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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스케이지가 몇 층이에요?'
2013-12-25 12:01:46최종 업데이트 : 2013-12-25 12:01:46 작성자 : 시민기자   심춘자

혼자 영화 보러 다니는 언니의 일이다. 어제도 다름없이 혼자 영화를 보기 위해 자리를 잡았는데 어떤 덩치 큰 일행이 옆으로 오는데 순간 조직폭력배가 연상이 되더란다. 
아줌마의 기세가 조폭에 밀릴 수는 없는 법, "왜 그러세요?"하자 "거기 우리 자리인데요"라고 하더란다. 시력이 좋지 않아서 좌석번호를 잘못 알았던 것이다. "아직 살날이 창창(蒼蒼)한데 벌써 노안이라니"

여성들은 중년에 접어들면서 기억하는 것, 말하는 것, 보는 것까지 서서히 문제를 발생시키는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고 나 자신에게서도 깜짝 놀랄 정도로 엉뚱한 말이 튀어 나올 때가 있다. 

'니콜라스케이지가 몇 층이에요?'_1
영화배우 니콜라스케이지/영화 한장면
이야기 하나 

예전에 구입했던 옷을 수선하기 위해 백화점에 갔었다. 매장이 있는 층이 기억나지 않아서 1층 안내 데스크에서 위치를 물어 보았다. 
"니콜라스케이지가 몇 층이에요?"
안내하는 아가씨는 밝은 모습으로 웃으면서 골프웨어가 있는 층수를 알려주었다. 덕분에 매장을 헤매지 않고 바로 갈 수 있었다. 

그런데 저녁에 가족들과 식사하면서 일과를 이야기 하다가 문제를 발견했다. 그것도 본인 스스로 발견한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지적에 의해서였다. 
오늘 다녀온 백화점 매장 브랜드 이름은 골프웨어 '00클라우스'였는데 영화배우 '니콜라스케이지'이름을 말한 것이다. 
안내데스크의 아가씨가 개떡 같이 말해도 찰떡 같이 들었다는 것은 이런 실수를 하는 고객이 나 혼자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위로했지만 창피하고 얼굴 뜨거워지는 것은 어찌 할 수 없었다.

이야기 둘 

얼마 전 내년 학생회를 이끌어갈 임원을 구성하였다. 신임회장은 나름 각처의 국장을 마음에 두고 나에게는 문화국장을 해 줄 것을 요구했었다. 집에 돌아와 문화국장을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하여 큰아이와 이야기를 했다. 
"문화국장이 되면 학교 대내외 각종 행사 때마다 사진을 찍어서 카페에 올려야 하는데 휴대폰으로 사진 찍으면 폼 안나잖아. '듀라셀카메라' 정도는 되야지."라고 했다.

"엄마, 카메라를 말씀하시던가 아니면 건전지를 말씀하세요. 두 가지를 섞어서 말씀하시면 저는 어쩌라고요."한다.
단지 폼의 문제가 아니고 스마트 폰으로 찍는 사진과 전용카메라로 찍는 화질에 대하여 말하려고 한 것이었는데 DSLR(digital single-lens reflex camera)을 뜬금없이 건전지 이름이 나왔던 것이다. 

이야기 셋

지난 학기에 철학을 배우면서 프랑스 철학자 들뢰즈의 '새로운 욕망이론과 탈영토화'를 알게 되었다. 포스트모더니즘 철학자로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들뢰즈의 탈영토화는 유형을 바꿔가면서 매년 시험에 출제 되고 있었다. 
시험을 끝내고 복도로 나가니 먼저 끝낸 학우들이 "철학은 정말 쉽지 않아. 도대체 이론가가 왜 이렇게 많은지 이름 외우다가 시간 다 간다니까"라고 했다. 
"그래도 자주 보았던 들뢰즈의 '토탈영화'가 출제되어서 다행이었어요"라고 했다. '탈영토화'가 '토탈영화'가 됐다.

매번 이런 식이었다. 안내 표지판이나 간판까지 읽고 싶은 대로 읽고 기억하고 싶은 대로 입력된다. 불쑥불쑥 말도 안 되는 단어가 나오거나 상관성 없는 말을 할 때 가끔 치매의 시작이 아닌가 걱정이 앞설 때가 있다.

나름 깜빡거리는 증세를 무마시키기 위해서 열심히 메모를 하고 좋은 글귀나 시를 외우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것을 병으로 알고 적극적으로 치료를 해야 하는지 또 치유의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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