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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광교산 좋구나!
겨울산, 광교산의 운치
2014-01-13 09:55:49최종 업데이트 : 2014-01-13 09:55:49 작성자 : 시민기자   김소라

겨울 들어서 춥다는 핑계로 산에 가는 것을 멀리했다. 가까운 거리도 대부분 걷지 않고 차로 이동하고, 추운 날은 나가지 않기도 하고. 점점 몸은 무거워지고, 답답해지고, 게을러만졌다. 2014년 새해를 맞아 광교산의 정기를 맞아보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자 일요일 서둘러 아이와 함께 산에 오르기로 맘먹었다. 

경기대에 주차를 하고, 오르기 시작. 10살 된 아이는 엄마따라서 억지로 산에 왔다고 하면서 싫어하는 기색이 역력. 다리도 아프고, 귀도 시리고, 손도 시렵다고 난리다. 힘들다고 하면서 중간 중간 벤치에 앉아서 계속 쉬었다가 가고 도무지 속도가 나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아이에게 등산의 효과를 알려줄 수 있을까. 좋은 점을 아무리 이야기해도 소귀에 경읽기. 그래서 생각다 못해 재미있는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했다. 

밤마다 읽어준 전래동화, 그림책의 이야기를 머릿속에서 섞어가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나름 실감나게 구연을 해가면서 걷기를 멈추지 않으면서 산을 올랐다. 젊어지는 샘물 이야기, 똥을 된장이 된 이야기, 땅 속나라 괴물 이야기, 이순신 장군 이야기까지... 이야기거리가 멈출 때까지 쉴새없이 재미있게 들려주려고 애썼다. 그러다 보니 산 중턱에 오르게 되었고, 형제봉이 가까워졌다. 

벤치에 앉아있는 동안 등산객이 귤도 주시고, 초콜렛도 주신다. 추운데 기특하게 산에 왔다고 칭찬을 하시면서 말이다. 어찌나 우쭐해하던지, 결국은 형제봉까지 가기로 했다. 예전에 바위위의 밧줄을 타고 오르던 생각이 났는지 조금만 가면 형제봉이라고 했더니 간다고 한다. 역시 시작이 반이다. 처음이 어려울 따름이다. 

겨울 광교산 좋구나! _2
춥지만 광교산에 오르니 기분이 좋아진 아이의 모습

산에서 파는 라면의 맛은 또한 어떠한가? 집에서 뜨거운 물과 라면을 챙겨가지고 왔어야 했는데, 준비없이 산에 오르다 보니 라면이 아쉽다. 그래서 중간에 매점처럼 오뎅과 라면, 막걸리를 파는 곳에서 잠시 멈추었다. 가지고 간 돈은 단돈 5천원. 아이의 주머니에 있던 500원까지 탈탈 털어서 요기를 하였다. 사발면 3천원, 오뎅 한 개에 1천500원, 계란 1천원. 딱 5천500원을 사용하여 잠시 배를 채웠다. 라면 국물 하나도 남김 없이 마셔버리면서 산에서 먹는 것이 정말 맛있다고 좋아 한다. 

"엄마 힘든데 산에 올라온 보람이 있어. 조금만 가면 형제봉 올라가니깐 갈 거야!"
이제는 마음이 달라졌는가보다. 먹으니깐 힘도 나고, 갑자기 기분이 좋아지면서 산에 오르는 재미도 쏠쏠한가보다. 그래, 한번 힘내어 목표지점까지 가보는거다. 뭔가 결과물이 눈앞에 있다고 생각하면 없던 힘도 나게 마련이다. 조금 전까지 죽겠다고 투정부리던 아이는 막 뛰어서 계단을 오르고 산을 탔다. 형제봉에 다 와서도 밧줄을 타고 씩씩하게 산 위에 올라간다. 정상에서 맞는 바람. 그 느낌이 어찌나 시원하고 뿌듯한지.

핸드폰 밧데리가 다되어버려 형제봉 정상의 바위에서 사진을 찍지 못한 것이 아쉽다. 자신이 꼭대기에 올랐다는 희열과 즐거움이 교차되어 형제봉 글씨를 껴안고 좋아라 신이 났다. 역시 아이답다. 올라올때의 힘듦이 순식간에 사라지면서 짜릿함이 느껴진다. 이제는 내려갈 일만 남았다. 올라가는 길만큼 내려가는 길이 남았다. 그렇지만 조금 더 수월하게 내려갈 수가 있다. 

겨울 광교산 좋구나! _1
겨울 광교산에서 즐거운 휴일 오후를...

영하의 날씨 집에서만 웅크리고 있거나 매번 실내에서만 놀았는데, 이렇게 아이와 시간을 내어 결심하고 산을 오르니 기분이 더욱 좋다. 추운 날씨, 등줄기에 약간의 땀이 날 정도로 걷고 나니 몸도 더욱 가벼워진 느낌이다. 하지만 다음 번에 또 가지고 했더니, 안 가고 싶다고 한다. 그래도 저녁에 일기에 이렇게 썼다. 
"엄마와 교회 끝나고 산에 올라갔다. 힘들었다. 형제봉까지 올라갔다. 중간에 라면도 먹었다. 진짜 힘들었는데 갔다오고 나니깐 좋았다. 다음에 또 가고 싶다."

해보는 것,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든 어른이든. 광교산의 겨울, 건조하고 메마르지만 산을 오르는 사람들은 큰 기대 하지 않고 묵묵히 올라갈 뿐이다. 자연이 건네주는 마음 그 자체로 많은 것을 얻게 되는 시간이니 말이다. 아이와 함께 올랐던 겨울, 광교산. 좋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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