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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라도 괜찮아, 곧 봄이 올 테니까
2014-01-15 12:27:27최종 업데이트 : 2014-01-15 12:27:27 작성자 : 시민기자   김해자

새해를 맞이하면서 한동안 날씨는 겨울임에도 따스한 봄날처럼 포근했었지. 산에도 들에서도 풋풋한 초록의 물결이 아장걸음들로 사람들을 반겼었지. 그러나 미안하지만, 너는 잠시 속고 있었던 게야. 위대한 자연의 위장술에! 그렇다고 속상해 하지는 말아, 그 아무리 힘이 센 동장군도 머지않아 자연의 선물, 봄빛에 녹고 말테니깐!

겨울이라도 괜찮아, 곧 봄이 올 테니까_1
겨울이라도 괜찮아, 곧 봄이 올 테니까_1

또리야, 산책 나가자! 너도 사람을 잘못 만나 7년이란 세월을 꼬박 아파트 온실에서만 살고 있으니 지칠 만도 하지. 어쩌다 한 달에 두어 번 병원 가는 날에만 콧바람을 쐬니 나도 네 마음을 조금은 이해하고 있다구. 엘리베이터를 타자마자 답답하다는 듯 문을 긁어대고, 내리자마자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현관문을 향해 왜 냅다 뛰어가는지를! 그런 면에서 본다면 너나나나 바람을 즐긴다는 공통점을 가졌구나. 그래, 모든 생명들은 자유롭게 방목하는 것이 최고지.

자, 그러니 또리야! 오늘은 내 인심 팍 쓴다. 네 놈이 그동안 경험해 보지 못했던 행복과 평화 그리고 자유를 마음껏 누려 보거라. 그동안 보고 싶었던 네 동족의 움직임과 소리도 느껴보고, 인간들이 누리며 살고 있는 도시의 풍경들을 접해보면서 꽉 억눌려있었던 행동에 보상받는다는 차원에서 마음껏 즐기거라. 자, 그럼 오늘은 드넓은 멍석을 깔아줄 터이니 실컷 놀아 보거라.

인간은 추운 겨울날 볕 한줄기에도 가난한 마음이 사르르 녹는단다. 너는 어떠냐! 언젠가 신문에서 본적이 있는데, 너희들은 맛있는 것 많이 주고, 매일매일 안아준다고 하여 사랑이 아니라고 하더구나. 진짜 사랑은 마음껏 뛰어놀게 하는 것이라고 하던데, 그것이 사실인지 오늘 증명해 보이거라. 차후 너의 복지문제가 좌우되는 것이니 오늘 너의 행동거지를 잘 지켜보겠다. 

또리야, 아무리 달리고 싶어도 그렇지, 따라가는 나도 힘들다. 천천히 가거라. 너무 뛰기만 하는 것은 장시간 누릴 것을 고려해 볼 때 독이 될 수 있단다. 네 놈은 세상의 빛을 본 순간부터 지금까지 이처럼 많은 시간을 나돌아 다닌 적이 없는 터라 금방 지치고 몸에 무리가 와 병을 얻을 것이다. 
그동안 못 본 자유의 빛을 모두 흡수하겠다는 욕심은 접거라. 사람도 사랑하는 이에게 할 말을 모두 하고 산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니, 오히려 손해를 본단다. 하고 싶은 말이라도 조금은 아껴둬야 신심 깊은 사람으로 여겨져 오래가는 법이란다.

우리 지금부턴 시장통으로 가보자. 여기는 시련과 고통, 미움과 사랑의 강이 흘러와 고여 있는 곳이지. 이곳은 지위의 높고 낮음도, 가난한 사람이건 부자이건 동등한 입장이 될 수 있는 곳이지. 소박한 인간사 풍경에 비로소 삶의 뒤안길도 되돌아보게 하고, 그리곤 잠시 쉼을 청하게 만들기도 하지. 모든 것은 지나고 나면 곧 새로운 것이 태어난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우리네 세상, 시장 통은 말해주지.

또리야! 우리가 아파트를 나온 지 벌써 2시간째 지나간다. 쉬지 않고 이렇게 돌아다니는 중인데, 괜찮니? 가만히 보니 너의 걸음걸이가 어째 느림보 거북이가 되었구나. 잠시 벤치에 앉자. 사람도 살다가 힘이 드는 순간과 맞닥뜨리면 이처럼 쉬어야 하는 법이란다. 마냥 불어대는 추위를 강건하게 이겨내는 매화나무처럼 한 줌 볕에 기대어 휴식을 취하며 내일을 꿈꾸자구나. 어때, 잠시 쉬니 힘이 불끈 솟지 않니? 

오늘 네놈의 패션은 죽여준다. 뭐 물론 나의 작품이지만, 핑크빛 털옷 안에 면 티를 입힌 까닭이 있단다. 길에서 네 친구가 두 개씩이나 껴입은 것을 보고 오버한 게 아니냐고 물을 테지만, 넌 태어날 때부터 알러지 피부에 뒷다리 장애를 가지고 있었단다. 그리하여 외출 시엔 꼭 천연 면으로 된 옷을 입혀야 했지. 한마디로 호강스럽게 태어난 몸이란 것이지. 그러니 넌 프라이드를 가지고 네 친구들 앞을 자랑스럽게 지나쳐도 된단다. 걸을 때마다 뒤뚱거리는 장애쯤이야 문제가 될 것이 없지. 나만의 장애는 나만큼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없으니 스스로 돌파구를 찾아 헤쳐 나가면 되는 것이지. 

어이쿠, 시간이 또 흘러간다. 네 꼬락서니를 보니 오늘 매우 무리한 시간이었음이 틀림없다. 아직도 집으로 가려면 10여분을 더 가야 하는데 걸음새가 그게 뭐냐? 네놈 호강시켜준다고 세상구경에 나섰건만, 처음부터 과도하게 돌아다녔나 보다. 마지못해 걷는 너의 모습를 보아하니 웃음이 나오는데 그럴 수가 없구나. 그러게 평소에 이처럼 자주자주 외출을 했어야 했는데. 주인 잘못이 크다. 미안하다.

또리야, 추운 겨울이 곧 지나갈 것이다. 그리고 곧 새로운 봄의 자리가 우리 곁에 다가올 게다. 그땐 자주 자주 세상 밖으로 소풍을 떠나자구나. 
나 또한 화창한 봄빛을 맞이하는 꿈을 꾸련다. 예전엔 나이가 들어가는 것이 마냥 좋았는데, 요즘은 어쩐지 허전하고 우울하기만 하다. 생각해보니 여백의 삶을 즐기지 못했다. 그리하여 그동안 살아보지 못한 삶을 찾아 열심히 떠나야겠다. 봄날이여, 어서 오시라. 

겨울이라도 괜찮아, 곧 봄이 올 테니까_2
겨울이라도 괜찮아, 곧 봄이 올 테니까_2
 
* '또리'는 저와 함께 7년째 살고 있는 애완견입니다. 이번에 처음으로 장시간 세상구경을 시켰더니 몸살이 났는지 다음날부터 잘 걷지도 못하더군요. 어찌나 안타깝던지. 4일째 되던 날에야 회복됐는지 평상시대로 뛰어놀더군요. 봄이 오면 자주 외출을 시켜야겠습니다. 우리 인간도 새로운 환경을 자주 접해야 뇌의 감수성이 요동치듯 새로운 세상(꿈)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깨달음도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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