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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있어, 겨울이 따뜻해요
2013-12-21 23:15:31최종 업데이트 : 2013-12-21 23:15:31 작성자 : 시민기자   문예진

친구, 내 친구. 입 속으로 가만히 불러본다. 불러보는 것만으로도 정겹고 그립다. 
많은 친구들 중에서도 유독 그리운 친구가 있다. 어릴 때 같은 동네, 이웃에 살면서 무엇을 하건 항상 함께 하던 친구다. 그 친구는, 부모님과 형제들은 모두 서울에 살고 있었지만, 친구 혼자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시골에서 살았다. 

연로하신 부모님 두 분만 외롭게 사시는 게 마음에 걸린 친구 부모님의 배려였다.
 어린 나이지만, 늘 말이 거침없었으며, 어디서 들었는지 우스운 소리도 잘하던 친구는 유난히 손재주가 많아서 나의 부러움을 사곤 했다. 

내가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에는 모든 것이 귀하고 소중했으며 또 구하기 힘들던 시절이기도 했는데, 그럼에도 우리들의 호기심과, 예뻐지고자 하는 욕구는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찾아 행동하게 만들었다. 그 중에 한 가지가 그 시절 엄마들의 뽀글뽀글한 파마머리를 흉내내는 것이다.

파마머리가 예뻐 보이고 부러워 보였던 우리들은, 아궁이에 불을 때고 남은 따끈한 재속에, 가느다란 나뭇가지를 잠깐 넣었다가 그걸로 머리카락을 돌돌 말아 파마머리를 흉내 내기도 했으며, 아카시아 잎사귀를 모두 털어내고 남은 줄기로 머리카락을 말아서 한참동안 고정시켜 놓은 후, 시간이 흘러 풀어주면 또한 뽀글뽀글 원하는 머리모양이 만들어지곤 했다. 

그런데 그런 것들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머리모양이 달라지는데, 친구가 매만져주면 어쩜 그리 예쁜지 꼭 미장원에서 매만지고 나온 머리모양 같았다.
 친구의 손재주는 음식 솜씨에서도 남달라, 조그만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주면 그 음식이 또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다. 

그 당시 한창 유행하던 '또 뽑기'라는 것이 있었다. 캔디를 사서 껍질을 벗기면 '또'라는 글자가 들어 있으면 캔디 하나를 또 받을수 있는 것이다. 친구의 손에는 눈이 달려 있나 싶을 정도로 '또'라는 글자가 자주 들어있는 것이다. 나도 '또'를 한번 뽑아보고 싶어서 캔디를 무수히 사먹었건만, 내게는 겨우 1~2번 나왔던 것 같다.

항상 붙어 다니던 내 친구, 밝고 명랑하고 거침없는 친구가 한 번씩 우울해 질 때가 있다. 서울에서 엄마가 다녀가실 때다. 어린 딸을 멀리 떼어놓고 친구의 부모님도 마음이 많이 아프셨을게다. 한 번씩 다녀가실 때마다, 새 옷이며 서울에서 유행하는 문구용품 등을 사다주셔서 우리들의 눈에는 부러움의 대상이었지만, 엄마가 다녀가신 후의 친구의 모습은 아주 많이 슬퍼 보여서, 나의 마음까지 아프게 하고는 했다. 

그런 친구가 또 신나고 더욱 활기차 보일 때가 있으니, 바로 방학 때이다. 방학이 시작되면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는 오빠와 동생들이 시골로 내려와서 방학을 보내곤 했는데, 그때는 그동안의 외로움을 보상받듯 친구는 활력이 넘쳐났다. 

중학교까지는 함께 같은 학교를 다녔고, 각기 다른 고등학교로 진학했지만 같은 도시에 있는 이웃 학교였기 때문에 자주 만날 수 있었던 친구. 
졸업 후, 직장생활을 할 때에야 서울에 있는 가족들과 함께 생활 하게 된 친구의 집에  놀러 갈때면, 내가 좋아하는 순대볶음을 항상 사오던 나의 친구. 

그런 친구였건만, 나의 게으름 탓인지, 세월 탓인지, 점점 서로의 소식이 뜸해지다가 나중에는 서로의 연락처도 모르는 사이가 되어버렸다. 몇 년전, 한번 만나서 연락처도 서로 주고받고 하기는 했지만, 그동안 너무 오랜 세월을 소식 없이 지내서였는지, 그 후로도 자주 소식을 전하지는 못하고 지내게 되었다. 

그랬는데 얼마 전 그 친구가 갑자기 그리워서 전화를 했다. 그동안의 세월은 우리에게 아무런 장애도 되지 않는 듯, 옛날의 친근한 감정들이 서로에게서 묻어난다.
 밥 한번 먹자로 이어진 약속은, 이왕이면 우리 둘뿐 아니라 가까운 곳에 사는 다른 친구들도 함께 만나자는 것으로 이어진다.

친구가 있어, 겨울이 따뜻해요_1
친구가 있어, 겨울이 따뜻해요_1

어디서 만나서 무엇을 먹을까 서로 의논 하던 중, 한 친구가 자기 집으로 초대를 한다. 
옛날 시골에서 먹던 밥상을 맛있게 차려 줄테니 편하게 집에서 만나자는 것이다. 추운 겨울날, 낯선 식당보다는 집에서 먹는 밥이 훨씬 맛있고 정답지만, 누군가를 내 집으로 초대 한다는 건 많은 생각 끝에 내려야 하는 어려운 결정인데, 선뜻 초대 해주는 친구가 고맙다. 

친구들과 만나기로 한날도, 여전히 방송에서는 강추위라는 소식을 전한다.
 친구 집을 향해 나서는 발걸음이 날씨와는 상관없이 한없이 가볍고 설렌다. 얼굴엔 미소가 넘치며 마음이 따뜻해진다. 친구 집에는, 요즘 소식이 뜸하던 또 한 친구가 먼저 와서 나를 반겨준다. 뜻하지 않은 친구를 만나니 그 기쁨과 반가움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그렇게 다섯 명의 여자애들이 모였다. 가끔 만나는 친구들도 있고, 몇 년 만에 만난 친구도 있지만, 바로 어제 만나고 오늘 또 만난 듯 자연스럽고 수다가 끝도 없이 이어진다.
 나이는 중년이지만 마음만은 십대로 돌아가서, 친구가 맛있게 차려준 점심을 먹으며 추억 속으로 빠져든다. 따뜻하고 행복한 친구들과의 만남은 무엇보다 소중한, 값진 선물이다. 어린 시절의 추억을 함께 나눈 나의 친구들아! 모두모두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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