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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형수님, 질병의 질곡을 잘 이겨내시길
봄의 길목에서 아픈 사람들을 생각한다
2014-02-13 23:39:11최종 업데이트 : 2014-02-13 23:39:11 작성자 : 시민기자   김형효
아픔, 절망, 희망, 모두가 사람의 일이다. 누군가 아프다. 내가 아니다. 누군가 아플 때 그 아픔을 함께 하기에 더욱 사람이 빛난다. 사람들은 참 좋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내가 아프지 않아 다른 사람을 위로하며 마음으로 아픔을 함께하는 것을 다행이라 한다. 

시민기자는 그 동안 가족의 질병으로 겪는 우환이 없이 살았다. 그런데 3년 전 우크라이나에 있을 때 팔남매에 넷째인 내게 아픈 소식이 전해졌다. 바로 위 셋째형의 부인이신 형수님께서 머리에 암이 발병해서 3개월 정도 밖에 살 수 없다는 것이다. 나는 그때 그냥 짧은 순간 뜨겁게 맺히는 눈물을 쏟고 슬픔에 잠겼다. 그리고 지금까지 무사하게 살고 계시는 형수님에게 감사하고 있다.

지난 1월 어느 날 또 다시 매우 심각해져서 이제 2개월 시한부라는 말을 들었다. 그리고 며칠 후 마지막 수술을 한다는 소식이 비밀한 소식으로 형제들을 통해서 전해져왔다. 나는 어찌해야할지 감당이 안되는 마음으로 안타깝기만 했다. 
사람들은 먹고 산다는 이유로 사람으로 살아야 하는 매우 많은 일들을 포기 당한다. 시민기자도 직장에 충실한다는 이유로 중대 수술을 한다는 데도 발걸음을 옮겨 찾아가지 못했다.  

마음 아프지만, 마음 같아서는, 등등의 이유로 사람의 일을 대신하고 있는 것이 현대인들의 사람살이다. 하지만 그런 것이 못마땅한 나는 어쩔 수 없이 못난 구식의 인간이란 소리를 감내하며 전통적인 서정에 갇혀 슬프다. 이번 설날에는 어떻게 하던 형수를 찾아뵙겠다고 다짐했다. 그래서 직장에서 조금은 불성실하게 근무하고 근무지이탈을 해서 고향의 부모님을 찾아  뵙고 형수를 찾아 인사를 건넸다. 

시민기자는 그 길에 외국인 아내에게 우리의 설날에 문화를 제대로 학습시켜야하는 의무감도 함께 떠안아야했다. 저녁 11시 40분 수원역에서 기차를 탔다. 설날 당일 늦은 밤이었다. 2월 1일 새벽 3시 30분에 함평역에 도착했고 택시를 타고 새벽 5시가 되어서야 집에 도착했다. 

나의 형수님, 질병의 질곡을 잘 이겨내시길_1
아내와 성묘를 갔다. 할아버지, 할머니 산소는 남녘 바다를 향하고 있어 성묘를 갈 때마다 바다를 만난다.

나의 형수님, 질병의 질곡을 잘 이겨내시길_2
고령의 고모님을 만나며 아내는 한사코 사진을 찍자한다. 이미 다른 고모님이 돌아가셨는데 한 번 인사를 드린 고모였다. 그래서 아내는 더 사진이라도 남기고 싶어하는가보다. 가족이라는 흔적을 간직하고 싶어서일까?
다음 날 아침 가족들과 어우러져 아침 식사를 하고 세배도 놓치고 산소를 찾았다. 가까운 절을 찾아 주지 스님과 93세 되신 큰 스님에게 절을 올리고 86세 되신 고모님을 찾았다. 몸이 불편하신 고모님께서는 절을 사양하셨다. 아내는 아픈 고모님께서 절을 사양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1박 1일에 가까운 일정을 소화하느라 더욱 바쁘게 움직였다. 

점심을 형제들과 함께 한 후 곧 장흥을 찾아가기로 했다. 몇 해 전 암 발병 사실을 알고 난 후 광주에 사시던 셋째 형네는 항암치료 목적으로 장흥 편백나무 숲이 있는 인근 마을로 이사를 한 것이다. 목포를 거쳐 가야 하는 길이라 목포에서 시인 김재석 님을 만나 커피를 마시며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를 나눴다. 

아쉬움 인사를 나누고 장흥 가는 버스에 올랐다. 저녁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봄을 재촉하는 비를 맞으며 셋째 형네를 찾았다.
그리고 바로 저녁식사를 하고 짧은 인사를 나눈 후 곧 수원으로 오는 길을 재촉했다. 사람의 일이 이리도 어렵다. 그래도 아픔을 함께하는 것이 아닌 사람의 도리를 외면하지 않고 끝끝내 사람의 도리를 지켜가자고 하는 것이 사는 이유가 되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나는 그런 모습을 아내에게 보여주고자 한다. 함께 이해해주는 아내의 모습에 감사하며 삶의 길을 동행하는 삶을 살아갈 것이다.        

생과 사의 갈림길에 선 사람의 복잡한 심경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과 그저 최소한의 도리라도 잊지 않고 살겠다는 사람, 우리는 그렇게 살고 있다. 오늘 다시 봄의 길목에 들어서며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을 보고 또 보자. 
행복은 내가 사람으로 살며 지근거리의 사람과 서로 평화로운 눈길로 바라볼 수 있는 여유를 찾는 것이란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나의 형수님께서도 꼭 이 험난한 삶의 질곡을 이겨내시길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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