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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간에도 진지한 '소통의 시간'이 필요
상대를 위한 배려에도 소통이 기반 되어야
2014-01-20 20:45:30최종 업데이트 : 2014-01-20 20:45:30 작성자 : 시민기자   안세정
'고모, 저 서운해요. 맨날 오빠하고만 둘이 다 의논하고 저는 하나도 모르고 언니도 며느리니까 잘 알 거 아니에요. '

엊그저께 일이다. 하나뿐인 남동생 와이프인 올케에게 카톡으로 기분이 잔뜩 상한 메시지가 날아든 것이다. 한번도 이렇게 말을 건네온 적이 없었기에 바로 전화를 걸어서 어떤 이유에서 그런지 물었다.

"아니, 당장 어제 아버님 생신이었는데 아버님 생신선물은 어떻게 하는지 저한테는 오빠도 고모도 전혀 설명도 안 해주고 늘 둘이서만 정해서 하니까 제가 안 서운하겠어요? 언니도 며느리니까 제 기분이 어떨지 짐작이 가지 않아요? 고모라면 어떨 거 같아요? 여태 결혼한지 6년이 됐는데도 우리 신랑은 자기 집에 뭘 어떻게 하는지 얘기를 전혀 안 해 주고 늘 자기 알아서 하고 누나가 알아서 한다고만 해요."

시누이인 나에게 올케는 다소 어려운 상대이다. 물론, 올케가 성격적인 결함이 있거나 못된 인격의 소유자라서가 아니다. 다만, 내가 시누이라는 입장에 있다 보니 될 수 있으면 신경을 안 쓰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앞서다 보니 동생과 의논해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하려고 했던 것이다. 하지만 도리어 그런 나의 행동이 화근이 됐다. 

"아~그랬구나. 나는 네가 안 그래도 일하느라 피곤한데 신경 쓸 까봐 아버지 생신선물 그냥 우리 그 동안 매월 정기적으로 모으고 있는 돈에서 원하시는 걸로 사드리려고 했지. 내 입장에서는 그래도 네가 이렇게 신경 쓰고 며느리 도리 하겠다고 나서주니 너무나 고맙다."
"아니에요, 아무리 피곤해도 할 일은 해야죠. 저 그래도 기본은 아는 사람이에요."
"그래, 미안해. 앞으로는 집안 행사 다같이 공유하고 알리도록 할게. 언니가 미안해. 그리고 태현이 에게도 말해서 너한테 다 얘기하고 의논하고 그러라고 할게."

한 다리 건너는 남이라고 했던가. 하지만, 그 말은 '남'이기 때문이 아니라 '남'처럼 느끼는 어려운 마음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그날이었다. 나 혼자 생각에는 내가 시누이니까 될 수 있으면 연락도 적게 하고 신경 안 써주게 하는 게 올케가 편하고 좋을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정작 올케는 자기에게는 일언 반구하지 않고 알아서 하는 분위기가 서운하고 자기를 마치 가족이 아닌 듯 취급하는 거 같아서 몹시 기분이 상했던 것이니 말이다. 

그날 즉시, 우리 가족들끼리만 함께 의견을 공유하고 서로 이야기를 나눌 모바일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아버지의 생신선물을 아버지가 원하는 대로 골라드리고 사진과 아버지의 동영상 인사를 찍어 바로 커뮤니티에 올렸다. 모두들 좋다면서 덧글로 미소를 보내왔다. 그 동안 우리가 부모님을 위해 모은 정기예금 통장잔고도 공개하였다. 

올케와 전화로 대화를 나눈 시간은 고작해야 7~8분의 시간이었다. 시간적으로는 결코 긴 시간이 아니었지만, 서로의 오해를 푸는 데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서로 솔직하게 감정을 표현하면서 인사를 나누기에 부족함이 없는 시간이었다. 

가족간에도 진지한 '소통의 시간'이 필요 _1
우리에게는 가만히 자연을 감상할 시간만큼이나 가만히 가족이나 타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소통할 시간이 필요하다

"일하느라 고생 많지? 엊그저께 태현이가 카톡으로 너랑 바람 쐬러 한번 가고 싶다고 애들 봐달라더라. 내가 내 새끼들 둘도 감당하기 힘든데 너무 무리한 부탁 아니냐고 했는데, 언니가 날 풀리면 미리 큰 각오하고 울 조카들 봐줄게. 기분 상한 거 풀고 태현이랑 싸우지 말고 잘 살아~"
"그래요? 오빠가 그랬어요? 그래도 내 생각은 많이 하네. 알겠어요, 고모. 고마워요. 저희 싸우지는 않아요. 그냥 제가 서운해서 언니한테 말한 거 뿐이에요."
"그래, 잘 지내고 조만간 얼굴 보자."

'바쁠 텐데, 힘들 텐데, 신경 쓰게 하지 말아야지'하는 내 방식의 배려가 상대를 소외의 감정으로 이끌 수 있다는 점을 다시금 깨달은 계기가 됐다. 어쩌면 남들보다 내 가족들에게 좀더 연락하면서 소소한 일상을 도란도란 이야기 할 시간을 내어주지 못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무척 미안했다. 

얼마 전에도 엄마가 무릎 수술로 누워계시는데 이것저것 대외활동과 만나야 할 사람들을 만나러 다니느라 자주 문병을 가지 못하는 내 자신을 돌아보면서 정작 내 가족에게 나는 얼마나 따뜻하게 잘 대하고 있는가 하고 자책을 했던 적이 있었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늘 가까이 있다고 해서, 언제든 만날 수 있는 관계라고 해서 항상 잘 통할 거라는 오해를 할 때가 많다. 하지만, 가족도 서로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어떤 생각을 품고 있는지 알 도리가 없다. 가족끼리 더 소통하고 대화할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가화만사성, 가족 간에 소통이 잘 되어서 세상만사 형통 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다. 결국 그들이 내 삶의 근간이자 에너지의 원천이 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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