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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재봉하는 여자, 심플소잉(Simple Sewing) 박선미씨
소잉의 즐거움을 전할 때 행복해요.
2013-12-29 21:52:15최종 업데이트 : 2013-12-29 21:52:15 작성자 : 시민기자   최지영

동네에 소잉샵이 생겼다. 심플소잉. 소잉에 관심이 있던 터라 간단한 상담을 받아보았다. 명함에 적혀 있는 블로그에 접속해 보니, 소잉과 관련한 소소한 일상이 담겨 있다. 작품을 만들고 뿌듯해 하는 모습. 그리고 작품을 만들어서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하고 기뻐하는 모습. '소잉을 정말 좋아하는 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잉에 관심도 있었지만, 사람을 보고 망설이 없이 과정에 등록했다. 이것이 어느 덧 몇 달 전의 일이다.

수업을 들으면서 본 그녀의 모습도 다르지 않았다. 문득 그녀가 궁금해졌다. 두 아이들 둔 주부이자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그녀의 이름은 박선미(36세). 행복한 삶을 사는, 자신의 일을 즐겁게 하는 사람 인터뷰해보자 마음먹은 나의 인터뷰어로 초대해 본다.

꿈을 재봉하는 여자, 심플소잉(Simple Sewing) 박선미씨_1
소잉을 사랑하는 박선미님, 특강으로 진행되는 조끼를 입고 있다.

-저는 중고등학교 가정시간에 옷 만들기나 바늘쌈지 만들기 이런 걸 힘들어 했는데, 선생님은 잘 하셨겠어요.
=중학교 때 가방 만들기 과제가 나와서 마음먹고 만들어 갔다가 선생님한테 혼났어요. 엄마가 만들어 준거 아니냐구요(웃음). 성격 자체가 친구들과 어울리는 거 좋아하고, 제대로 할 거 아니면 시작을 잘 하지 않다보니 선생님께서 덜렁이라고 생각하셨죠. 그런 제가 그렇게 꼼꼼하게 바느질을 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하셨나봐요. 그런데 정말 제가 만들어 간거였거든요. 엄청 억울했던 기억이 있어요. 그땐 그게 저의 강점인지 몰랐는데, 지나고 보니 그때부터 이런 일을 할 끼가 있었나봐요. 

-소잉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저의 전공이 경제학과였어요. 그리고 IMF때쯤에는 은행에서 일하려고 종이돈 세는 연습도 하고 그랬구요. 동해가 고향인데, 서울에 회계사무소를 운영하는 친척분의 제안으로 서울에서 일하게 됐어요. 사무실이 압구정동에 있었는데, 사무일보다 관심이 가는 건 거리에 있는 웨딩샵이었어요. 그때가 웨딩 붐이었는지 웨딩샵이 많이 생기곤 했거든요. 그 거리를 왔다갔다 하면서 '와! 저거 해보고 싶다'해서 눈독을 들였죠. 마침내 하던 일을 그만두고 웨딩샵에 취업을 했어요. 
부모님 곁을 떠나 서울에 있어서 가능했던 일인지도 모르겠네요(웃음). 전공이 다르다 보니 말단부터 시작했지요. 디자인 하는 건 하지 못했지만 미싱도 다룰 수 있는 기회도 있었고, 신부들 피팅하는 것도 했어요. 낯선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어려워한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해보니 사람 상대 하는 것도 좋았어요. 힘들기도 했지만 그땐 그 일이 그렇게 재미있더라구요. 

-많은 미싱브랜드에서 운영하는 샵들도 있는데, 심플 소잉만의 차별화된 특징이 있다면요?
=심플 소잉은 '힐링이 되는 바느질, 즐겁게 바느질 하기' 라는 가치가 있어요. 제가 심플소잉에 매력을 느낀 것도 그런 측면이구요. 바느질이 즐거워야 하는데, 어려운 바느질은 일이 되거나, 스트레스가 되곤 하니까요. 심플소잉은 재봉틀도 쉽게 할 수 있게 되어있고, 다양한 부자재로 즐거운 소잉을 돕고 있어요.

꿈을 재봉하는 여자, 심플소잉(Simple Sewing) 박선미씨_2
수강생들의 소잉 활동모습

-어떻게 심플 소잉 가게를 운영하게 되었나요?
=결혼을 하고 아이가 바로 생겼어요. 그리고 19개월차이로 둘째까지 생긴거에요. 육아휴직 상태였는데, 결국 복직을 포기해야 했지요. 이후 한 5년을 육아에 전념했어요. 아이를 보는 것도 좋지만, 문득문득 우울감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가정용 미싱을 사서 이것저것 만들면서 스스로 위안을 했어요. 
그럴수록 소잉에 대한 미련이 점점 커져갔고 사람과 소통하는 것도 좋아하던 터라 소잉으로 강사활동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어요. 그러다 '심플 소잉'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양재까지 가서 배워보려고 했는데, 마침 동탄에 샵이 있다고 해서 가깝게 다닐 수 있었어요. 그 곳에서 전문가 과정까지 하고 전문강사로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있었어요. 그런 경험에 기반해서 마침내 수원 권선동에 33호점을 낼 수 있었어요. 

