어가서 공부를 한다. 여간 자발적인 공부를 하지 않는 동생이 뭔가를 느낀 것일까? 조용히 방문을 살짝 열어 확인을 하는데, 나름 집중을 하는 모습이었다. 내가 본 동생의 모습이 작심삼일로 끝나지만은 않았으면 하는 마음뿐이었다. 

조만간 또 다시 다 먹은 사이다PT병을 깨끗이 씻어서 저금통을 다시 만들 계획이다. 또 한 8개월이 지나면 동전들이 쌓일 것이고, 그 동전들을 뜻깊은 무언가를 하게 될 것이다. 

가족 벌금형 저금통을 시행한 지난 8개월동안 가족들간 대화의 양도 많아졌던 것이 사실인데 가족간의 대화가 단절된 요즘 시대에서 관계개선을 위한 방법으로 꽤 괜찮은 것같다. e수원뉴스 독자님들 중에 '가족 벌금형 저금통' 제도를 가정 내에 먼저 제안하여 도입하여 가족간의 분위기를 개선 시킬 수 있는 멋진 사람이 몇몇은 생기리라는 기대를 해 본다.

연관 뉴스


추천 0
프린트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