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들어서 춥다는 핑계로 산에 가는 것을 멀리했다. 가까운 거리도 대부분 걷지 않고 차로 이동하고, 추운 날은 나가지 않기도 하고. 점점 몸은 무거워지고, 답답해지고, 게을러만졌다. 2014년 새해를 맞아 광교산의 정기를 맞아보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자 일요일 서둘러 아이와 함께 산에 오르기로 맘먹었다. 춥지만 광교산에 오르니 기분이 좋아진 아이의 모습 산에서 파는 라면의 맛은 또한 어떠한가? 집에서 뜨거운 물과 라면을 챙겨가지고 왔어야 했는데, 준비없이 산에 오르다 보니 라면이 아쉽다. 그래서 중간에 매점처럼 오뎅과 라면, 막걸리를 파는 곳에서 잠시 멈추었다. 가지고 간 돈은 단돈 5천원. 아이의 주머니에 있던 500원까지 탈탈 털어서 요기를 하였다. 사발면 3천원, 오뎅 한 개에 1천500원, 계란 1천원. 딱 5천500원을 사용하여 잠시 배를 채웠다. 라면 국물 하나도 남김 없이 마셔버리면서 산에서 먹는 것이 정말 맛있다고 좋아 한다. "엄마 힘든데 산에 올라온 보람이 있어. 조금만 가면 형제봉 올라가니깐 갈 거야!" 이제는 마음이 달라졌는가보다. 먹으니깐 힘도 나고, 갑자기 기분이 좋아지면서 산에 오르는 재미도 쏠쏠한가보다. 그래, 한번 힘내어 목표지점까지 가보는거다. 뭔가 결과물이 눈앞에 있다고 생각하면 없던 힘도 나게 마련이다. 조금 전까지 죽겠다고 투정부리던 아이는 막 뛰어서 계단을 오르고 산을 탔다. 형제봉에 다 와서도 밧줄을 타고 씩씩하게 산 위에 올라간다. 정상에서 맞는 바람. 그 느낌이 어찌나 시원하고 뿌듯한지. 핸드폰 밧데리가 다되어버려 형제봉 정상의 바위에서 사진을 찍지 못한 것이 아쉽다. 자신이 꼭대기에 올랐다는 희열과 즐거움이 교차되어 형제봉 글씨를 껴안고 좋아라 신이 났다. 역시 아이답다. 올라올때의 힘듦이 순식간에 사라지면서 짜릿함이 느껴진다. 이제는 내려갈 일만 남았다. 올라가는 길만큼 내려가는 길이 남았다. 그렇지만 조금 더 수월하게 내려갈 수가 있다. 겨울 광교산에서 즐거운 휴일 오후를... 영하의 날씨 집에서만 웅크리고 있거나 매번 실내에서만 놀았는데, 이렇게 아이와 시간을 내어 결심하고 산을 오르니 기분이 더욱 좋다. 추운 날씨, 등줄기에 약간의 땀이 날 정도로 걷고 나니 몸도 더욱 가벼워진 느낌이다. 하지만 다음 번에 또 가지고 했더니, 안 가고 싶다고 한다. 그래도 저녁에 일기에 이렇게 썼다. "엄마와 교회 끝나고 산에 올라갔다. 힘들었다. 형제봉까지 올라갔다. 중간에 라면도 먹었다. 진짜 힘들었는데 갔다오고 나니깐 좋았다. 다음에 또 가고 싶다." 해보는 것,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든 어른이든. 광교산의 겨울, 건조하고 메마르지만 산을 오르는 사람들은 큰 기대 하지 않고 묵묵히 올라갈 뿐이다. 자연이 건네주는 마음 그 자체로 많은 것을 얻게 되는 시간이니 말이다. 아이와 함께 올랐던 겨울, 광교산. 좋구나! 연관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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