-웨딩샵 말단 직원에서 지금은 샵까지 열었으니, 성공하셨네요. 소감이 어때요?
=그러게요. 나만의 샵을 여는게 꿈이었으니 정말 기쁘지요. 대리점을 연지가 6개월 정도 되는데, 막상 가게를 운영하다보니 어색한 것도 많아요. 수강비나 재료비 등을 받는 것이 당연한 것인데, 주부로만 살다보니 '수강생들이 돈 내는게 부담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제가 하는 거에요. 만드는 즐거움, 가르치는 즐거움만 생각했는데, 가게를 운영하기 전에는 몰랐던 거지요. 
경제학과를 나와도 소용이 없었어요(웃음). 한 참 소잉을 배울 때는 개인 공방을 여는게 꿈이었는데, 어떻게 생각해보면 대리점을 연게 다행인 것 같아요. 대리점의 원칙이 있으니까 이렇게라도 운영하는 것 같아요(웃음). 그리고 아직은 초반이라 자리 잡는데 신경을 많이 쓰다보니, 막상 제가 좋아하는 소잉을 많이 할 수 없더라구요. 그게 좀 아쉬워요.

-가게를 운영하면서 돈 받는 것이 어색한 주인장이라. 그래서 유난히 결재금 말씀하실 때 목소리가 작아지셨던 거에요? 재미있네요. 점점 익숙해 지시겠지요. 심플소잉 권선점 만의 특징이 있을까요?
=아직까지는 여러 가지로 자리 잡느라 여력이 없지만, 그래도 수강생들을 위한 다양한 특강을 진행하려고 해요. 초급, 중급, 고급 등의 코스로 되어 있지만, 이것과는 별도로 과정에 없지만 유용한 것들을 만들 수 있는 과정을 제안하는 거지요. 중간에 쉬어갈 겸 할 수도 있고, 실용적인 것이라 도움이 되기도 하구요. 지금까지는 쿠션, 가방, 냄비 손잡이, 스카프 빕 등등의 과정을 특강으로 진행하고 있어요. 요즘에는 수강생들이 특강 아이템을 제안하기도 해요. 특강들이 윤활유가 되는 것 같아요.

-육아와 샵 운영을 같이 한다는게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어떠세요?
=처음에는 그런 부분이 걱정이 되었지요. 다행히 시어머님께서 함께 살게 되어 육아와 관련한 부분을 도와주시구요. 그리고 아이들도 학교와 유치원을 다녀서 좀 여유가 있어졌어요. 특히 첫째는 엄마가 일을 한다는 것에 대해 멋지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정말 다행이지요. 그런가 하면 둘째는 여자친구와 함께 할 커플 앞치마를 만들어 달라고 해서 '아들은 키워봤자 소용없구나' 하면서 웃기도 했지요. 어쨌든 아이들이 엄마가 소잉샵을 하는 것에 대해서 자랑스러운 마음을 가지고 있고, 이해해 주어서 너무 감사하지요. 

-소잉을 가르치면서 보람있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일단 수강생들이 참여하면서 '소잉이 재미있다'고 하실 때에요. 제가 느꼈던 즐거움을 알아가시는 것 같아서 기쁘지요. 그리고 소잉을 하면서 심리적인 안정이 되는지, 태교에 도움이 된다던지, 임신을 했다던지 이런 말씀을 들을 때 또 기뻐요. 소잉은 잘 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즐기다 보면 잘 하게 되어있구요. 저도 아주 잘 하는 편은 아니었어요. 재미있고 좋다보니 계속하게 되고, 그러다보니 이렇게 누군가에게 소잉을 알려주는 일을 하게 되었네요.. 

꿈을 재봉하는 여자, 심플소잉(Simple Sewing) 박선미씨_3
수강생 지도를 하고 있는 모습

-기억에 남는 수강생이 있나요?
=저녁반에 오시는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 세 분이 계세요. 처음 한 달을 머신에 실 끼우기하는 것도 힘들어 하셨어요. 기계가 낯설기도 하고 그러셨겠지요. 그런데 중급 들어오면서 잘 하시고, 심지어 즐기는 모습을 볼 때 기쁨이 있지요. 
또 다른 수강생 중에 에코백만 10개를 만드신 분이 있어요. 소잉이 잘 안되서 시행착오 등으로 만든거지요. 그래도 재미있다는 거에요. 그런 과정을 거치고 나니 지금은 정말 잘 하시게 되셨어요. 그렇게 즐기시는 분들이 결국은 더 오래가고 잘 하게 되시는 것 같아요.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요?
=일단 짧게는 5년까지 이 샵을 잘 운영하는 거구요. 지금은 초반기라 그런데 좀 안정이 되고, 여유가 생기면 작품활동을 하는 거에요. KMSA(Korea Machine Sewing Assocication)라고 정식 작가로 등록되어 있는데, 새로운 창작품을 만드는 것을 더 하고 싶어요. 전시회도 하는데, 출품도 해보고 싶구요. 그리고 앞으로도 즐겁게 소잉하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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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소잉 권선점

'아메리칸 퀼트'라는 영화를 보면 여성들이 모여서 퀼트를 하면서 서로의 이야기를 나눈다. 마치 이곳이 그런 이야기를 나누고 힐링이 되는 곳인 것 같다. 아이의 옷을 만드는 사람, 부모님의 가방을 만드는 사람, 남자친구의 옷을 만드는 사람. 저마다의 사연으로 사랑이 만들어 지는 곳.

자신이 즐거운 것을 하면서 사는 모습을 보면서 그녀의 꿈도 이 곳에서 한 땀 한 땀 만들어져 가고 있는 것 같다. 앞으로도 힐링이 되는 소잉, 즐겁게 바느질 하는 것을 돕는 사람으로서, 그리고 스스로도 그렇게 살아갈 모습으로 살아갈 것이다.

박선미씨를 통해 발견한 행복의 법칙.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할 때 행복하다. 끌리는 것을 하는 것. 그녀를 보면서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그리고 꿈이라는 것은 쉽게 접어지지 않는 것 같다. 외면하려 했지만, 계속 끌리는 것이 있는지 생각해 보자. 자신의 마음을 끄는 것을 받아들이고 기꺼이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 그 곳에 행복의 열쇠가 숨겨져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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