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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명의 화가와 즐거운 데이트
덕수궁 미술관, 한국 근현대회화 100선
2014-01-06 08:29:47최종 업데이트 : 2014-01-06 08:29:47 작성자 : 시민기자   문예진

한국의 근현대사를 대표하는 화가들의 그림을 한 곳에서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행운이자 즐거움이다. 바로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에서 열리고 있는 '명화를 만나다. 한국 근현대회화 100선'을 만나고 왔다. 

평소 이곳저곳의 미술관이나 박물관 등을 검색해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전시회나 공연 등을 보러가는 것을 즐기는 편인데, 이번 겨울방학 동안은 욕심을 부려 사 놓은 책이 무려 이십여 권. 거기에다 또 욕심 부려 빌려다 놓은 책까지, 거실의 넓은 탁자를 지저분하게 점령하고 있는 터라 다른 건 생각할 겨를도 없이 책과의 씨름을 하고 있는 중 인데, 친한 언니의 최근 소식 중에 눈에 띄는 반가운 소식이 있다.

57명의 화가와 즐거운 데이트_3
57명의 화가와 즐거운 데이트_3

덕수궁 미술관에서 열리는 미술전시회에 다녀온 사진을 올렸는데, 몇 장의 사진만으로도 강한 끌림을 받는다. 좋은 정보를 제공해준 언니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한 후, 바로 미술관을 향해 집을 나선다. 올 겨울은 유난히 춥고 눈도 많이 올 거라는 기상예보가 있었지만 이정도 추위쯤이야 보온성 훌륭한 겨울옷으로 얼마든지 이겨 낼 수 있고, 자주 내리는 눈도, 다행히 먼저 내린 눈이 어느 정도 녹은 다음에 또 내리길 반복하고 있어 빙판으로 인한 고생 또한 아직은 견딜만하다. 

지난 가을, 청계천 등 축제를 보러 가면서 들렀던 만추의 덕수궁은, 이제는 앙상한 나뭇가지와 군데군데 남아 있는 잔설로 겨울의 멋을 보이고 있다. 마침 수문장 교대식이 열리고 있어 방학을 맞은 학생들과, 함께 온 부모님들, 외국인 관광객들까지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는 덕수궁 대한문을 지나, 지난 가을 낙엽을 밟으며 걸었던 길을 이제는 낙엽을 추억하며 걸어 본다.

석조 건물인 덕수궁 미술관 앞 에는 '한국 근현대회화 100선'이라는 깃발이 겨울바람을 맞아 그림처럼 펄럭인다. 돌계단을 올라, 미술관 안으로 입장하니 수많은 관람객들로 인해 미술관 로비가 소란스럽다. 요즘은 어느 전시회를 가거나 항상 북적이는 관람객들로 성황을 이룬다. 문화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것이다. 

57명의 화가와 즐거운 데이트_2
57명의 화가와 즐거운 데이트_2

이곳에 온 사람들이 모두 그림에 조예가 깊은 미술전공자들은 아닐 것이다. 어린 학생들부터 할아버지, 할머니, 몇 명씩 어울려서 온 중년의 아줌마들, 그리고 잠깐의 짬을 내서 들른 듯한 화이트컬러의 넥타이 부대까지. 다양한 관람층을 보면 그저 좋은 그림을 보는 것이 즐거워 가볍게 나선 이들이 훨씬 더 많은 것 같다.

나도 그런 사람 중의 하나다. 예체능에는 두루두루 재주가 없는 편이라 초등학교 때는 이런 일도 있었다. 장학사가 시찰을 나오기로 되어있던 날, 담임선생님께서는 아이들이 그림 그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으셨는데, 우리 반에서 그림을 정말 못 그리는 아이들 몇 명에게는, 몇 번의 연습시간에 그린 그림 중, 그림에 소질이 있는 친구들이 그린 그림을 나눠주면서 각자가 그린 것처럼 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그중에는 나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 정도로 그림에 재주가 없었으니, 그림에 관심 또한 있을 리가 없다. 그림은 나하고는 전혀 상관없는 세상인줄 알았던 내가, 처음으로 접해본 유명화가의 작품은 바로 현대 미술의 거장, 피카소의 추상화였다. 지방 소도시에서 열린 피카소의 전시회는, 그림에 대한 관심이 있고 없고를 떠나 단지 피카소라는 명성만으로 우리 꿈 많은 여고생들을 모두 불러 들였다.

