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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에 뿌려진 보석들
가평 아침고요수목원의 '오색 별빛 정원 전'
2014-01-12 14:43:23최종 업데이트 : 2014-01-12 14:43:23 작성자 : 시민기자   문예진

컴컴한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빛을 본적이 있는가? 가난한 이의 마음에 작은 보석을 박아 놓은 듯 화려하지는 않지만 긴 여운으로 가슴을 파고드는 별빛. 눈에 띄는 몇 개의 별들 사이로, 한참을 올려다보고 있어야 아련하게 잡히는 점 같은 별들의 아스라한 빛까지.
별빛은 마음을 깨끗하게 비우고 봐야할 것 같은 느낌이다. 그래야지만 깨끗한 마음 밭에 별빛이 심겨질 것 같기 때문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별빛이 먼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와 최고의 아름다움을 뽐내는 곳이 있어 그곳을 다녀왔다. 바로 경기도 가평에 있는 아침고요수목원에서 열리고 있는 '오색 별빛 정원 전'이다. 해마다 겨울이면 수많은 불빛으로 수놓은 화려한 정원의 모습이 TV등을 통해 비춰질 때 마다 꼭 한번 가보고 싶었던 곳이다.

그렇지만 수원에서부터 가평까지의 거리가 꽤 멀기도 하려니와 빛이라는 것이 어두워진 다음에야 본연의 임무를 발하는 것이기 때문에 밤 시간에 맞춰서 가기에는 여러 가지로 여건이 맞질 않아서 그동안 미루고만 있었던 곳이다. 이번에도 그 곳을 가기 위해 일부러 나선 일정은 아니었다. 겨울바다를 보러 가자며 특별한 목적지 없이 나선 여행길에, 갑자기 아침고요수목원의 별빛축제가 생각나서 목적지를 겨울바다에서 겨울 산으로 변경해 가게 된 곳이다.

밤하늘에 펼쳐진 화려하고 따뜻한 빛을 그리며 접어든 수목원 입구는 수 많은 차량들로 인해 앞으로 나가질 못하고 거북이 걸음이다. 입구에서부터 주차장까지 들어가는 데만 60분가량 소요된다고 아예 안내판에 쓰여 있다. 주말 저녁이라 평소보다 더 많은 차량들이 몰린 탓인 것 같다. 인내심을 가지고기다린 끝에 드디어 도착한 수목원은, 추운 겨울밤이지만 수많은 인파로 붐비고 있다.

젊은 연인들뿐만 아니라 부모님을 모시고 함께 온 가족들, 중년의 부부들, 유모차에 어린 아이를 태우고 온 젊은 부부들까지, 많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밤하늘에 뿌려진 보석들_1
밤하늘에 뿌려진 보석들_1

눈앞에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환하고 밝은 빛의 세상이다. 가장 먼저 나의 시선을 잡아끄는 빛이 있다. 소나무의 기둥은 은색 빛으로 감싸고 솔잎은 초록의 빛으로 펼쳐놓은 소나무 보석이다. 차가운 듯 도도한 듯 소나무 기둥을 감싸고 있는 은색의 빛들은, 빛이라기보다는 어느 광산에서 발견한 다이아몬드처럼 맑고 깨끗하다. 동화속의 어느 성에서 금, 은 보화가 가득 쌓여있는 방안을 엿본 느낌이다. 

조금 더 가니, 황금색 불빛으로만 장식된 나무가 보인다. 늘어진 모양새가 수양버들을 연상시킨다. 황금색으로 능청능청 늘어진 가지마다 수많은 이야기가 매달려 있을듯하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신선들이 둘러앉아 장기라도 두고 있을 것만 같다.

눈앞에, 꿈같은 세상이 계속 펼쳐진다. 커다란 두 마리의 백조가 서로 얼굴을 맞대면서 만들어낸 하트모양의 별빛은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긴 줄을 만들고 있고, 옛날 축음기의 스피커를 연상시키는 모양의 커다란 예쁜 꽃들도 활짝 피어났으며, 산속의 주인인 여러 동물들의 모습까지 서로 누가 가장 아름다운 빛을 발하는지 내기라도 하는 것 같다.

밤하늘에 뿌려진 보석들_3
밤하늘에 뿌려진 보석들_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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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에 뿌려진 보석들_2
밤하늘에 뿌려진 보석들_2

천국의 달빛정원이라 이름 붙여진 곳을 오르는 길목에서 올려다본 하늘에는 정말 둥근달이 무수히 많이 떠있고 달빛아래 산타클로스의 썰매와 루돌프사슴 그리고 천사들을 지나 그림처럼 예쁜 초미니 교회당까지 있다. 시진에 담고 싶은 작품들 앞에는 여전히 긴 줄이 늘어서 있어 사진 찍는 건 아예 포기하고 카메라보다 더 성능 좋은 나의 눈 속에 별빛들을 담아 본다. 아름답고 신비롭다. 오히려 눈이 부셔서 오래 바라볼 수가 없다.

십여 년 전쯤에 아침고요수목원을 찾은 적이 있다. 자연이 가장 빛나고 아름다운 계절 5월이었다. 주제별로 꾸며 놓은 정원과 이제 막 초록의 생명력을 뿜어내기 시작하는 온갖 식물과 냇가에 구르는 돌멩이 하나하나까지 세심한 손길로 인해 감탄사를 연발하며, 인공적으로 가꾼 자연의 모습에서도 깊은 자연의 맛을 느꼈던 적이 있다. 

자연은 우리에게 4계절 모두 다른 아름다움을 보여주지만, 그래도 다른 계절의 아름다움에 비해 겨울철에는 설경 외에는 별 다른 볼거리가 없기 때문에 수목원을 찾는 관람객도 많이 줄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하늘의 별빛을 땅으로 끌어내려 사람들에게 볼거리를 제공 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새삼 놀랍고 존경스럽다. 

하지만 수많은 인공적인 불빛들로 인해 식물들의 생체리듬이 깨지고, 보는 사람에게는 최고로 아름다운 별빛이지만, 나무의 입장에서는 그냥 자신의 몸을 칭칭 감아대는 형벌일수도 있는 환경이 마음에 걸리기도 한다. 보는 즐거움을 위해 수목원의 식물들이 잠시 희생을 하는 것 같다. 점점 나이가 들어가는 탓일까, 아름다움을 찾아 떠난 곳에서 아름다움 너머의 것들이 자꾸만 나를 신경 쓰이게 한다. 다행히 아침고요수목원의 별빛축제는 최대한 식물들의 휴식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전기소모도 최소화하는 LED전구를 사용한다고 한다. 

반짝이는 빛의 세계는 언제나 가슴을 설레게 한다. 무언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고, 모든 걸 다 보듬어 안을 수 있을 것 같고, 항상 따스함이 나를 감싸 줄 것만 같다. 영하를 오르내리는 겨울날,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채우고 싶은 사람들은 한 번쯤 가볼만한 아름다운 곳이다. 아침고요수목원의 '오색 별빛 정원 전'은 3월 16일까지 진행되며 평일은 오후9시까지, 토요일은 오후 11시까지 개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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