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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사진전시회 구경하기
2014-02-06 23:20:14최종 업데이트 : 2014-02-06 23:20:14 작성자 : 시민기자   김성지

시골에 계신 어머님을 모시고 수원에 있는 척추전문병원에 예약을 하고 방문했다. 예약을 했는데도 대기 시간이 근 한 시간가량 걸린다는 이야기다. 환자들이 많아서 어쩔 수 없다는 설명을 곁들인다.

어떻게 시간을 보낼까 생각하다가 현관 입구에 들어설 때 무슨 전시회 같은 것이 보였던 것이 생각이 났다.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서 내려가서 구경해 보기로 했다. '수원을 기록하는 사진가회 정기 전시회, 골목 전'이라는 표제가 붙어 있고 양쪽으로 사진들이 전시가 되어 있다.

병원에서 사진전시회 구경하기_1
병원에서 만난 사진 전시회

병원에서 사진전시회 구경하기_2
계란의자 라는 제목의 사진

월세 방이라는 제목이 붙은 사진 속에는 골목길 한쪽 벽면에 월세 방을 내놓는다는 전단지에 누런 테이프로 사방을 붙인 모습이 간혹 우리 동네 골목길 어귀에서 볼 수 있는 것으로 친근함을 담고 있다.
동네 어른들이 계란 판을 의자삼아 깔고 앉아서 동네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주제가 되어 담소를 나누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게 하는 참 인상적이고 재미가 있는 작품으로 때마침 이곳의 배경이 되어 주는 곳이 계란 판매 가게 앞이라는 사실이다. 이 사진의 제목은 바로 '계란 의자'이다. 

그 골목에 '장맛'이라는 제목이 붙여 있는 곳에는 골목길 어느 집 장독대에서 인상 좋은 우리네 어머니가 장을 푸고 있는 모습을 만날 수 있다.
함께 사진을 보던 어머니께서 한마디 하신다. "때깔이 좋은 것을 보니 장맛이 좋기는 하겠다. 지금이 정월이니 된장이나 간장을 담글 때네." 사진을 보고 있던 어머니께서는 집에 있는 장 담글 메주가 생각이 났나보다.

'외출 준비'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사진은 북수동 작은 골목길에 노인이 빈 휠체어를 끌고 집으로 향하고 있고 몸이 불편한 남편을 외출시키려 준비해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사진을 찍은 사람의 추측 설명이 곁들여 있다.

병원에서 사진전시회 구경하기_3
윤희네 할머니 김장하던 날

그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으니 한편으로는 애잔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노부부가 불편한 몸이지만 서로의 지팡이가 되어 주는 모습 같기도 하면서 언젠가 공원길에서 보았던 노부부의 다정하게 손을 잡고 인생의 뒤안길에서 함께 있어 주는 모습이 떠오른다. 친정엄마가 가끔씩 하시는 말씀이 있다.
"누가 뭐라 해도 제일 불쌍한 사람이 혼자 사는 사람인 게야. 그러니 네 시어머니한테 잘 해라."

나이가 들어가면서 옆에 말동무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이고 버팀목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하시는 말씀일 것이다. 노인들에게 가장 큰 적이 외로움이라는 말 또한 생각된다.
누군가의 발자국이 담긴 '발자취'라는 제목의 사진도 있고 '윤희네 할머니 김장하던 날'이라는 제목을 가진 사진을 들여다보다가 나도 모르게 히히 웃어 버리고 말았다.

윤희네 할머니 집 마당에 동네사람들이 모여들어 매콤 달콤한 김장 속 버무리는 풍경부터 윤희할머니로 추측되는 분이 할아버지에게 버무린 김치 한 조각을 입에 넣어주는 모습에서 완전 반해버렸다. 어쩜 이리도 사이가 좋은 노부부의 모습이란 말인가. 은근히 질투를 불러일으키는 순간 포착의 명장면이 아닐까? 

많이 지루할 수 있었던 병원에서의 기다림이 사진 전시회를 둘러보면서 지루함을 덜 수 있었고 어머니와 함께 추억을 떠올리며 이야기 거리가 되어 주어서 좋았다.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장소 어디든 전시회가 열리고 있음이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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