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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수원시장, 당신이 그립습니다!
故 심재덕 5주기 추모, 발자취를 찾아서
2014-01-12 15:08:32최종 업데이트 : 2014-01-12 15:08:32 작성자 : 시민기자   김해자

잘 계신지요/ 그 곳 날씨는 어떤지요/ 이승의 누가 제일 보고 싶던가요// 아직도 여쭤보고 싶은 말이 많습니다/ 그동안 일어난 일 말씀 드릴 것도 적지 않구요/ '아, 이 사람아, 어여 한잔 쭈욱 들이켜'/ 그 목소리 들으며 장안문 근처 중국집에서 불휘도 한잔 하고 싶습니다// 죽음과 삶의 경계가 아주 엄격하다지만/ 저는 아직도 전화 한통이면/ '어, 그래? 내 그리루 가지'/ 그대 목소리를 들을 것 같습니다.// 수원천 물소리, 팔달산과 광교산 바람소리, 그대 목소리 같습니다/ 화성문화제 인파 속에서 불쑥 나타나/ '그래, 오늘 막걸리 한잔 했어?' 어깨 툭 치며 웃음 지을 것만 같습니다// 그래요, 그대와 수원은 아직 진행중입니다/ 우리 헤어지지 않았습니다// 잘 계시지요?/ 가끔은 이쪽 세상도 궁금하시지요?// 오늘, 수원에 남아 있는 우리도 그렇습니다. (고 심재덕 5주기 추모시 김우영- '안부편지')

오는 14일은 전 수원시장이자 국회의원이었던 상곡 심재덕 선생이 우리 곁을 떠난 지 어느덧 5주기를 맞는 날이다. 우리는 '심재덕' 하면 자연스레 화장실, 수원화성, 수원천, 월드컵 등을 떠올릴 정도로 그의 업적은 실로 위대해 '심재덕' 그 자체가 수원의 랜드마크가 되어 버렸다. 그는 대가를 지불하지 않아도 누구나 어떤 재화나 서비스로부터 편익을 누리는 '공공재'를 무한대로 공급함으로서 수원시민들에게 '영원한 수원시장'으로 불린다.

영원한 수원시장, 당신이 그립습니다!_4
화성행궁 앞에서 단체 사진

갑오년 새해 둘째 주 휴일이었던 11일 오전 9시, 상곡 심재덕 선생의 체취를 오롯이 품고 있는 화성행궁 신풍루 앞으로 선생을 흠모하는 사람들이 총총 모여들었다. 선생이 수원에 남긴 업적을 따라가는 '심재덕의 발자취를 찾아서'란 답사기행이 올해 처음 만들어졌다. 소식을 접한 수원시민들은 물론이요 외부관광객들까지 합류해 함께했다.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었던 날씨였음에도 불구하고 행궁을 출발해 화령전~ 화홍문~ 반딧불이화장실~ 수원월드컵경기장~ 수원연화장~ 해우재를 거쳐 다시 행궁으로 돌아오는 하루 일정이었다. 경희대학교 김준혁 교수의 안내로 진행된 답사기행, 선생의 위대한 흔적 찾기다.

응답하라 1997!

수원의 역사를 단숨에 바꾼 사건이 있다면 바로 수원화성이 1997년 6월 28일 세계문화유산 등재 결정이 난 것이라 하겠다. 사람들은 말한다. 화성이 등재되기까지 심재덕 수원시장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고. 
당시 문화재 관계자들도 미처 파악하지 못했던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일찍이 알아본 선생은 등재 위기에 맞닥뜨리자 직접 프랑스 파리로 날아가 유네스코 위원들과 담판을 질 정도로 신념이 대단했다. 

현재 세계인들과 함께 누리는 수원화성이 존재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수원의 수장 염태영 시장은 이렇게 말한다. "2006년 서장대가 화마를 당했을 때 심 시장님은 타다 남은 목재를 부여잡고 목 놓아 울부짖으셨다. 올곧은 수원정신으로 현재의 수원을 조성해 놓은 만큼 그 유지를 받들어 자연과 문화, 역사가 공존하는 수원시를 만들어가는 데에 열정을 다하겠다."라고.

영원한 수원시장, 당신이 그립습니다!_2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 연무대(동장대)

일제강점기과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210여 년 전 정조대왕의 이상을 담아 건설된 수원화성은 철저히 부서지고 파괴되었다. 유네스코에서 등재가 어렵다고 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선생은 화성축성의 종합공사보고서인 '화성성역의궤'에 따라 그대로 복원했기에 원형이나 진배없다는 사실을 각인시켜 등재에 성공할 수 있었다. 화성행궁 복원 역시 나라의 혼이 담긴 곳임을 인지하고 1996년 7월 행궁복원 기공식을 거행한끝에 본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당시 행궁복원에 참여했던 송철호씨는 말한다. "행궁터에는 도립병원이 신축할 예정이었고 여성회관, 경찰서 등 건물들이 빼곡했다. 따라서 다 철거하고 행궁을 짓는다는 것은 모두 꿈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꿈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것을, 미래를 내다볼 줄 아는 심시장님의 안목덕분에 수원의 위상을 되찾을 수 있었다."