그림에 대한 지식이라고는, 시험을 위해 교과서에 실린 작품의 이름과 작가의 이름 정도만 겨우 알고 있는 우리들이었지만 도무지 알 수 없는 피카소의 추상화 앞에서 그래도 진지한 모습으로 친구들끼리 한참을 서로 작품에 대한 의견을 나누며 아는 척을 했던 경험이 나의 첫 미술전시회 관람이다.

요즘 전시회는 전문가들의 해설과 또 오디오가이드가 있어서, 그림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얼마든지 즐기면서 감상을 할 수 있는 참 편리한 시대다. 낯설고 생소한 그림들도 한 번 보고, 두 번 보고 횟수가 쌓이다 보면 그림과 소통하는 어떤 느낌이 생겨나는 맛에 자주 미술관을 찾아간다. 

이번 전시회는, 한국미술사에 큰 업적을 남긴 화가 57명의 작품으로, 수묵채색화, 유화 등 100점을 엄선하여 전시하고 있어서 우리가 미술교과서를 통해서나 달력, 또는 커피 향 좋은 어느 카페에서 만났던 낯익은 그림들이 상당수 전시되고 있어 더욱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전시회이다. 

전체 작품을 4부로 나누어 전시하고 있는데, 첫 번째 방인 제 1부에서는 '근대적 표현의 구현'이라는 주제로, 1920~30년대 서구미술의 도입으로 새로운 기법과 양식으로 그림을 그리는 화가들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인상주의 화가로 유명한 오지호의 '남향집', 구본웅이 친구 이상을 그린 '친구의 초상'등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두 번째 방에서는 제2부 '새로운 표현의 모색'이라는 주제로 1940~50년대의 시대상에 따른 특징이 나타난다. 광복이후 미술계 역시 일본의 영향을 벗어나 미국과 유럽의 영향을 받은 작품들이 나타나게 되고 구상과 추상의 개념이 형성되기 시작하는 시기의 작품들로, 이중섭의 '소', 박수근의 '빨래터', 김환기의 '산월'등이 전시되고 있다. 

세 번째 방인 제3부에서는 '전통의 계승과 변화'라는 주제로 수묵채색화가 전시되고 있다. 종래의 전통을 고수하던 태도에서 벗어나 일본화의 영향을 받아들여 변화하던 수묵채색화는, 광복이후에는 일본색도 탈피하면서 서양의 현대미술을 융합하면서 추상미술까지 적극적으로 수용하게 된다. 전시 작품으로는 이응노화백의 '향원정', 김기창화백의 '아악의 리듬', 천경자화백의 '길례언니'등이 있다.

마지막 제4부에서는 '추상미술의 전개'라는 주제로 1960~70년대, 한국전쟁을 지나 안정기에 접어들면서 미술계에도 다양한 활동이 펼쳐지는데 추상미술은 실험미술과 함께 이 시기 화단의 새로운 돌파구로 간주되면서 주도적인 경향으로 자리 잡는다. 장욱진의 '가로수', 한묵의 '푸른 나선', 최영림의 '경사 날'등이 전시되고 있다. 

57명의 화가와 즐거운 데이트_1
57명의 화가와 즐거운 데이트_1

이렇게 4부로 나뉜 전시회는 한국 미술사를 시대 흐름에 따라 쉽게 읽어 갈수 있으며 우리에게 낯익은, 우리의 정서가 담겨 있는 그림들을 만남으로 인해, 추운 겨울이지만 풍성한 즐거움을 누리며, 보는 호사를 누릴 수 있는 전시회가 될 것이다. 전시기간은 2014년 3월 30일까지이며, 입장료는 6천원이지만 해피포인트 카드가 있으면 2천원 할인되는 즐거움도 누릴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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