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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은행나무를 찾아가는 이유
2014-01-04 14:35:33최종 업데이트 : 2014-01-04 14:35:33 작성자 : 시민기자   하주성
내가 은행나무를 찾아가는 이유_1
수령 1100년의 용문사 은행나무를 용문사 경내에서 바라보다
 
남들은 새해맞이를 동해안으로 떠난다. 1월 1일 해돋이를 보기 위함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나도 그 일행 중에 끼어있었다. 하지만 1월 1일에는 내가 꼭 들르는 곳이 있다. 바로 오가는 길에 만나게 되는 천연기념물로 지정이 된 은행나무들이다. 왜 1월 1일에 은행나무를 만나러 갈까?

나무 한 그루가 나에게 주는 영향은 실로 대단했다. 한 두 번 본 나무가 아니지만, 그 나무 앞에만 서면 난 늘 작아지고는 한다. 그 나무의 위용이 대단해서라기보다는 그 나무의 연륜 때문이다. 1100년이란 세월을 그렇게 한 자리에 서서 지난 세월의 역사를 보고 있었던 양평 용문사 은행나무.  

은행나무는 살아 있는 화석이라고 한다. 그만큼 오랜 수령을 지니고 있는 나무로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 등지에 분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은행나무가 처음으로 들어온 것은 중국에서 유교와 불교가 전해질 때라고 한다. 은행나무는 여러 가지 약재로도 사용되고 있지만,  가을 단풍이 매우 아름답고 병충해가 없다. 또한 열매는 사람들에게 많은 이로움을 주며, 넓고 짙은 그늘을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어 정자나무나 가로수로도 많이 심는다. 

우리나라 최고령의 은행나무

용문사의 은행나무는 수령이 약 1100년 정도로 추정한다. 나무의 수고는 42m, 밑동의 둘레는 15.2m 정도이다. 우리나라에 서식하고 있는 많은 은행나무 가운데 수령과 수고에 있어서 이 나무를 따를 것이 없다. 또한 줄기 아래에는 커다란 혹이 달려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용문사 은행나무를 다섯 번째인가 만난 것은 비가 추적거리며 내리는 8월이었다. 용문사 진입로 앞에 차를 대놓고 천천히 빗길을 걸어 들어간다. 차로 들어가도 되겠지만, 용문사는 굳이 그럴 생각이 없다. 그저 걷기만 해도 주변 경관이 뛰어나 즐길 수가 있기 때문이다. 일행들은 굳이 차로 가도 될 것 아니냐고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걷는 길이 그리 넓지도 않은데 차로 이동을 한다면 죄스럽기 때문이다.

내가 은행나무를 찾아가는 이유_3
남원 광한루 월매네 집의 가을 은행나무 풍경
 
마의태자가 심었다는 은행나무

천연기념물 제30호인 용문사 은행나무는 통일신라의 마지막 왕인 경순왕(재위 927∼935)의 아들인 마의태자가, 나라를 잃은 설움을 안고 금강산으로 가다가 심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일설에는 의상대사가 짚고 다니던 지팡이를 꽂아 놓은 것이 자라서 나무가 되었다고도  전해진다. 

그밖에도 용문사 은행나무에 대한 설화는 많다. 누군가 나무를 자르려고 톱을 대었는데 그 자리에서 피가 났다는 이야기며, 1907년에 일어난 정미의병 항쟁 때, 일본군이 용문사에 불을 질렀는데 이 나무만 타지 않았다는 이야기들도 전한다. 그뿐만 아니라 나라에 큰 일이 일어날 때마다, 이 은행나무가 소리를 내어 알렸다는 이야기도 있다.

은행나무가 나라에 변고가 일어나면 울었다는 이야기는 수도 없이 많다. 충남 금산 보석사의 은행나무도 나라에 변고가 생기면 울었다고 한다. 이러한 전설은 우리나라 곳곳에 전하고 있다. 하기야 1000년이란 세월을 한 자리에 지키고 있는 나무들이니 우리가 모르는 것이 너무나 많을 수밖에.  

용문사의 은행나무는 조선조 4대 임금인 세종 때 정3품 벼슬인 당상관이란 품계를 받을 만큼 중히 여겨졌다. 나무가 이렇게 벼슬아치가 된 것은 보은 속리산 법주사 입구에 서 있는 정이품 소나무도 있다. 나무도 벼슬을 줄 수 있었던 우리의 선조들. 이런 것만 보아도 우리가 사는 지금 세상이 얼마나 팍팍한 것인지 알 수 있다. 

내가 은행나무를 찾아가는 이유_2
원주시 문막읍 반계리 은행나무의 땅 위로 솟은 뿌리들
 
오가는 길에 들르는 또 한 곳 원주시 문막읍 반계리

강원도 원주시 문막읍 반계리. 내가 해돋이를 마치고 오가다 들르는 또 한 곳이 바로 원주시 반계리이다. 이곳을 찾는 이유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은행나무 한 그루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있기 때문이다. 천연기념물 제167호인 반계리 은행나무. 가을철에 보면 반계리 은행나무의 진면목을 볼 수가 있다.

나무의 높이는 34.5m, 가슴높이의 줄기 둘레는 자그마치 17m에 달한다. 동서로 38m 정도에 남북으로는 31m 정도의 거대한 나무다. 밑동의 둘레만 해도 15m 정도이니 이 나무의 크기를 가늠하기가 어렵다. 수령은 800년이 지났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 나무가 가을에 물들기 시작하면 그 멋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 반계리 은행나무만큼 무성한 나무가 흔치 않다. 또한 균형이 잘 잡혀있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은행나무 중 가장 아름답다.

내가 1월 1일마다 해돋이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만나는 두 그루의 은행나무. 양평 용문사의 은행나무와 원주시 문막읍 반계리 은행나무. 그 외에도 답사를 할 때마다 만나게 되는 많은 은행나무에 집착하는 것은 바로 그 나무의 속성 때문이다. 병이 없고 건강하며 가장 오랜 시간을 한 자리를 지킨다는 점이다. 
올해는 전국에 있는 문화재로 지정된 은행나무들을 만나보고 싶다. 그리고 2014년 이 한해는 은행나무를 닮은 삶을 영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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