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은 재즈 즐기기
마음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공연을 만들어나가는 이들
2014-01-13 13:31:50최종 업데이트 : 2014-01-13 13:31:50 작성자 : 시민기자   신동선

빨간 립스틱 하얀 담배연기
테이블 위엔 보석 빛깔 칵테일
촛불 사이로 울리는 내 피아노
밤이 깊어도 많은 사람들
토론하는 남자 술에 취한 여자
모두가 깊이 숨겨둔 마음을 못 본 척하며
목소리만 높여서 얘기하네
흔들리는 사람들 한밤의 재즈 카페
하지만 내 노래는 누굴 위한 걸까
- '재즈까페' (신해철, 1991) 

재즈까페에 대한 일반적인 이미지는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흔히 어두컴컴하고 담배 연기 자욱한 지하의 공간이 연상되어 선뜻 가는 것이 꺼려지며, 재즈음악은 귀에 익숙하지 않아 왠지 어렵다는(또는 지루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인식을 바꿔나가는, 재즈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그저 마음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공연을 만들어나가는 이들을 만나보았다. 

계속되는 한파로 몸과 마음이 꽁꽁 언 지난 11일 저녁, 합정동에 위치한 재즈클럽인 '재즈다'에서는 여느 때처럼 재즈공연이 열리고 있었다. 까페를 가득 메운 관객의 면모는 평소와 다르지 않았고, 공연 내용도 다르지 않았지만, 평소의 공연과 한 가지 다른 점은 동호회 차원에서 이루어진 공연이라는 점이다.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은 재즈 즐기기_1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은 재즈 즐기기_1

'재즈매니아'는 음악을 전공하지 않았지만 재즈를 너무 좋아한 나머지 직접 악기를 들고 나선 순수 아마추어 연주자, 취미가 또 다른 직업이 된 부업 연주자, 음악을 전공하고 활동하고 있는 프로 연주자, 악기를 연주하진 않지만 공연을 즐기는 애호가들이 모두 모여있는 동호회이다.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에서 만들어진 '재즈매니아'는 2007년부터 지금까지 꾸준한 공연을 통해 초기의 소수 애호가들의 전유물로 여겼던 재즈를 점차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즐기는 문화로 만들어 나가고 있다. 이날 연주한 회원들의 면면도 회사원, 공무원, 대학생, 연구원, 자영업자, 교사, 노동자 등 각양각색이었다. (다양한 분야의 회원이 있다 보니 법률 자문, 영상 제작 등 회원 간의 영업(?)도 이루어지며 또다른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다.) 

'재즈매니아'의 회원은 약 6000여 명. 
"다른 음악장르와 달리, 재즈는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연주할 수 있기 때문에 꽉 짜여진 긴장 속의 일상에서 벗어나 자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재즈는 장르의 특성상 즉흥연주가 중심이 되기 때문에, 꾸준한 연습과 다양한 사람들과의 소통과 연주를 통해 이런 즉흥연주가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연습만 하는 것보다 무대에서의 연주를 통해 더욱 자신감과 성장의 기회를 얻을 수 있게 되지요. 재즈매니아는 회원 수가 많은 만큼,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많습니다. 음악인의 특성(?)상 온라인보다는 오프라인에서의 활동을 선호하는 분들도 많구요. 그래서 다양한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할 수 있는 무대를 지속적으로 운영해서, 커뮤니티 내에서 다양한 팀이 수시로 결성되고 해체되기도 하면서 꾸준히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어요" 모임 대표를 맡고 있는 장태화씨의 설명이다. 

