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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만에 운전대를 잡아보다
2014-02-10 00:13:53최종 업데이트 : 2014-02-10 00:13:53 작성자 : 시민기자   문예진

드디어 운전연습을 시작했다. 운전면허증을 딴 지 22년만의 일이다. 집 밖으로 한 발만 나서면 만날 수 있는 수많은 자동차들. 아직은 혼자 알아서 움직이는 자동차는 없으니 누군가가 운전대를 잡고 있을 차량들 가운데 내가 운전하는 나의 자동차는 찾아 볼 수 없다. 

22년만에 운전대를 잡아보다_1
22년만에 운전대를 잡아보다_1

면허증을 딴 지 22년. 흔히 말 하는 대로 장롱면허 소유자다. 면허증을 따는 게 쉽지 않던 시절, 대부분의 사람들이 수입인지를 몇 장씩 붙인 서류를 들고 면허시험장에 나타날 때, 단 한 번에 합격하는 기쁨을 누리며 함께 연습하던 사람들의 시샘을 받기도 할 정도로 탁월한 운전 실력을 보였던 내가, 이렇게 오랜 세월 운전대 한번 잡아보지 못하고 살게 되리라고는 그때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운전은 면허증 따자마자 바로 해야 한다는 주변인들의 조언에 따라 곧바로 운전연수도 받았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내 마음대로 끌고 다닐 수 있는 나의 차가 없었다. 남편의 차가 휴식을 누리고 있을 때에만 잠깐씩 운전대를 잡아볼 수 있었다.

아직 익숙하지 않은 운전이지만 나름대로 잘한다고 생각하는 나와는 반대로 남편은 나의 운전을 결사반대하면서, 자신이 평생 기사 노릇 해 줄 테니까 그냥 옆자리에 타고 편하게 다니라는 거다. 아이 셋의 엄마인 아내가 운전 하는 게 영 불안했던 것 같다. 

그러던 차에 아파트 주차장 옆자리에 세워져 있던 차를 앞에서부터 뒤꽁무니까지 긁어버리는 사건이 생기면서 그 이후로 운전과의 긴 이별이 시작되었다. 내 차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요, 특별히 어디를 나갈 일도 없던 나 또한, 운전의 필요성을 별로 느끼지 못하면서 시간은 흘러갔다. 

내 아이 셋에 직장생활 하던 막내여동생의 딸까지 데려다 키우던 시절에는 아이들이 아파서 병원이라도 갈일이 생기면, 아이 넷을 업고, 안고, 걸리면서 버스를 타고 다녀오고는 했다. 그런 누나의 모습이 안쓰러운지 바로 밑의 남동생이 자기가 타던 차를 주겠다고 한다. 그런데 그때는 내가 거절했다. 

어설픈 운전 실력으로 아이 넷, 더구나 조카아이까지 태우고 다니다가 정말 사고라도 나면 큰일이다 싶은 생각에 거절을 하고 그 이후로도 열심히 업고, 안고, 걸리며 버스를 타고 낑낑거리며 다녔다. 내가 버스와 전철을 애용하며 다니는 동안 주변 지인들은 운전학원만 다니면 곧 바로 자신의 차를 만들어서 마이카 족에 합류를 한다.

살짝 부러운 마음도 생기지만 내 주변인들에게 자신의 차가 생길수록 점점 운전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며 지냈다. 언젠가는 시동생이 차를 바꾸면서 타던 차를 내게 선물했는데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두 달여를 그냥 세워만 놓고 있었다. 내 차가 생겼는데도 별로 타고 싶은 생각도 없고, 타고 나갈 일도 없어 세워만 두고 있었던 거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문제는 우리 집에 자동차가 한 대 더 생기므로 인해 경제적인 지출이 많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결국 시동생이 준 차는 두 달 만에 다른 주인을 찾아가고 말았다. 지금도 내차의 필요성을 별로 느끼지는 않는다. 단지 남들이 모두 하는 걸 나만 못하고 산다는 게 바보처럼 생각 되어질 때가 가끔은 있다. 내가 할 수 있음에도 안하는 것과 할 수 없어서 못하는 것의 차이정도.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다니는 것에 별 불편을 느끼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가끔은 내차가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나만의 자동차가 생기고 내가 운전을 하게 된다면 정말 해보고 싶은, 내가 꿈꾸는 장면이 있다. 석양이 예쁜 어느 강가에 차를 세워놓고 감미로운 음악을 들으며, 향이 좋은 커피를 마시면서, 노을 지는 하늘을 바라보는 것이다. 우습지만 내가 운전을 배우고 싶은 가장 큰 이유다. 

다행히 이제는 아내가 운전을 해도 괜찮겠다 싶었는지 남편이 운전을 가르쳐주겠다고 한다. 아직 개통전인, 잘 다듬어진 도로를 찾아 가서 드디어 운전석에 앉아본다. 시동을 걸고, 사이드 브레이크를 내리고, 기어를 D에 놓는다. 내가 운전하는 차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나는 똑바로 가고 싶은데 자동차는 좌, 우로 살짝 왔다갔다를 반복한다. 

앞만 보지 말고 시야를 넓게 가지라는 남편의 말에 따라 열심히 백미러도 보며, 좌회전, 우회전 깜박이도 넣고 차선변경도 해본다. 시간이 흐를수록 자동차와 하나가 되는 느낌이 들면서 차의 흔들림도 없어진다. 그런데 오가는 차량 하나 없는 곳에서 혼자서만 왔다갔다를 반복하니 시시하다. 

잠깐 남편이 차에서 내려 담배를 사러 간 사이 주차를 멋지게 하고 내가 꿈꾸던 장면을 연출한다. 비록 노을 지는 강변은 아니지만 음악을 들으며 커피를 마신다. 운전석에 앉아서 홀로 듣는 음악은 남편의 옆자리에 앉아서 듣던 것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음악이요, 커피향도 그전에 마시던 것과는 비교 할 수 없을 정도로 향기롭고 진하다.

22년만에 운전대를 잡아보다_2
운전석에 앉아 분위기 잡으며 먹은 커피와 간식

한참을 분위기에 취해 있는데 저 멀리서 남편이 걸어온다. 반복해서 왔다갔다를 하던 길 끝에서 아무리 차를 기다려도 오질 않아 걸어 왔단다. 실내용 얇은 옷만 입은 채로 내렸던 터라 추위에 떨면서 오는 남편을 보니 많이 미안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차량이 가장 적은 길을 찾아서 오는데도 막상 도로로 나오니 등에서 식은 땀이 흐르며 조금 전에 부리던 여유는 사라지고 없다. 

다니는 차량 하나도 없는 곳에서는 열심히 백미러도 보았건만 정작 봐야 할 곳에서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옆으로 다른 차량만 지나가도 부딪칠 것 같아서 몸이 움츠러들며 한쪽으로 비켜선다. 드디어 집 앞 주차장, 집까지 오는 짧은 시간에도 긴장한 탓으로 온 몸이 아프다. 

혼자 연습 할 때는 엄청 잘난 체 하다, 실전에서는 또 엄청 헤매며 우왕좌왕한 아내에게 싫은 소리 한번 안하고 운전을 가르쳐준 남편이 오늘따라 참 든든하고 고맙다. 
지금 마음 같아서는 그냥 평생 남편 옆자리에 앉아 다니는 걸로 만족하고 싶지만 그래도 이왕 도전했으니 베스트드라이버를 향해 또 새로운 도전을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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