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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원의 행복
2014-01-25 12:39:33최종 업데이트 : 2014-01-25 12:39:33 작성자 : 시민기자   문예진

지나간 기억들은 대체적으로 아름답다. 오래 묵을수록, 기억은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더욱 아름답게 포장되어진다. 그것은 먹는 음식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학창시절, 우리의 입을 즐겁게 하던 불량식품도 그립고, 질보다는 양으로 승부하던 지나간 시절에 먹던 모든 먹거리들이 그립다. 

그중의 하나, '센베이 과자'라 부르던 과자가 있다. 부채 모양의 과자에 파래김 가루를 뿌린것도 있고, 생강남새가 나면서 달콤한 하얀 가루들이 두껍게 묻어있는 과자도 있다. 며칠 전, 내가 다니는 회사에 갑자기 이 과자가 수 십 상자 등장했다. 동료 한명이 저렴하면서도 맛있는 전병 만드는 공장엘 직접 가서 사 온 것이 몇 십 박스나 쌓인 것이다.

1만원의 행복_1
1만원의 행복_1

꽤 큰 상자에 가득 담아서 단돈 1만 원이라는 정보에 여기저기서 사다 달라는 부탁을 받고 대표로 가서 사온 것이다. 그렇게 많은 수량을 사왔음에도 그 정보를 미처 듣지 못했던 다른 동료들의 주문으로 이튿날도 30상자를 사왔다고 한다. 나도 2상자를 구입했다. 

한 상자는 집에서 가족들이 먹을 것이고, 또 한 상자는 며칠 후 있을 형제들 모임에 가지고 갈 계획이었는데, 과자를 미처 사지 못한 다른 동료가 마음에 걸려 그 중 한 상자를 그 동료에게 선물했다. 평소에 아이들은 옛날 과자라며 잘 먹지 않아 우리 부부만 먹던 과자였는데 어쩐 일인지 이번에는 아이들이 먹고 싶어 해서 필요한 한 상자를 더 구입하기 위해 과자 공장을 직접 찾아 나서기로 했다.

고색파출소 건너편에 있는 오르막길을 조금 올라가니 오른쪽 편으로 과자공장이 쉽게 눈에 띈다. 고소한 버터 냄새와 막 구운 과자의 따끈함이 전해지는 공장안으로 들어서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과자를 사기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몇 가지 종류의 과자들을 가지런히 담아내는 손길들이 매우 빠르다. 그 정도의 작업 속도면 금방 살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다. 한 사람이 보통 10개씩을 사 가지고 가기 때문에 줄이 줄어드는 속도가 매우 더디다. 

1만원의 행복_2
1만원의 행복_2

기다리면서 공장의 이곳저곳을 눈으로만 구경하던 기자는 과자공장의 바쁜 모습을 기사로 작성 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 분주히 포장중인 아주머니께 e수원뉴스의 기자임을 밝히고 취재요청을 한다. 아주머니는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공장이 너무 오래 돼서 기계도 낡았고 건물도 낡았다며 걱정을 하신다.

과자공장이 지금의 위치에 자리를 잡은 것은 20 여 년 전이라고 한다. 그동안 다른 분이 하던 사업장을 지금의 주인 내외분이 인수한지 5년 되었단다. 항상 이렇게 손님이 많으면 금방 부자가 되겠다는 기자의 말에 주인아주머니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아니란다. 설 대목 덕분인지 요즘 잠깐 손님이 많아져서 바쁜 것이라며, 웃던 얼굴에 금방 수심이 가득하다. 

계속 치솟는 재료비와 공장 운영비에도 불구하고 저렴한 판매가격 때문에 그동안은 현금으로만 결제가 가능했는데 어떻게든 한 사람의 손님이라도 늘려보고 싶은 생각으로 지금은 카드결제도 가능하단다. 그런데 카드결제는 카드사 수수료 때문에 현금에 비해서 1,000원을 더 받는다. 주인 내외분을 비롯해 여섯 명의 숙달된 손길들이 능숙하고 빠르게 빈 상자를 채워 나간다. 

그래도 기다리는 줄은 금방 줄어들지 않는다. 행여 손님들이 기다리면서 지루해 할까봐 완성품인 판매용 과자를 마음대로 먹어도 된다며 주인아주머니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짓는다. 요즘은 필요한 물량을 맞추기 위해 밤 11시까지 공장을 가동하며 작업을 하는 중이다. 

1만원의 행복_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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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원의 행복_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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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이 심심할 때 옛 추억까지 더듬으며 먹기 좋은 부채과자, 생강과자, 땅콩과자 등이 만들어지는 모습을 둘러본다. 긴 컨베이어 벨트 위 과자 판에 반죽기계에서 조금씩 반죽을 짜내면 그 위에 김 가루가 든 통에서 김 가루를 살짝 얹어주고, 그런 후에 호떡 누르는 누름 판 같은 것이 내려와서 반죽을 눌러 납작한 모양을 만들어 준다. 그런 후, 아직 뜨거울 때 과자의 모양을 만들어 식혀주면 완성품 과자가 되는 것이다. 

몸은 고되지만 그래도 즐거운 듯 아주머니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주인아주머니 못지않게 손남들의 표정도 즐거워 보인다. 마트에서 과자 한 봉지 사 먹으려면 2~3천원은 줘야 하는데 그것도 제품을 보호한다는 공기를 빼고 나면 실제 과자의 양은 아주 적다. 상자에 담아 파는 과자류는 4~5천 원 선이다. 

그런데 이곳 과자 공장은 1.8kg들이 한 상자의 과자 값이 1만 원이다. 1만 원짜리 과자 한 상자를 가지면 한 식구가 꽤 여러 날 입을 즐겁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깔끔한 쇼핑백에 담아주기 때문에 선물용으로도 손색없는 따끈한 과자 한 상자를 사 가지고 돌아 나오는데, 팔에 느껴지는 중량감이 묵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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