실제로 이날 공연도 호스트 밴드를 중심으로 한 짧은 공연 뒤에, 보컬, 기타, 피아노, 플룻 등 여러 악기를 다루는 회원들이 참여해서 즉흥 연주를 하는 잼 세션이 진행되었다.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한 음악 동호회의 시작은 인터넷의 보급과 함께 이루어졌다. 90년대 후반 천리안, 나우누리 등 피씨통신을 통해 생긴 동호회들은 이후 네이트, 프리첼, 싸이월드, 네이버 등의 포털 사이트를 통해 확산되었다. 하지만 락, 가요를 다루는 동호회에 비해 이러한 재즈 동호회의 확산은 활발하지 않았다. 다른 장르에 비해 재즈가 친숙하지 않고, 배우기도 어렵다는 선입견이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으로 재즈 동호회는 여러 동호회로 분산되지 않고 몇 개의 동호회로 모이는 경향을 보였으며, 현재는 재즈매니아가 그중 가장 큰 동호회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재즈 연주를 위한 동호회의 특성으로 인해 합주를 하기 위한 공간이 필요하다. 예전에는 합주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드물어서, 이러한 합주실을 동호회에서 자체적으로 보유하는 것이 유행하던 시기도 있었지만, 이러한 합주실은 양날의 검이 되기도 하였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연습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합주실이라는 좁은 공간적 한계 때문에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소통하기 어려워지기도 했고, 합주실을 유지하기 위한 금전적인 문제 등으로 각종 분란이 생기는 경우도 간간히 발생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는 수많은 사설 합주실이 존재하며 (홍익대 근처에만 80여 개의 합주실이 영업하고 있다.) 누구나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재즈매니아'에서는 따로 합주실을 보유하지 않고 각 팀별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재즈매니아는 재즈를 기반으로 한 커뮤니티지만 재즈만을 고집하지도 않는다. 동호회 내의 각 팀은 락, 알앤비, 팝, 가요, 동요, 민요, 만화주제가 등 다양한 음악을 연주하며, 클래식 또는 국악과 어우러진 연주를 하기도 한다.
"재즈는 어떤 장르의 음악과도 접목이 가능하고, 다른 장르와 접목했을 때 새로운 느낌을 만들 수 있습니다. 동호회에는 재즈 연주자뿐 아니라 클래식, 국악, 민속악기 연주자들도 상당수 있고 스스럼없는 교류를 통해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결과 해가 갈수록 지역에서의 재즈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져, 현재 10여 개의 팀이 활동하고 있고, 이 외에도 다양한 팀들이 활동하고 있다. 

재즈매니아에서는 연주를 위한 교류 외에도 국내외에서 이루어지는 각종 재즈공연, 행사에 대한 정보를 빠르게 접할 수 있고, 정보의 공유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인터넷 상의 동호회에서는 개인이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올려서 자칫 잘못된 정보가 퍼질 수도 있고, 이로 인해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재즈매니아에 올라오는 정보는 전문가들의 댓글을 통해 걸러지고 발전됨으로써 더욱 유용한 정보로 만들어진다. (한 예로, 동호회에 올라오던 밴드 악보는 여러 의견을 거쳐 '결혼식을 위한 재즈연주'라는 책으로 출판되기도 하였고, 거리공연에 대해 올라온 글은 출판을 앞두고 있다.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은 재즈 즐기기_2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은 재즈 즐기기_2

동호회의 활발한 활동으로 인해 다수의 기획사, 기관 등에서 공연,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있고, 동호회 내의 개인 혹은 팀들이 이러한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 외에도 동호회 내의 각 팀은 나름대로 페스티벌 참여, 클럽공연, 거리공연 등을 통해 재즈와 친근해질 할 수 있는 다양한 무대를 만들어오고 있다. 한 예로, '재즈공장'팀은 음악을 전공하지 않은 직장인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주말을 이용해서 꾸준한 거리공연을 하였고,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달 서울문화재단에서 표창과 상금을 받기도 하였다. 

흔히 음악 동호회의 공연은 회원들이 돈을 모아 장소를 대관하고, 동호회원, 연주자의 지인들이 자리를 채워서 진행하는 '그들만의 잔치'분위기인데 반해, 이날의 공연은 재즈클럽의 정기공연의 일환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재즈매니아에서는 매달 정기적으로 공연을 한다.), 동호회원과 재즈음악을 감상하기 위해 찾은 관객이 섞여 시종일관 흥겨운 분위기의 공연을 이어졌다. 

2014년이 시작된 지 얼마 안된, 연초의 복잡한 현실과 싱숭생숭한 마음을 잠시나마 잊게 해준 2시간 여의 재즈공연이 끝나고 각 회원들은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치열한 생활을 이어갔다.

연관 뉴스


추천 0
프린트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