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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2014-02-08 09:25:40최종 업데이트 : 2014-02-08 09:25:40 작성자 : 시민기자   문예진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 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윤동주 시인의 '서시'중 일부이다. 
 '하늘'이라는 단어는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그중, 나에게 있어서 '하늘'이라는 단어는 나의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존재, 겉모습이 아닌 나의 내면의 모습까지도 읽어 낼 수 있는 존재로 느껴진다.
가장 정직하고 진실 된 모습을 드러내야만 하는 대상으로 말이다. 그래서 시인 윤동주도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기원하지 않았을까. 

가끔 하늘을 올려다본다. 하늘보다는 땅을 바라 볼 때가 훨씬 많지만 어쩌다 한번 씩 올려다 보는 하늘은 항상 다른 빛깔, 다른 느낌으로 내게 다가온다. 

'하늘'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오래전, 노태우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된 다음날 아침 집을 나설 때의 일이다. 밤새 대문 앞을 지키며 기다리고 있던 수많은 기자들이 제각기 한마디씩 준비한 질문들을 던진다. 

그중에 한 여기자의 질문이다. "오늘 아침 하늘을 보셨나요?" 그때 그 여기자의 질문은 굉장한 강렬함으로 내게 기억됐다. 지금도 '하늘'이라는 단어를 들을때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대통령 당선자에게 건네는 질문의 대부분은 앞으로의 국정운영에 대한 계획, 당선소감, 어젯밤에 잠은 잘 주무셨냐는 등의 상투적인 질문들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당선된 후 첫날 아침 하늘을 보았느냐는 질문은 그 속에 모든 것을 다 담아내고 있다고 생각되어졌다. 지나간 선거기간 동안의 모든 일들과 앞으로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감당해야할 모든 것까지를 포함하고 있는 질문인 것이다.

나의 기억으로는 노태우 대통령 당선자의 대답은 이랬다.
"지금 봅시다" 그러면서 웃음 머금은 얼굴로 아침하늘을 올려다봤다.  질문을 던진 기자도 멋지고 하늘을 올려다보는 당선자도 멋진 그날 아침의 한 장면이 많은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내게 특별함으로 남아 가끔 하늘을 올려다 보는 버릇이 생겼다.

일부러 고개를 들어 올려 보아야지만 눈에 제대로 들어오는 하늘. 그 하늘은 한 번도 같은 모습으로 내게 보이지 않는다. 어느 날은 티끌 하나 없이 깨끗한 파란색으로 보이다가, 어느 날은 진한 회색빛깔로 자신을 슬쩍 감추기도 한다.
잠자러 들어간 사이 자신이 잊혀질까봐 퇴장하는 순간까지 붉은 빛깔을 흘려보내는 태양으로 인해 핏빛 같은 붉은 하늘이 되기도 한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_1
퇴근길에 올려다 본 하늘

며칠 전, 퇴근길에 올려다 본 하늘은 그동안 보던 하늘과는 또 다른 하늘이었다. 파란 꿈을 풀어 놓은 듯 부드러우면서도 몽환적인 빛깔로 내 감성을 흔들어 놓는다. 지금까지 한 번도 그런 빛깔의 저녁하늘을 본적이 없다. 

노을 질 때의 환상적인 빛깔의 붉은 하늘도 아니요, 노을까지 삼켜버린 늦은 저녁의 거무스름한 하늘도 아니다. 꿈길을 거니는 듯한 느낌의 파란 하늘이 아지랑이처럼 나를 감싼다. 그 하늘 가운데 빛나는 보석처럼 걸려있는 달빛도 참으로 아름답다. 

한동안 눈을 떼지 못한 채 저녁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다.
신비로운 아름다움을 품고 있는 하늘을 보며 그것을 말로써 아름답게 표현하고 싶은데 아무리 생각해도 표현할 수가 없다. 그냥 표현 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라고 말해버리기에는 너무나 안타깝고 아쉽다. 

이럴 때 내 자신이 아주 많이 답답하다.
내가 느끼고 표현하고 싶은 것들을 명쾌하게 말로 또는 글로 나타 낼 수 있는 능력이 나에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퇴근길에 올려다 본 하늘을 통해 나도 윤동주 시인처럼 괴로워한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살기를 소망하며 하늘처럼 높고 넓은 마음으로 세상을 품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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