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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부모님이 가고싶은 식당
2014-02-15 23:24:49최종 업데이트 : 2014-02-15 23:24:49 작성자 : 시민기자   김성지

적당한 곳을 찾기가 쉽지 않을 때가 있다. 밥 때가 되어서 아니면 내가 살고 있는 동네가 아닌 곳에서 괜찮은 식당을 찾는 것이 어려운 숙제처럼 여겨질 때가 있다.
식당이 다 거기서 거기지? 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잘못된 말이다. 모르는 곳을 찾아 들어가서 낭패를 본 적이 많이 있음이다. 그래서 한 끼 식사를 해결하는 것 또한 중요한 일임을 곧잘 농담 삼아 던지곤 한다.

정말 가끔 친정 부모님을 찾아뵈러 갈 때면 언니랑 늘 하는 이야기가 있다. "우리 내려가기 전에 괜찮은 식당 점찍어 놓고 가야 하는 것 아니야?" 투철한 사명감을 가지고 식당 물색에 열심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연세가 많으신 친정 부모님이 사시는 곳은 산골마을로 가구 수가 열 가구 남짓 되는 마을이다 보니 사람이 그립고 적막하기 이를 데가 없다. 내 집 남의 집 가릴 것 없이 누군가가 찾아 드는 날은 마을 안의 이야기 거리로 남는다. 그만큼 한적하고 조용한 마을이다.

늘 적막하고 갑갑하게 지내시는 부모님이 제일 좋아하시는 것은 외출이요. 차를 타고 드라이브를 나가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밖에서 식사를 하시는 것이다. 그런 것을 눈치 챈 딸들이 머리를 굴리면서 모시고 갈 식당을 물색하는 것이 가장 큰 일이 되어 버렸다.

친정부모님이 가고싶은 식당_1
벽면에 추억할 수 있는 그림이 있는 식당

친정부모님이 가고싶은 식당_2
폐교를 이용한 식당에서 부모님의 모습

이리저리 알아보다가 발견한 식당이 두 군데가 있다. 한 곳은 충청도에서 경상도로 경계지역을 넘어서서 만난 식당인데 폐교를 이용해서 식당을 꾸민 곳이다.
뒤에는 백화산이 그림처럼 자리 잡고 무엇보다 이곳이 마음에 드는 이유는 시골집에서 어느 정도 드라이브할 거리에 놓여 있고 널찍한 마당이 있어서 휴식하면서 햇살도 받고 야외로 소풍 나온 기분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친정아버지께서는 식당 안의 나무 난로와 벽면 한쪽에 그려진 벽화그림을 마음에 들어 하신다. 일을 끝내고 아버지와 함께 소를 몰고 돌아오는 아이의 익살스러운 표정과 아이의 한 손에는 아버지께 드렸을 새참으로 내간 동동주 한 주전자가 담겼을 노란 양은주전자가 들려져있다.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매개체로 그 아이가 신은 까만 고무신 또한 이야기 거리의 시작이 된다.

그 그림을 보면서 아버지는 어렸을 적의 추억이 생각나고 그것이 함께 나선 딸들에게 술술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낼 수 있으니 그것 또한 좋았으리라. 시골 식당의 정겨움은 주인 부부의 안부인사와 함께 알은 척을 해 주는 것이 연로하신 부모님한테는 관심으로 느껴져 또한 기분 좋게 하는 것 같다. 그래서 부모님이 그곳을 찾고자 하는 곳이 되어버렸다.

친정부모님이 가고싶은 식당_3
골동품이 가득한 중국집

친정부모님이 가고싶은 식당_4
친정부모님이 가고싶은 식당_4

또 한 곳의 식당은 중국집이다. 늘 집에서 밥만 드시다보니 다른 것이 입맛을 당길 때가 있다. 색다른 것이 먹고 싶어질 때 모시고 가는 곳이 있다. 그 집은 시골집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데 처음으로 방문한 곳이다. 몇 번 갔던 중국집이 문이 닫히는 바람에 그 곳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곳을 찾아 들어 갔었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것으로 봐서 음식 맛이 형편없지는 않겠다하는 생각도 하면서 말이다. 

자리를 잡고 주위를 둘러보니 부모님의 시선을 끄는 것들이 사방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지금으로 말하면 옛날 물건인 골동품들로 진열내지는 빼곡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반가운 마음에 친정아버지께서는 하나하나 설명을 해주신다. 
호롱불에 가마니 짜는 기구부터 크고 작은 됫박과 인두 곰방대 멍석말이를 한다는 멍석도 보이고 검정고무신 흑백텔레비전과 오래된 아리랑 성냥 통, 추억의 교련복과 책가방도 눈에 들어온다. 톱도 한 가지 모양이 아닌 타원형의 둥근 톱도 시선을 붙잡는다.

골고루 음식을 시켜먹고 주인아주머니께 이 많은 것을 어떻게 모으셨을까 궁금함에 여쭈어 보았다.
한 이십 년 전부터 하나 둘 모으기 시작했단다. 그 때는 이웃에서 집에 있던 물건인데 별 필요가 없다며 하나 둘 갖다 주기도 하고 친척집에서 얻기도 하고 모은다는 소문에 주위에서 가져다 준 것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근 이십 년을 모으다 보니 이렇게 벽면이고 방마다 한 가득이 되어서 장식으로 진열해 놓았다고 한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옛날 물건에 흥미와 관심을 가지고 이것저것 물어보시는 분도 많고 추억에 젖어서 이야기들을 많이 하고 가신다고 한다. 
친정아버지께서 이 식당을 마음에 들어 하신다. 이 공간에서 보여 준 물건들을 통해서 당신이 젊었을 때를 추억하고 계신지 모르겠다. 다음에도 아마 시골집을 찾을 때 아버지께서는 이 두 곳 중의 한 곳을 딸들과 함께 찾아가시지 않을까 하는 추측을 해본다.
당신의 추억을 더듬을 수 있는 곳에서 자녀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풍성한 이야기가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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