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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손님 한 명 때문에 휴일에도 문을 연다는 미용실
2014-01-21 15:52:32최종 업데이트 : 2014-01-21 15:52:32 작성자 : 시민기자   김소라

"오늘은 머리 하지 않아요. 예약 손님 때문에 일부러 나온 건데... 그래도 오셨으니깐 커트만 얼른 해 드릴께요!"
우연히 일요일 아침 팔달문 시장을 구경하다가 머리를 자르러 들른 '가위손 미용실'의 원장 김석순 씨를 만났다. 사실 일요일은 미용실 문을 열지 않는데 예약 손님이 한 분 계셔서 일부러 나왔다고 한다. 머리를 하러 갈 땐 보통 단골 미용실을 찾기 마련인데, 시장 안에 있는 오래된 미용실의 외관이 남달라 보이기도 하고 솜씨 있는 미용사일 거라는 짐작으로 찾아가게 되었다. 

예약손님 한 명 때문에 휴일에도 문을 연다는 미용실 _3
일요일 휴일에도 예약손님 한 명 때문에 미용실 문을 열었다고 한다

"저는 오래된 단골 고객이 많아요. 멀리서 화성, 오산, 병점 등에서도 오세요. 이곳에서 살다가 타지역으로 이사간 다음에도 미용실 때문에 저에게 연락을 하여 오시는 손님들이세요."

아니 얼마나 미용기술이 뛰어나고 사람이 좋으면 멀리 있는 동네에서도 서슴치 않고 찾아오는 곳일까? 사실 시장 안에 미용실이 있다고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 보통 팔달문 일대에는 큰 대로변이나 로터리 2층 화려하고 큰 규모의 대형 프렌차이즈 미용실이 있게 마련이다. 젊은이들은 깨끗하고 이름있는 미용실에서 머리를 하고 싶어하기에 시장 구석안에 있는 2층 미용실 점포까지 미용실을 찾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한 자리에서 10년 넘게 미용일을 하면서도 한 번도 손님이 없거나 힘든 적은 없다고 한다.

예약손님 한 명 때문에 휴일에도 문을 연다는 미용실 _2
팔달문 시장 안의 미용실
 
"수원에서 30년 넘게 미용을 했죠. 정확히 말하면 수원 매교동, 연무동, 팔달문 일대에서만 일을 해왔네요. 좁은 미용실에서 하루종일 일을 하고, 수원을 떠나본 적이 없지만 이곳이 정말 좋아요!"
그러면서 수원 자랑을 끊임없이 늘어 놓는다. 매향동에서 나고 자라고 18살 때부터 미용일을 시작하여 지금은 30년 넘도록 외길만을 걸어온 김석순 원장. 큰 돈은 못 벌었지만 먹고 살 만큼은 되었고 두 딸 키우면서 하루하루 즐겁게 산다고 한다. 정말 살기 좋고 일하기도 좋고, 정이 들어서 다른 곳에서 산다는 것은 상상도 못 하겠다고... 

어찌나 손놀림이 빠른지 커트하는 내내 즐거운 말동무가 되어주면서도 손은 머리 손질에 집중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한동안은 매교동의 수원고등학교 앞에서 미용실을 하면서 10분 안에 학생들 세 명의 머리를 자를 정도로 빨랐다고 한다. 그날 파마를 말고 계시는 손님 한 분은 화성의 궁평항 인근에 사시는데 한 달에 한 번 정도 머리를 하러 일요일날 찾으신다고 이야기했다. 

예약손님 한 명 때문에 휴일에도 문을 연다는 미용실 _1
예약손님 한 명 때문에 휴일에도 문을 연다는 미용실 _1
 
"여기 오래된 단골이에요. 집이 이사가서 화성에서 여기까지 지금껏 찾아오고 있는데, 저 한 명 때문에 일요일날 문을 여시네요. 한 명 때문에 미용실 문 열기 쉽지 않은데 말이죠. 어느 날은 저 때문에 발목 잡혀서 들어온 손님들이 계속 있어서 오후 내내 영업한 적도 있었대요!"

놀랍다. 한 명의 고객 때문에 영업을 쉬는 일요일도 문을 연다니 말이다. 아무리 단골고객이지만 한 명 파마를 하여 몇 만원 더 벌자고 가게 문을 연다는 것은 상상하기 쉽지 않은 일이다. 아마도 김석순 원장이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갖고 즐거워하기 때문이라서 그럴 듯. 

"저는 일하는 게 좋더라구요. 30년 넘도록 한 가지 일만, 그것도 좁은 가게 안에서 종일 손님들 뒤통수만 바라보면서 일하는 게 지루하기도 하지만 손님들 머리가 예쁘게 되고 제 손을 거쳐서 아름답게 바꾸어지는 것을 보는게 좋죠. 그게 보람이에요. 이제는 유행을 두 세 번 돌 정도로 미용이나 패션 트렌드가 바뀌는 것도 보게 되네요. 손님이 하시는 단발 보브컷도 옛날 제가 아가씨때 많이 하던 머리거든요!"

팔달문 시장 안, 2층에 위치하여 사람들이 잘 찾지 않을 것 같은 미용실이지만 끊임없는 단골 손님으로 입소문이 난 가위손 미용실. 그곳에서 또 수원사랑, 지역애정에 똘똘 뭉친 한 명의 수원시민을 만났다. 
내가 사는 수원이 그토록 좋은 건 자신의 일을 한 자리에서 묵묵히 잘 해내는 평범한 소시민 한 명 한 명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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