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詩가 흐르는 수원, 나는 행복하다!
2014-02-18 11:00:18최종 업데이트 : 2014-02-18 11:00:18 작성자 : 시민기자   김해자

요즘 모 일간지에서 참 즐겁게 보는 난이 있다. 이른바 '가슴으로 읽는~~'이란 타이틀로 연재되고 있는데 시조, 시, 한시, 동시 등 세상에 맞는 시를 소개하고 더불어 자상한 해설까지 덧붙여져 있다. 그리하여 한시나 시조처럼 다소 난해한 詩도 독자의 이해를 돕기에 충분하고, 불특정다수가 쉽게 접근하기에 참 좋은 코너다. 
나와 친한 친구도 팬이라고 하니 추측컨대 고정 독자들이 상당수일 것으로 판단된다.(정확한 통계야 신문사 직원이 아니니 알 수 없지만 중단되지 않고 오랜 기간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보아 그리 짐작하는 바임)

詩가 흐르는 수원, 나는 행복하다!_1
시가 있는 수원시 버스정류장

그런데 내가 살고 있는 수원시에 이보다 더 행복한 시세계가 일상도처에 깔려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시청 인근은 물론이요, 외곽지역에 있는 버스 정류장에 낮과 밤이 빛내는 시어(詩語)들이 지난해 12월부터 시민들의 시선을 잡고 있다. 물론 이전부터 관공서와 대형마트 등에 '희망 글판'이란 이름으로 재기발랄하고 짤막한 시어들이 계절을 밝히며 읽는 이들의 감성을 자극하기도 하지만 이처럼 대중 가까이 들어오지는 않았다.

'시가 흐르는 도시'는 서울시가 먼저 시작했다. 
지하철 스크린 도어와 철로 중심축 벽면에 시를 새겨 넣음으로서 시의 감동을 시민들에게 제공했다. 단지 시 한편이 무엇이 그리 대단하겠는가 하겠지만 잠시의 쉼을 통해 소중했던 옛 추억도 떠올리고, 따스한 사색을 통해 소망도 꽃피울 수 있다면 그보다 행복한 시간이 또 어디 있겠는가. 

詩가 흐르는 수원, 나는 행복하다!_2
서울 지하철 스크린 도어에서 만난 시

이런 점에서 수원시의 '시를 담은 버스정류장'은 매우 고무적이다. 
그런데 서울시보다 진일보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바로 지난해 10월 말, 지동 골목길에 조성된 '시인의 벽'이 바로 그것. 세계적인 시인으로 칭송되는 고은 시인을 비롯해 수원지역사회에서 활동 중인 시인들이 함께 팔을 걷어붙이고 자작시를 새겨 넣음으로서 그간 낙후되고 초라했던 마을의 골목길에 희망을 불어 넣었다. 시의 마력, 시의 미덕이다. 시의 향기가 골목길에서 마을로 퍼져나가 사람들의 마음을 토닥토닥 위로했다.

詩가 흐르는 수원, 나는 행복하다!_4
지동마을 '시인의 벽'이 조성되던 날

얼마 전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는다면 우리는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어느 시인의 말을 화두로 들고 부산여행에 나섰다. 어둠이 짚게 내려앉은 저녁 무렵 일행들과 시내를 배회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두서없이 나누다가 저 멀리 형광 불빛에 빛나는 버스정류장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사방이 어두워 가까이 가보니 그 지역사회를 대표하는 술(酒) 광고였다. 8등신 예쁜 여자와 술 캐릭터가 어찌나 선명하게 다가오던지.....순간 난 수원시 버스정류장의 시가 새겨진 풍경을 떠올리며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詩가 흐르는 수원, 나는 행복하다!_3
부산 시내 버스 정류장의 술 광고

무엇이 옳고 어떤 것이 품격이 높은지 저마다의 생각 혹은 보편적인 잣대를 떠나 생각해 보지만 아무래도 우리수원시가 한 수 위란 생각에 이르렀다. 지역에 따른 문화겠지만 올림픽 메달 색깔처럼 분명 차별화는 되는 법이다. 물론 부산은 광역 소비도시라 광고비 수입 등 이유가 따로 있을 터이다. 

그럼에도 우리 일상을, 사랑을, 희생을, 삶의 성찰 등을 꾹꾹 담은 시들은 우리들에게 세상을 품 넓게 관조하고 인생을 음미하라고 속삭인다. 
말을 서로 하지 않아도 소통되는 시간이 바로 '시를 읽는 시간'이다. 그러하니 어찌 시심이 곳곳에서 흐르는 수원을 감히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수원시민들이여 시를 읽자. 한 발자국 집밖으로 나서 버스정류장에 서거나 지동골목에 가면 그곳에 시가 있다.

연관 뉴스


추천 0
프린트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