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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기증으로 생명을 나누는 사람들
사랑의 장기기증 운동
2014-02-18 00:01:44최종 업데이트 : 2014-02-18 00:01:44 작성자 : 시민기자   문예진

'생명 나눔'을 아시는지요? 말 그대로 생명을 나누어주는 일을 말한다. 누구에게나 단 하나뿐인 생명을 어떻게 나눈다는 것인지 의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의 신분증인 주민등록증과 운전면허증에는 두 장의 스티커가 붙어있다. 한 장은 장기기증을 서약한 스티커이고 또 한 장은 각막기증을 서약한 스티커이다.

물론 살아 있을 때가 아닌 뇌사상태에 빠졌을 경우 나의 장기가 다른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조건일 때만 가능한 기증이다. 가족들에게는 미리 장기기증 서약에 대해 알리고, 필요한 상황이 생겼을 때는 즉시 연락해줄 것을 당부해 놓았지만 만약의 경우 가족과의 연락이 닿기 전에라도 신분증을 보고 다른 생명을 살릴 수 있도록 하기위한 조치이다. 

장기기증으로 생명을 나누는 사람들_1
격월로 발간되는 사랑의 장기기증 운동본부 책자

장기기증 서약을 한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가끔은 내가 서약을 했는지조차 깜박하고 잊을 때가 있다. 그런데 우편물을 정리 하던 중 장기기증운동본부에서 발행하는 '선한 이웃'이라는 책자를 보면서 서약 당시의 간절함이 다시 살아난다. 장기기증은 무엇보다 기증자가 먼저 존재해야만 가능하다. 기증자가 없다면 제아무리 뛰어난 의료진도 생명을 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재단법인 '사랑의 장기기증 운동본부'에서는 여러 경로를 통해 기증자를 모집하고 있다. 나의 경우는, 다니고 있는 교회에서 장기기증서약 예배를 드린 후, 바로 그 자리에서 기증서약을 하므로 장기기증자가 되었고, 후원금 납부로 장기기증 사업의 후원자가 되었다. 생명은 누구에게나 소중하다. 신분이나 지식 정도, 재산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단 하나뿐인 생명이기 때문이다.

나의 몸 또한 소중하다. 그렇지만 이미 생명이 떠나고, 육신이 육신으로서의 본분을 할 수 없는 상태라면 한번쯤 생각 해 볼 수 있는 문제이다. 생명이 떠난 몸이라고 함부로 그 몸을 훼손할 수는 없다. 특히 내 가족의 문제가 되면 더더욱 그렇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요즘은 장례문화도 많이 바뀌어서 대부분이 화장을 한다. 

한줌 재로 사라지기전에 죽어가는 누군가를 살릴 수 있다면 그것은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죽음으로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 어느 곳에서 새로운 삶을 다시 살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장기기증 서약 예배 때 본 동영상 중에는 이런 경우가 있었다. 어린 딸이 아파서 신장을 이식 받아야만 살 수 있는 상황인데, 다행히 아빠와 모든 조직이 일치하여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그 아이의 할머니를 비롯한 아빠의 모든 가족들이 신장이식을 결사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외아들인 자신의 아들이 신장하나를 떼어내고 힘들어 할까봐 반대한 것이다. 어린 손녀는 죽어 가는데 말이다. 결국은 생면부지의 기증자로부터 신장을 이식받아 그 아이는 새 생명을 살게 되었지만, 그 동영상을 보면서 분통이 터져 죽는 줄 알았다. 

가족들의 처사도 이해 할 수 없었지만 아빠라는 사람의 행동은 더 더욱 용납 할 수 없었다. 자식을 위해서라면 목숨도 버릴 수 있는 사람이 바로 부모인데, 생명에 지장 없는 신장 하나 떼어내 죽어가는 딸자식에게 줄 정도의 용기도 없는 사람이 자식을 낳고 키운다는 게 도저히 용서 할 수 없을 정도로 나를 분개하게 만들었다. 가족들이 반대한다는 핑계로 방관만 하고 있었다는 건 자식의 목숨보다는 자신이 더 소중했기 때문일 것이다. 

장기기증에 대한 인식도 많이 변하고 꾸준한 캠페인 등을 통해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장기기증 서약자로 참여하고 있다. 생명 나눔을 실천하고자 서약한 사람이 2013년에만 11만6천896명이다. 이렇게 많은 수가 참여하고 있지만 아직 전 국민의 2%가 채 되지 않는 수다. 

물론 장기기증서약을 했다고 해서 모두가 기증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장기기증을 할 수 있는 상태로 죽음을 맞는 사람만이 가능한 일이다. 장기기증은 한사람의 희생으로 인해 최대 9명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아름다운 일이다. 내가 참여하고 있는 뇌사 시 장기기증은 그나마 결심하기도 쉽고 참여자도 많은 편이지만 생존 시 신장을 기증하는 기증자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장기기증으로 생명을 나누는 사람들_2
사랑의 장기기증 운동본부에서 하는 여러가지 사업들

나의 경우도 언젠가는 신장기증자가 되겠다고 생각은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두려움에 망설이고 있는 중이다. 사랑의 장기기증 운동본부에서는 홍보책자와 캠페인 등을 통해 장기기증에 대해 꾸준하게 알리고 있지만, 아직은 기증자의 대부분이 신앙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대학생들이다.

'생명 나눔'  내가 기증한 장기가 누군가의 몸 안에서 움직이며 힘차게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죽음은 마지막이 아닌 축복된 새로운 시작일 것이다. 장기기증 서약은 사랑의 장기기증 운동본부 홈페이지나 모바일을 통해서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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