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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왔네, 오감 즐거운 팔달산에 놀러가자
2014-02-17 12:43:34최종 업데이트 : 2014-02-17 12:43:34 작성자 : 시민기자   김해자

입춘이 지난 지 꽤 되었음에도 한겨울의 추위처럼 으스스한 날씨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자연의 순리에 순응함인지 동장군의 행진이 드디어 멈췄다. 요 며칠 사이 봄날이다. 저마다 덜 무거운 옷차림으로 봄기운이 이끄는 대로 야외 나들이에 나선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어둑한 구석에 숨어 있던 봄빛이 사람들 속으로 들어왔다.

지난 주말 봄의 소리를 들으러 팔달산으로 향했다. 수시로 변화하는 것이 인간이 만든 거주지 뿐만이 아니다. 자연 역시 변화무쌍하다. 그리하여 자연의 소리를 들어보려하지만 봄에 앞서서 삶의 번잡한 소리들이 먼저 달려든다. 싫지 않다. 그 역시 봄을 재촉하는 소리거니 생각하니 통통 튀는 젊음처럼 발랄하게 느껴지니 말이다.

봄이왔네, 오감 즐거운 팔달산에 놀러가자 _1
봄이왔네, 오감 즐거운 팔달산에 놀러가자 _1

팔달산 오르는 초입 왼편으로 '남문 로데오청소년문화공연장'이라고 각자된 커다란 바위가 보인다. 평소엔 그냥 지나치던 장소다. 그런데 이번엔 아이들의 왁자한 소리가 너무도 소란스러웠기에 자연스럽게 그곳으로 들어섰다. 인근엔 공방거리와 행궁동 맛촌집이 즐비하고 또한, 젊음의 거리로 부활을 꿈꾸며 영화관도 들어선 로데오 거리가 이어지는 중간 지점에 속하는 이곳은 '만남의 광장' 같은 곳이다.

봄이왔네, 오감 즐거운 팔달산에 놀러가자 _2
봄이왔네, 오감 즐거운 팔달산에 놀러가자 _2

"너 참 잘생겼다. 영화배우 같은데... 어느 별에서 왔니?"
"권선동에 있는 00초등학교 6학년이에요. 저 정말 잘생겼죠. 다 저보고 연예인처럼 생겼다고 말해요."
아뿔싸! 당했다. 어찌나 똑 부러지게 대답하던지. 난 그냥 웃음만 터질 뿐 더 이상 대꾸를 하지 못했다. 그 모습이 우스운지 녀석은 입이 찢어지게 웃더니만 또 한방 날린다.
"제 얼굴 찍으셔도 돼요!"
"아니야~ 아줌만 저 푸른 하늘을 찍고 있단다."

우리가 명소를 찾아갔을 때 헤매며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지라도 이처럼 기분 좋은 풍경과 마주한다면 위로가 된다. 아이들의 예측불가능한 행동이 한없이 사랑스럽다. 하늘을 향해 날아갈듯 상쾌하기만 하다. 아예 맵거나 짜거나 혹은 달달하거나 특색이 있는 아이들이 마음에 오래 남듯 고삐 풀린 망아지 같은 행동들이 예쁘게 다가왔다.

저 높이 보이는 계단을 향해 뚜벅뚜벅, 쉬엄쉬엄 오른다. 좌우에 연인들의 웃음소리도 들리고 가족 나들이에 나선 정겨운 식구들의 수선거림도 들린다. 사통팔달 수원화성의 남쪽 팔달문을 거쳐 성곽으로 오르는 길이니만큼 꽤나 복잡하다. 

한겨울 내내 운동은 하지 않고 먹기만 했더니 어느새 몸무게만 훌쩍 늘었다. 그러다보니 계단을 오르는 동안 몸은 천근만근이다. 후회막급, 신세타령이 시작되려는 찰나에 조금 전 만났던 녀석들이 희희낙락 떠들며 어느새 나를 추월해 나간다. 휙~바람소리와 함께 오르던 한 녀석이 큰 소리로 웃더니만 벌러덩 계단에 누워 버린다. 어린아이의 순수함이 묻어나는 행동이다. 그 귀여움에 이끌려 힘을 얻고 중턱까지 오를 수 있었다.

역시나! 팔달산 둘레길 풍경은 봄날이었다. 반려견과 함께 경쾌한 차림새로 연신 팔을 휘저으며 운동에 몰입하고 있는 사람, 한숨 돌리느라 벤치에 앉아 수원시 경관을 바라보며 경탄에 마지않는 사람, 행복한 걸음걸이로 짝꿍과 담소를 나누며 유유자적 노니는 사람...밝은 옷을 걸쳐 입고 봄볕을 즐기려 팔달산에 오른 정겹고도 여유로운 풍경이 한아름 펼쳐졌다. 

봄이왔네, 오감 즐거운 팔달산에 놀러가자 _3
봄이왔네, 오감 즐거운 팔달산에 놀러가자 _3

바쁠 것 없는 눈길은 여기저기 사물 관찰에 정성을 기울인다. 하늘과 땅 사이 봄빛이 어디까지 왔을까, 라는 궁금증이 우선이었지만 잠시 쉼도 청하러 왔기에 더더욱 여유를 부렸다. 수원의 허파와도 같은 곳 팔달산에서 심신의 평화로움을 찾고 싶었다. 
그런데 가만있자, 저 아래 웬 장독대가 그리도 많은 것일까. 예전에는 보지 못했던 풍경이다. 집 뒤란 둘레로 크고 작은, 생김새도 다양한 독(甕器)들이 꽉 들어차 있다. 마치 요새를 방어하는 성벽처럼.

그곳은 전통과 현대가 살아 숨 쉬고 있었다. 언제부터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저곳으로 내려가는 사잇길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네...'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운치가 풍겼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나이 한 살이 더해지면서 마음가짐도 달라진다. 아직 봄날이 되려면 좀 더 시간이 걸림에도 불구하여 성질 급함이 발걸음을 재촉했다. 

봄이왔네, 오감 즐거운 팔달산에 놀러가자 _4
봄이왔네, 오감 즐거운 팔달산에 놀러가자 _4

오감이 즐거운 봄날을 즐기러 왔지만 산천초목은 아직 겨울 옷을 입은 채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의 얼굴엔 언제 들어와 앉았는지 즐거운 미소가 가득하다. 
팔달산 산책후 약간의 미련이 남는다면 인근 주변 맛집이나 박물관, 혹은 영화관 등지에 들려 문화생활로 풀어버리자. 산책도 하고 동시에 먹거리 볼거리도 해결되니 여유롭게 놀만한 장소로 이만한 곳도 없다. 수원 옛 도심에는 문화 인프라가 갖춰져 있어서 오후 퇴근 후 혹은 주말에 반나절이든 하루이든 즐기기에 참 좋다.

* 봄을 기다리며 시 한 편을 올립니다.

<초봄의 뜰 안에>

             김 수 영 

초봄의 뜰 안에 들어오면
서편으로 난 난간문 밖의 풍경은 
모름지기
보이지 않고

황폐한 강변을
영혼보다도 더 새로운 해빙의 파편이
저 멀리
흐른다

보석 같은 아내와 아들은
화롯불을 피워가며 병아리를 기르고
짓이긴 파 냄새가 술 취한
내 이마에 신약(神藥)처럼 생긋하다

흐린 하늘에 이는 바람은
어제가 다르고 오늘이 다른데
옷을 벗어놓은 나의 정신은
늙은 바위에 앉은 이끼처럼 추워라

겨울이 지나간 밭고랑 사이에 남은
고독은 신의 무재주와 사기라고
하여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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