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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혼내기 전 5초만 생각하자
이유를 알지 못한 채 혼나는 아이의 스트레스
2014-02-17 15:40:38최종 업데이트 : 2014-02-17 15:40:38 작성자 : 시민기자   안효정

요즘 나는 아들 둔 엄마 티를 내느라 바쁘다. 늘 소리를 지르거나 아들녀석의 엉덩짝을 두들겨 줄 때가 많다. '이러면 안되는데…'라고 생각만 할뿐 다급한 나는 아들아이의 행동을 보고 큰 소리를 먼저 낸다. 

얼마 전 휴일 낮에 남편은 TV를 시청하고 있었고 딸아이는 할머니 댁에 가고 없었다. 점심 준비로 주방을 서성거렸다. 아이가 뭘 하나 지켜보고 있는데, 남편의 운동기구 위를 위험스럽게 올라가서 서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운동기구는 손으로 가볍게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그 자체가 위험한 것은 아니었지만, 올라서기에는 적합하지 못한 기구였다. 

아이 혼내기 전 5초만 생각하자_1
사용한 물건은 어른의 눈높이가 아닌 아이의 눈높이로 생각하고 안전하게 치워두자

"김태희! 내려 오세요. 위험하게 누가 올라가?" 라고 말했지만, 아이는 들은 척도 않는다. 위험하다는 소리를 들은 남편이 나와 아이에게 내려올 것을 권했지만, 고집이 센 4세의 아들아이는 전혀 말을 듣지 않았다. 
기어이 남편은 일명 '맴매'를 들고 나왔다. 우리집은 크게 혼을 낼 때 30센티 자를 이용하여 발바닥을 한두 대 때려준다. 남편과 씨름을 하던 아이는 결국 아빠에게 발바닥을 한대 맞고는 운동기구를 멀리하게 되었다. 속상한 아이는 어깨를 들썩이며 울며 내게 왔고, 아이를 안아주고 달래 주었다. 
그 순간에는 그렇게라도 아이가 위험하지 않은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그건 아이의 잘못이 아니었다. 

다음날 가만히 생각해 보니 아들녀석은 그저 방 한구석에 그 물건이 있었고, 아빠가 사용하던 자세를 취하며 놀아도 보고 결국 밟고 올라서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 운동기구는 분명 남편이 사용 후 제자리에 잘 보관하지 않았기에 아이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 있었던 것이고 아이는 그저 보이는 것을 가지고 놀았던 것뿐이다. 

아이에게 있어 그 물건은 위험을 가늠하는 대상이 아니었다. 그저 하나의 놀이 도구로 생각되었을 뿐이다. 아이에게 위험하다고 생각되는 물건이었다면 사용한 어른이 잘 치워 아이가 밟고 올라가는 위험한 상황을 미리 차단했어야 하는 것이 맞다. 

그날 저녁 퇴근한 남편에게 괜히 속상한 마음을 내보이며 당신 잘못이라고 탓했다. '괜히 아이만 혼내고 아이가 얼마나 억울하고 스트레스 받았겠어?' 라며 볼멘 소리를 하며 앞으로는 그러지 말자고 얘기 했지만, 나의 마음도 편치 않았다. 
실은 낮에 청소를 하면서 그 운동기구를 나도 보았다. 그런데 나 역시 방 한쪽 구석에 치워두는 것이 다였고, 생각해 보면 아이를 억울하게 만든 공범이 나였다.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자꾸만 커져갔다. 

아들아이보다 한 살 많은 딸아이는 워낙 성격이 깔끔한 편이라 물건을 잘 어지르는 편이 아니었다. 화장대 위에 화장품 하나 내려 놓는 일이 없었다. 손이 닿는 곳에 화분이 있어도 끌어 내거나 흙을 먹는 일 따위는 없었다. 그런 딸아이에 너무 익숙해 있던 탓인지 난 아들아이의 행동이 늘 버겁다. 
화분을 깨트리고 흙 먹기는 이미 거쳤고, 영양크림 한 통을 모두 전신 거울에 발라 손으로 문지르는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유선 전화기의 줄은 이미 끊어졌고 싱크대에 식용류 및 소금 등 각종 뚜껑을 열어 쏟아볼 수 있는 것은 이미 다 해보았다. 이런 일이 있을 때 마다 나는 늘 큰 소리를 내며 아들아이를 나무랐다. 

요즘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열쇠'다. 집안에 방문마다 다니면서 방문 잠그는 흉내를 내고 때론 열어주기도 한다. 어른의 부주의한 행동으로 아이를 위험에 빠트리는 일은 여기서 또 발생했다. 어느 날 정말 위험천만한 순간이 있었다. 
동생과 놀이 중이던 나희가 "엄마! 태희봐요!" 다급한 딸 아이의 목소리에 방으로 뛰어가 보니 열쇠를 전기 콘센트 구멍에 넣으려고 안간힘 쓰는 태희가 발견 되었다. 나는 순간 머리를 얻어 맞은 듯 숨이 턱 막혔고, 아들아이에게 화를 내면서 엉덩이를 마구 두들겨 줘버렸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다. 이후로 집안의 사용하지 않는 콘센트 입구는 모두 막혔다. 

하지만, 이 소란 역시 어른의 잘못이다. 딸 아이와 분명 다른 아들을 키우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미리 대비하지 않은 나라는 부모는 순간 순간 아이를 계속 위험에 빠트리고 있다. 
옛 속담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라는 말이 있다. 요즘 아이를 키우면서 계속 생각나는 속담이다. 

아이 혼내기 전 5초만 생각하자_2
아이들의 스트레스는 어른이 상상할 수 없는 크기일 수도 있다

우리는 아이를 너무 알려고 하지 않는다. 어른의 입장에서 아이를 내려다 보고 있고 있지는 않은지 깊은 반성을 해볼 필요가 있다. 아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고 믿는 사람은 오직 부모 일텐데 그런 부모로부터 자신을 이해 받지 못해 늘 속상하고 좌절 할지 모른다. 
'엄마'라는 이름으로 사는 이들은 수 많은 육아서를 읽는다. 그러나 대부분의 많은 이들은 읽는 순간에만 반성하고 또 다시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경우가 흔하다. 

조금 불편하지만 무릎을 꿇어 세상을 그리고 집안을 살펴보자. 아이의 눈에 무엇이 가장 먼저 보일지 내가 미리 익혀둔다면 위험한 상황은 미리 차단할 수 있다. 위험한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아이를 혼내거나 채벌할 일도 줄어들며 큰 소리로 아이를 위협할 일도 없을 것이다.

사랑하는 아이를 혼내기 전에 반드시 어른의 잘못을 생각해 보고, 아이가 그 행동을 한 까닭을 살펴보고 기다려 주자. 부모는 아이와 함께 자란다고 하지 않았던가, 화내기 전에 5초만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는 연습을 해보려 한다. 이유도 모른 채 혼이나 우는 아이가 받는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싶다. 
세상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부모가 되기 위한 방법은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나보다. 오늘의 '5초'는 몇 번이나 올까? 한계가 올지도 모른다. 그래도 계속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5초'만 생각해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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