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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오는 날, 벽이 詩를 입다
시인들 지동 벽화골목 2차 조성
2013-12-15 16:08:02최종 업데이트 : 2013-12-15 16:08:02 작성자 : 시민기자   하주성
눈 오는 날, 벽이 詩를 입다_1
지동 시인의 길에 시를 적는 수원시인협회 시인들
 
지동길목
홀로 핀 봉숭아 꽃 너무 붉다
풍선처럼 팽팽해진 탱글한 씨앗자루
꼬투리 투툭, 터지며
날아든 파편
내 가슴 한 켠에 박혀
새록새록 이듬해 핀다.

지난 10월 26일 오후 지동 벽화골목에 '시인의 벽'이 마련되었다. 수원시인협회(회장 김우영)가 주최한 이 행사에는 고은 시인을 비롯해, 지동에 거주하는 아동문학가 윤수천 선생, 수많은 시인 제자들을 배출한 원로시인인 유선 선생 등 많은 시인들이 함께 자리를 했었다. 시인의 벽은 시립지동어린이집 건너편 벽에 마련이 되었다.

눈 오는 날 벽을 그리는 시인들

14일 오후, 이 지동 벽화 길에 또 다시 10여명의 시인들이 찾아들었다. 가는 눈이 점차 함박눈으로 변해 내리지만, 벽에 자신의 글을 쓰는 시인들은 아랑곳 하지 않는다. 흡사 자신들이 마치 눈인 듯 벽에 시를 입힌다. 위 시는 정겸(본명 정승렬) 시인의 '봉숭아 꽃'이라는 시이다. 
눈발이 점차 거세지면서 바람까지 분다. 1차 시인의 벽을 조성할 때 미처 찾아오지 못했던 시인들이다.

눈 오는 날, 벽이 詩를 입다_2
눈이 오는 날 감나무 달린 까치밥
,
눈 오는 날, 벽이 詩를 입다_3
눈 쌓인 담장과 어우러진 마가목 씨
 
시인 윤민희는 '지천명'이라는 시를 적었다.

절반은 내가 가고
절반은 네가 와서
손잡고 갔으면 좋겠어

절반은 앞에서
절반은 뒤에서
나란히 갔으면 좋겠어

자정이 바라보는 정오
춘분 추분이 바라보는 해와 달
좌우 날개로 나는 새들처럼
중용을 잃지 않는
지천명이었으면 좋겠어

날이 춥다. 그 추운 날을 녹이는 것이 바로 시인의 벽이요 지동 벽화 시골목이다. 한참을 손을 호호 불어가며 시를 쓰고 있는데 골목의 한 집 대문이 열린다. 
지동 창룡문로 60-3의 주소를 가진 집이다. 직접 커피를 끓여 시인들에게 대접 한다. 집 주인과 따님이 내어주는 커피 한 잔에 차갑던 몸이 녹는다.

눈이 오는 날 지동을 찾아 시를 적는 시인들에게 따듯한 차 한 잔은 얼마나 큰 위로가 될까?
굳이 설명을 하지 않아도 좋다. 그 마음 하나가 찬 눈이 쌓인 감나무 가지에 달린 '까치밥'과 같이 여유롭다. 

그래서 지동은 살가운 동네라고들 한다. 인정이 넘치는 지동 벽화골목. 그곳에 마련된 시인의 벽과 골목. 또 하나의 지동 명물이 되었다. 주말이면 이곳을 찾은 사람들의 포토죤이 되었다. 
눈이 소복이 쌓인 블록 담장위에 쌓인 눈에, 처마에 달린 마가목 씨앗 열매가 더 붉기만 하다. 

정명희는 죽어서도 상사화가 되고 싶다고 '풀씨와 자동차'라는 시를 적었다.

눈 오는 날, 벽이 詩를 입다_4
시인골목에 사는 주민(왼쪽)이 시인들에게 뜨거운 커피를 대접하고 있다
 
죽어서도 상사화가 되고 싶은 마음
멀지 않은 그길
내달리지 못하는 아쉬움이
이른 꿈 하나 떨어트렸다
차마 내 뿜을 수 없는 열기
더 뜨거운 바람을 부르는 바람개비가 되었다
나뭇잎이 될게
꽃잎은 아주 많이
그래서 씨앗으로 바퀴를 만드는거야
어느 무공해의 도시
오랜 통증이 사라진다.

지동, 벽화골목, , 시인의 벽, 눈오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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