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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차려준 특별한 밥상, 미역국을 먹다
우리 부부의 생일과 결혼기념일 서로가 선물이 됐다
2013-12-15 21:39:02최종 업데이트 : 2013-12-15 21:39:02 작성자 : 시민기자   김형효

아내가 끓여준 미역국, 남편이 요리한 삼계탕

눈이 내렸다. 어린 날부터 시민기자는 눈을 매우 좋아하고 시리게 추운 날, 북풍한설의 한기를 느끼면서도 겨울을 좋아했다. 밤이 길어지듯 사색이 길어지는 겨울이다. 왜일까? 시민기자의 생일은 지난 12월 10일이었다. 음력으로 11월 8일생인 내게 80세 노모가 며느리에게 미역국 끓여먹으라고 전화를 하셨다. 

외국인 아내가 미역국을 맛나게 끓이는 것은 아직 서툴다. 아내는 특별히 요리솜씨가 있는 것 같지도 않다. 하지만 난 아내가 내어놓는 그 어떤 음식도 맛있게 잘 먹는다. 사실 부모님의 유산 중 가장 고맙고 감사한 유산이 음식을 가리지 않게 하는 입맛을 주신 것이다. 
아내에게 어머니의 말씀을 전했다. 아내는 결혼하고 두 번째 맞는 신랑의 생일이지만 특별히 기억하고 있지도 않다. 생일날이 가까워지자 아내에게 내 생일이 언제인지 물었다. 가물가물해 한다.  

아내가 차려준 특별한 밥상, 미역국을 먹다_1
8~90년대 자취생의 초라한 밥상같은 미역국을 끓여 내놓은 나의 생일상, 그리고 눈 내린 거리 풍경

네팔인들은 나이가 든 어른들의 생일을 챙기지만 젊은 사람들 또래의 생일을 특별히 챙기지 않는다. 물론 최근에 들어서 파티를 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아무튼 아내에게는 신랑의 생일도 아직 특별히 챙겨야하는 일이 아닌 모양이다. 

생일날 아침 아내는 미역국을 끓였고 냉장고에 있는 김치 종류들도 다 꺼내놓지 않는 다소 무성의해 보이는 밥상을 차렸다. 그러나 난 더없이 고맙기만 했다. 80~90년대 자취생의 가벼운 아침 밥상 같기만 했다. 하지만 충분히 사랑을 느낀다. 불가능하다고 포기한 밥상이 아니라, 어렵지만 차려낸 생일상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정성이 담긴 잠옷도 선물로 챙겨 두었다. 그렇게 5일이 지났다. 

15일은 아내와 결혼한 지 2주년이 되는 날이고 아내의 42회 생일날이다. 격일 근무를 해야하는 시민기자는 14일 늦은 밤 아내가 먹고 싶어하는 삼계탕을 삶아놓고 와인과 케잌을 샀다. 
그리고 이제는 수원시 영통구 매탄동에 이웃이 되어 살고 있는 네팔인 이주노동자와 학생 등을 집으로 초대했다. 허술한 축하생일잔치, 초라한 결혼기념일 상을 차려냈다. 하지만 아내는 밝고 기쁘게 웃는다. 이웃집에 네팔친구들이 와서 분위기를 띄우고 축하노래를 불러주기도 했다. 

아내가 차려준 특별한 밥상, 미역국을 먹다_2
사진 왼쪽 아래는 2011년 12월 15일 네팔 결혼식날이고 나머지 사진은 어젯밤 매탄동 집에서 이웃 네팔인들과 함께 한 아내 생일 축하와 우리 부부 결혼기념일 축하파티

시민기자의 생일은 가볍게 둘이서 보냈고 아내의 생일은 같은 나라 사라들이 함께 해준 것이다. 나는 그들에게 한국사람과 결혼한 네팔인 여성들의 아픈 사연이 네팔 언론에 많이 소개된다는 사실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다. 
익살과 장난끼로 아내에게 키스를 하라는 말을 듣고 그들의 청을 따랐다. 난 그들에게 입술로 맞는 부부도 있다고 전하라고 농을 던지기도 했다. 그들이 고마운 이웃이 되어 즐거움을 함께 한 것이다.    

시민기자가 고맙게 받은 밥상의 미역국과 아내가 맛있다며 먹고 싶어하던 삼계탕으로 우리의 겨울밤은 행복했다. 눈이 내려 풍요로운 느낌도 가득해서 우리들의 생일과 결혼기념일을 축복해주는 것 같아 매우 즐거운 시간이었다. 
우리가 보낸 특별한 날들이 모자란 일상이었지만 서로를 바라보는 정성을 함께 할 수 있어 좋았다. 2013년 우리 부부의 생일과 결혼기념일을 보낸다. 내년에는 좀 더 멋진 밥상을 차려 내놓고 싶다. 
오늘은 근무라서 전화로 인사만 나누지만, 내일은 의미 있는 선물하나 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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