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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반가운 수원, 사색이 깊어지는 겨울
하루가 더없이 아까운 날들에 회고
2013-12-21 22:50:55최종 업데이트 : 2013-12-21 22:50:55 작성자 : 시민기자   김형효

믿음으로 바라봐주는 인연이 고맙다

어제는 매우 즐거웠다. 평소 시민기자가 하는 일들에 아낌없이 지원하고 지지해주는 대전사람들을 만나러 갔다. 아내도 몇 차례 인사를 나누었지만 6개월 만에 찾아 만났다. 
일생을 살면서 다시 만나기 어려운 인연으로 내게 지지와 지원을 보내주는 사람, 벌써 10년이 넘는 세월이다. 한해가 저무는 시점에는 소중한 사람들이 더없이 그리워진다. 이제 더 무너지고 절망하며 헤매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되겠다는 결심으로 몇 년 만에 직장에 취직했다. 

취직 후 한결 가벼운 마음이 되어 며칠 전 연락을 하고 만나러간 것이다. 팔도강산에 소중한 인연들을 찾느라 아내와 결혼해서 한국에 온 작년 9월부터 3개월의 여정을 보냈다. 이후 1년 만에 시간을 낸 것이다. 
물론 대전의 그분은 중간에 초대를 받아가기도 하고 고행에 다녀오는 길에 찾아서 만난 적도 있다. 아내는 수원역에서 기차를 타고 눈 쌓인 들판을 바라보며 마냥 신난 소녀모습이다. 작년 겨울에는 수원에서만 보냈기에 철로변의 눈을 바라볼 기회가 없었다.

사람이 반가운 수원, 사색이 깊어지는 겨울_1
수원 월드컵경기장 앞의 같은 자리 가을과 겨울이 있다.

아내의 겨울, 우리 부부의 인연

한국에 와서 두 번 째 겨울을 맞이한 아내가 즐겁게 스마트폰을 이용해 사진을 찍고 동영상을 찍어 철로주변 겨울 풍경을 페이스북에 올린다. 한 시간 쯤 지나서 도착한 대전역은 겨울 그리고 연말의 을씨년스러움으로 꽉 찼다. 철도파업으로 그 분위기는 더 삭막한 느낌이다. 
그가 누구든 하소연을 들어주는 노력이 우리 사회에서 성실한 노력을 보여주는 모습으로 자리잡았으면 하는 것이 시민기자의 바람이다. 나의 생각이 항상 불만족스럽고 답답한 상태인 것은 아무리 긍정하고 살려고 노력해도 사회의 불행이기도 하고 개인의 불행이기도 하다. 안타까운 날들이다.

대전의 출판사, 시인들, 간호사 등 오랜 인연들을 찾아다니며 연말인사를 나눈다. 특별히 선물꾸러미를 들고 다니는 인사가 아니다. 찾아가 안부를 묻고 막대커피 한 잔씩 하며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그리고 사는 이야기에 곁들여 내년에도 좋은 한 해가 되시길 비는 인사를 전하는 것이다. 
수원에 자리를 잡기 전 수원에 살까? 대전에 살까? 숱하게 갈등한 인연들이니 내게는 사람 사는 도리를 하는 인사다. 아내도 익숙히 아는 인사라 함께 자리가 즐겁다. 참 다행이다.

사람이 반가운 수원, 사색이 깊어지는 겨울_2
월드컵경기장 앞 보드에 겨울 눈이 사람이 반가운 수원을 감싸고 있다.

저녁에는 그분의 식사 권유에 아내가 전에 함께 먹었던 매운탕이 먹고 싶다고 해서 한 자리에 모였다. 술잔을 나누며 6개월 만에 만난 회포를 풀고 서로의 건강을 빈다. 이어서 노래방으로 가서 다시 한 잔하며 즐거움을 더한다. 
아내는 매우 즐겁다고 함께 탬버린을 치며 장단을 맞춘다. 행복이란 이런 것일까? 나는 지인이 근무하는 새마을 금고를 찾아 낮에는 아내에게 못한 선물을 적금통장으로 대신했다. 우리 부부의 미래를 함께 설계하는 자리였다.

일상 그리고 사람이 반가운 수원

오늘은 근무다. 새벽 기차를 타고 수원으로 향했다. 지인이 노래방에서 우리 부부를 빼돌려서 미리 잡아둔 모텔로 안내를 했기에 편안한 휴식을 가진 후다. 대리근무하는 사람들이 승객들을 조금은 불안하게 했다. 
갑자기 열차 전체에 전등이 나갔다. 깜깜한 어둠이 찾아왔다. 3분쯤 지나 다시 정상을 찾았다. 무궁화호의 속도가 생각보다 빠르다. 그래서 예정시간보다 일찍 수원역에 도착하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평택을 출발한 열차가 오산을 지나며 지나치게 서행을 한다. 예정시간보다 15분이 늦어 직장에 30분 정도 늦게 출근해야했다.

사람이 반가운 수원, 사색이 깊어지는 겨울_3
봄이 오면 저 눈이 녹고 사람들이 다시 저 의자에 앉을 것이다. 버려진 책들이 안타깝다. 추운 겨울날 혹시라도 사람을 버리지는 말자.

일과가 끝나고 지금은 야근이다. 틈날 때마다 되돌아보는 과거의 기억들이 날 사색하게 하는 시간이다. 낮에는 쓰레기장에 버려진 많은 책들을 보았다. 버려진 책들이 너무 아까워 그중 하나 "시지프스의 신화"를 집어 들었다. 
마치 내가 버려지는 느낌에 종일 동안 매우 씁쓸한 마음이다. 소중한 사람들도 저 책들처럼 버려지고 있는 시대는 아닌가 안타까운 생각으로 확대된다. 사람의 인연으로 정착한 수원에서 오늘도 동네이야기가 소중하게 전해지는 책 사이다에 행사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참석하지 못했다. 

오늘을 다시 보자고 몇 해 전 나를 찾아보았다. 2010년 오늘 나는 폴란드를 여행하고 있었고 폴란드 서부의 한 대학에 한국어과 학생들에게 한 시간 동안 강의를 했었다. 
오늘 나는 한 아파트의 지하 기전실에서 또 다른 여행을 준비하며 지난날을 되돌아본다. 항상 사람만이 희망인 내게 "사람이 반가운 수원"은 너무나 고마운 기운을 준다. 그래서 올 해가 가기 전 사람이 반가운 수원에서 만난 인연들과 자리를 함께 할 소망을 갖고 있다. 

사람이 반가운 수원, 사색이 깊어지는 겨울_4
2010년 12월 21일 시민기자의 하루다. 폴란드 서부 도시에 한국어과 학생들에게 강의를 하고 있는 시민기자, 그리움도 또 다른 열망도 단단해진다.

지나온 자리에 다른 모습의 내가 있다. 그러나 항상 단단한 지조로 사람의 길을 외면하지 않고 길을 가는 내 모습에 희망을 본다. 그런 희망을 스스로 밝히는 그런 사람들이 많은 세상을 보며 살고 싶다. 한 해의 저물녘에 더욱 더 결의가 깊어지는 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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