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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만난 나의 친구들
2014-02-08 11:52:27최종 업데이트 : 2014-02-08 11:52:27 작성자 : 시민기자   문예진

새 학기가 시작 될 때마다 학교 출판국을 통해 구입하던 교과서를, 이번에는 서점에서 직접 구입했다. 집까지 편하게 배달되어오는 구매 방법을 놔두고 무거운 책을 낑낑거리며 직접 들고 와야 하는 수고로움을 택하게 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얼마 전, 함께 공부하는 학우 한명이 새 학기 교과서를 펼쳐놓고 찍은 사진을 학과카페에 올려놓았다. 나는 아직 교재 구입을 위한 어떤 준비도 안한 상태인데 다른 학우들은 벌써 새 학기 공부를 시작 하는구나 라는 생각에 갑자기 마음이 조급해진다. 

새로 만난 나의 친구들_1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의 3학년 1학기 교재들

나도 빨리 교재를 사야 할 것 같은 마음에 주문 후 며칠을 기다려야 하는 학교 출판국대신 서점구입을 선택한 것이다. 개강일이 따로 정해진 것도 아니요, 학교에 출석해서 직접 강의를 듣는 것도 아닌 방송대학교의 공부는, 언제든지 내가 시작하고 싶을 때 공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직장생활과 학업을 병행하다 보면 늘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방학기간부터 미리 공부를 하는 학우들도 꽤 많다. 여러 스터디그룹에서는 방학 동안에도 모임을 갖고 공부를 하는데, 벌써 어떤 그룹은 이미 교과서 한 권을 다 끝내고 다음 교과서로 들어간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하지만 나는 내 자신이 정해 놓은 나름대로의 원칙이 있다. 학과공부는 학기 중에만 한다는 것이다. 방학 중에는 평소에 내가 하고 싶었던 것들을 열심히 하면서 휴식을 취해야만 학기 중에 지치지 않고 공부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정한 원칙이다.

이런 원칙을 세워 놓은 나에게 1학기 시작은 3월 1일부터이며, 2학기의 시작은 9월 1일부터이다. 아직 1학기가 시작되지 않은 2월까지는 어떤 일이 있어도 교과서를 펼치지 않는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이런 원칙에도 불구하고 2월에 접어들면서 살짝 불안해진다.

벌써 학교의 행사준비로 바빠지기 시작하면서 방학이 끝나버린 기분도 들고, 4학년 선배들의 졸업식과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위한 준비 외에도 학기 초에 몰려있는 많은 행사들을 위한 준비로 벌써부터 몸도 마음도 바빠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새 학기 시작과 함께 정신없이 진행되는 과제물 제출과 출석수업, 출석시험 등으로 인해 미리 공부를 시작하는 다른 학우들의 소식을 전해 들으면서 조금은 마음이 급해진 것이다.

어쨌든, 교재는 구입 할 때가 되어서 사기는 해야 하는데, 급해진 마음 탓으로 조금이라도 빨리 내 손에 넣을 수 있는 방법인 서점 구입을 하게 된 것이다. 필요한 과목을 구입하기 위해 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이번 학기에 내가 수강 신청한 교과목을 확인한다.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 3학년 1학기의 교재는 고전소설강독, 우리말의 구조, 서사문학의 이해와 창작, 고전시가론, 문학비평론, 신화의 세계 등 이렇게 여섯 권이다. 이 중, 전공과목이 다섯 과목이고 나머지 한 과목만이 교양과목이다.

2학년까지는 전공이 3과목, 교양이 3과목이었는데, 3학년인 이번 학기는 전공과목의 비중이 굉장히 높아졌다. 처음 국어국문학과를 택해서 입학을 할 때는 문학소녀의 꿈을 늦게나마 이루고 싶다는 이유가 가장 컸지만 또 다른 이유 중의 하나는 어려운 영어, 수학대신 우리글로 된 국어를 공부 할 수 있어 조금은 쉽지 않을까라는 얄팍한 생각도 했었다. 

그런데 갈수록 어렵다. 이 땅에 태어나서 국어를 배우고 사용하며 살아온 세월이 수십 년 인데도 불구하고 배울수록 어렵고 조심스러운 것이 바로 국어다. 그동안 배운 과목 중에는 맞춤법과 표준어라는 과목도 분명히 있었음에도 아직도 띄워 쓰기는 어려워 글을 쓸 때 마다 나를 고민하게 만든다.

더욱이 어려운 것은 국어학이다. 읽기와 쓰기만 알면 국어는 다 아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다. 자음과 모음이 각자 어떤 방식으로 발음되는지에 따른 분류는 국어학을 공부하면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고, 지금도 확실한 구분이 어렵다. 

두 입술이 닿았다가 떨어지면서 나는 소리는 양순음이며, 혀의 안쪽인 후두 성문에서 기류의 방해로 나는 소리는 후음이며 등의 분류는 아무리 열심히 소리를 내면서 구분을 해보려고 해도 정말 어렵다. 영어, 수학을 피해서 들어온 나에게 국어국문학과의 공부는 "요놈, 매운 맛 좀 봐라"의 벌칙 같다. 

그래도 2학년까지는 그야말로 교양을 쌓을 수 있는 3과목의 교양과목이 있어서 나를 지탱해줬는데, 3학년인 이번 학기부터는 참으로 힘든 시간이 될 것 같다. 어렵다고 전공과목을 포기하면 절대 안 된다. 1,2학년 때 제대로 공부하지 않으면 3,4학년 공부가 정말 힘들다라고 선배님들은 늘 말씀하셨다. 

특히 3학년으로 편입한 선배들이 학점이 안 나와서 1,2학년 과목을 수강하는걸 보면서 그 동안은 남의 일인 줄로만 알았는데 이제는 나에게 일어날 수도 잇는 상황이구나 싶은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든다. 

한 학기동안 내가 가장 사랑하며 가까이 해야 할 나의 친구들이 생겼으니 까다로운 이 녀석들을 잘 다루며 한 학기를 보내야 하는데, 방법은 딱 하나인 것 같다. 열심히 만나는 것이다. 
사람도 자주 만날수록 정이 드는 것처럼 이 녀석들도 나와 만나는 횟수만큼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것을 열어 보여줄 것이기 때문이다. 말하기, 듣기, 쓰기와 더불어 우리글의 구조까지도 사랑하고 이해할 수 있는 진정한 국어국문학과의 학생으로 거듭나기 위해 기지개를 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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