80여명의 참가자들은 화성 성곽을 돌며 정조의 애민정신과 심재덕 시장의 수원사랑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1997년의 흥분을 만끽했다. 인천과 서울에서 왔다는 중년의 관광객은 "수원화성 관광은 처음인데 이처럼 단숨에 수원의 정수를 파악할 수 있어서 정말로 행복하다!"며 답사기행을 준비한 주최 측에 고맙다는 인사를 거듭했다.

혐오시설, '느낌아니까~ '문제없어요!

시민들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통해 수렴함으로서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여 선생은 하수종말처리장을 건립하고, 영통 쓰레기 소각장도 건립했다. 또한 가장 시민들이 기피하는 수원연화장도 건립해 이른바 3대 혐오시설이라 부르는 시설들을 최첨단 현대화해 사람들과 공존하는 데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였다.

민심과 시대정신을 일찍이 간파한 선생은 따뜻한 연대를 통해 불만을 잠재우고, 실제로 도심권 안에 설립해도 삶과 건강에 조금도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것을 인식시켰다. 또한 '수원연화장'을 품격 높은 녹지공간이자 무연무취 공간으로 조성해, 삶과 죽음이 결코 슬픈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시키고 시민들의 품위도 지켜주고 있다.

또 하나의 위대한 작품이라 할 수 있는 것이 있다. 수원천을 시민의 품으로 돌려준 행보다. 도심의 하천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오염되었고, 게다가 91년부터 도심교통 체증을 해소한다는 명분으로 복개함으로서 수원천은 생활 폐수 등이 흘러 오염은 심각해져 갔다. 

이에 선생은 미래의 수원을 위해 자연하천으로 되돌려 놓아야한다는 신념을 이어갔다. 결국 96년 수원천복개를 철회시킴으로서 오늘의 자연하천 수원천이 조성될 수 있었다. 광교산에서 발원한 물은 화홍문과 남수문을 통과하면서 정조대에 불린 유천(柳川)의 아름다움을 한껏 발하며 일 년 내내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다.

월드컵 그리고 화장실

그가 '영원한 수원시장'으로 불리는 이유는 수원을 문화도시로 자리매김하기까지의 공로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기 때문이다. 그중 위에서 말한 수원화성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한 것, 2002년 월드컵을 수원에 유치하고 그리고 단언컨대 가장 위대한 업적 '화장실의 세계화'도 빠트릴 수 없다. 
물론 그 단초는 월드컵 유치였다. 세계인들에게 가장 깨끗한 화장실을 보여줌으로서 그간 '화장실은 더러운 곳'이란 편견을 깨뜨리고 국내를 넘어 세계로 화장실문화운동을 전파하는 계기가 되었다. 

영원한 수원시장, 당신이 그립습니다!_1
해우재를 방문한 답사단

반딧불이 화장실을 시작으로 현재 문화가 흐르는 104개의 아름다운 공중화장실을 조성해 화장실문화운동의 메카로 자리한 수원은 이제 전 세계가 주목하는 곳 중의 하나가 되었다.

한편, 4만3천석의 규모로 지은 월드컵경기장은 삼성이 기초공사를 하고 완공하기까지 모자랐던 공사비는 수원시민들의 십시일반 '1인 1의자 갖기' 성금으로 지금의 위용을 볼 수 있었다. 하늘로 비상하듯 양쪽 날개 짓을 힘껏 펼치는 빅버드 월드컵 경기장은 수원의 랜드마크로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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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경기장을 찾아

영원한 수원시장, 당신이 그립습니다

한국화장실협회를 설립하고 세계화장실협회까지 만들어 초대 회장을 지낸 선생은 30여년 자신이 살던 집을 허물고 전체가 변기모양인 집으로 다시 지었다. 근심을 푸는 집이란 뜻의 '해우재'라 짓고 가족들과 기거하던 선생은 안타깝게도 2009년 병을 얻어 소천 하셨다. 사후, 가족들은 심재덕 시장의 유지를 받들어 수원시에 기증하고 현재 화장실문화공간으로서 모든 사람들에게 개방되고 있다.

인류의 보건과 위생을 향상시킬 목적으로 물과 함께 중요한 것이 화장실이라며 세계화장실협회를 통해 '사랑의 화장실 짓기'사업을 펼치다 치료시기를 놓쳤다. 인류애의 신념은 69세라는 나이에 세상과 작별하고 수원정신으로 남게 되었다.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화장실테마공원 해우재에는 선생의 발자취가 전시되어있다. 청년이 장년이 되고, 문화원장으로, 수원시장으로, 국회의원으로... 수원을 사랑한 선각자 심재덕 선생의 일생을 볼 수 있다. 

그곳엔 없지만 해맑은 웃음으로 하늘에서 수원을 훤히 내려다보고 있을 선생을 생각하다 눈시울이 흐릿해졌다. 선생의 발자취를 따라 기행에 나선 모두 이들 또한 나와 같은 마음이었으리라. 김우영 시인의 추모시 처럼 오늘, 우리들도 '영원한 수원시장' 당신이 그립다.

* 추모행사; 당신과 함께라서 행복했습니다
-일시: 1월 14일(화) 06:00~ 14:00
-일정: 추모미사, 묘소참배, 해우재 추모식(오전 11시부터)  
-문의 전화 031)271-9776
http://www.haewooja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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