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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녀석 또 뛰네' 아파트 층간소음 문제는?
오늘도 신나게 달리는 위층 아이 해결책은 없을까
2013-12-16 08:35:38최종 업데이트 : 2013-12-16 08:35:38 작성자 : 시민기자   문예진

우당탕 쿵쾅, 다다다닥. 오늘도 어김없이 천장을 달리는 소리가 요란스럽게 울린다.
남편은 짜증을 내며 한번 올라가서 주의를 줘야겠다고 말한다. 나는 그런 남편에게 절대 그러지 말라며 단호한 어조로 말한다. 

아파트 층간소음 문제가 우리 집에도 날마다 큰 피해를 주고 있다. 바로 위층에 사는 나의 이웃은 40이 넘은 나이에 늦둥이가 생기는 바람에 출산을 하고 더운 여름 날 아이를 업고 다니느라 고생을 했었는데 벌써 아이가 뛰어다니는 중이다. 

아직 말도 제대로 못하는 아이가 마냥 신나게 뛰어 다닐 줄만 알았지, 조용히 하라는 엄마의 말을 이해하고 조심해서 다니기를 바라는 건 무리다. 시도 때도 없이 다다다닥 다다다닥 마음껏 신나게 달려대는 아이가 한편으로는 귀엽기도 하다. 하지만 직장에서 힘들게 일하고 온 후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고 싶은 남편은 아이가 귀엽고 예쁘다는 생각보다는, 자신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는 생각이 먼저 드는 것 같다. 

사람 이라는게 이상해서 한번 신경에 거슬리기 시작하면 작은 소리에도 예민해지며 짜증이 더해진다. 퇴근 후 남편이 가장 먼저 하는 말은 "오늘도 또 뛰네" 라는 말이다. 물론 나에게도 위층에서 뛰는 소리는 신경 쓰이고 거슬리는건 남편과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남편과 나의 차이점은 아이를 키우면서 층간소음 때문에 마음고생을 했느냐 안했느냐의 차이다. 

'저 녀석 또 뛰네' 아파트 층간소음 문제는? _1
'저 녀석 또 뛰네' 아파트 층간소음 문제는? _1

아이 셋을 키우면서 나도 참 많이 마음고생을 했다. 마음고생 심하던 지나간 날들이 생각난다. 처음 아파트를 분양 받을 때는 일부러 1층을 선택해서 아이들도 편안하고 나도 편안한 생활을 했지만, 이사를 하면서는 중간층으로 올라가게 되었는데 큰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 둘째아이는 유치원, 셋째가 4살 되던 해다. 

한참 쿵쿵거리고 장난치며 말도 듣지 않아 엄마인 나를 매우 난처하게 만들었던 시절이 있다. 바로 아래층에는 군인과 대학생인 두 자녀를 둔 중년의 부부가 살고 있었는데,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에 열심히 먹을 것을 선물하며 죄송하다는 인사를 드렸다. 
그랬더니 나중에는 오히려 그분들이 괜찮다며 이제는 아무것도 안 가져와도 된다고 하시는 거다. 그런데 내게는 그 말조차 "먹을 것 갖다 주지 말고 제발 아이들이나 뛰지 않도록 주의 시키세요" 라는 의미로 생각돼 어쩔줄 몰라 했던 적도 있다.

어느 부모가 아이들이 마냥 뛰도록 방치만 하고 있겠는가. 나름대로 조심을 시키지만 어린 아이들에게는 효과도 없을뿐더러 또 이 정도는 괜찮겠지 라며 생각 없이 하는 행동들도 아래층에서는 큰 울림으로 전해지며 심각한 소음이 되는 것이다. 그때 나의 마음이 얼마나 불편하고 힘들었는지 다시는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아래층 이웃에게는 우리아이들이 원인제공자인 소음으로 인해 끝없이 죄송하고, 한참 커가는 아이들에게는 행동 하나하나를 제지하고 잔소리하며 억압하는 엄마가 될 수 밖에 없는 내 자신이 싫고 아이들이 안쓰러웠기 때문이다. 
통제도 되지 않고 마냥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아이들, 특히 막내 아들 녀석 때문에 그때 했던 생각이 한 가지 있다. 차라리 사람이 살지 않는 빈 들판으로 나가 비닐하우스를 짓고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정도이다. 

아파트의 층간 소음 문제는 잘 지내던 이웃을 원수처럼 만들어버리기도 한다.  같은 아파트에 살던 친구는 위층 사는 이웃과 잘 지내는 좋은 관계였지만 위층 아이들의 심각한 소음으로 인해 결국은 위층 가족이 이사를 가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오며가며 얼굴 보고 인사도 나누는 여자들은 불편해도 서로의 인간관계 때문에 될 수 있으면 참고 지내는 편이지만 상대적으로 이웃과의 교류가 적은 남편과 자녀들에게는 층간 소음은 단지 고통이고 괴로움일 수밖에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친구네도, 친구의 다 큰 아들 녀석이 위층에서 시끄럽게 할 때 마다 자기네 집 천장. 즉, 위층의 바닥을 향해 계속 항의성의 신호를 보냈는데 그 증거물로 친구네 집 천장에는 무언가로 심하게 때려서 뚫린 구멍이 꽤 커다랗게 자리하고 있었다.
대부분이 아파트 생활을 하는 요즘, 소음의 피해자이면서 층간 소음 유발자이기도 하는 생활을 할 수 밖에 없는데 서로서로 조금씩 조심하고 생각하며 행동하고, 또 이해하고 너그럽게 생각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할 것 같다. 

아파트 층간 소음으로 인해 크고 작은 사고도 발생하는 삭막한 현실이 사회적으로도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얼마 전 TV뉴스에 보도된 내용을 보니 층간소음의 피해가 얼마나 심각한지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별로 시끄럽지 않을 거라며 했던 행동들이 생각보다 굉장히 큰 소음으로 아래층에 전달되는 것을 직접 시민들이 경험해볼 수 있는 것이다.

식탁에 앉거나 일어날 때 무심결에 끄는 의자에서 나는 소리도 생각보다는 아주 크게 울리는 소음이 되며, 공 굴리는 소리, 걷는 소리까지. 생활에서 일어나는 모든 동작들이 바로 소음이 되어 이웃 간의 분쟁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내 집에서조차 긴장하며 마음 놓고 생활할 수 없다면 그것도 또 다른 스트레스의 원인이 될 것이다. 어울려 사는 사회에서 서로를 배려하며 살아가는 것만이 나와 이웃 모두가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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