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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아픔, 7080노래로 치유하다
7080 대학가요제 크리스마스콘서트장에 다녀와서
2013-12-26 15:16:01최종 업데이트 : 2013-12-26 15:16:01 작성자 : 시민기자   김해자

춥다, 겨울! 
12월 말이니 추위는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유독 세밑 추위는 근심 걱정으로부터의 한기까지 보태져 대한민국 중년 아줌마들의 정신을 아찔하게 한다. 장성한 아이의 취업이나 혼사 걱정에, 그리고 오늘 내일 행여나 남편이 직장에서 해고됐다는 통지서가 날아들지 않을까 해서다. 
요즘 우리사회를 지배하는 '자식은 백수, 아버지는 실업자'라는 말이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장기간 경제 침체, 내수불황에 따른 서글픈 우리들의 자화상이다.

그래서일까. 몇 년 전부터 불기 시작한 복고의 바람이 중· 장년층을 위한 위로가 되어주고 있다. '응답하라 1994' 트렌드가 그렇고, 릴레이 '7080 콘서트', 가왕(歌王) 조용필의 귀환, 한국 근현대회화 100선 등 모두가 먹고 살기 바빠 그간 잊고 살았던 것들이 살포시 찾아와 위무해 주고 있다. 오랫동안 소식이 끊겼던 친구를 만나 재회의 기쁨을 만끽하듯 그것들은 옛 추억 속으로 시계바늘을 돌려놓았다.

겨울의 아픔, 7080노래로 치유하다_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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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메리 크리스마스!"란 인사와 함께 서로 축복을 주고받는 가운데 수원지역 중· 장년층의 발걸음을 이끈 곳이 있었다. 
지난해에 이어 수원을 찾은 '7080 대학가요제 크리스마스 콘서트'장이다. 경기일보 주최로 오후 3시와 7시, 이렇게 두 차례 공연을 앞둔 종합운동장 내 수원체육관은 시작 전부터 시쳇말로 '쪽~ 빼입은' 엄마와 아빠, 아들과 아버지 등 가족단위와 친구단위의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위로가 필요한 시대, 오늘 하루만큼은 아무생각도 하지 않고 편히 놀다가겠다고 작심했는지 티켓 박스 입구부터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넘쳐흘렀다. 
그야말로 하늘에서 타임머신'이 '슝~' 하강하자마자 모두가 단숨에 올라 타 30여년 전의 세계로 돌아갔다. 체육관 객석은 금세 인파로 가득했다. 

건아들의 등장과 함께 시작된 무대는 휘버스의 이명훈, 장남들, 샌드 페블즈, 전유나, 이정석, 조정희, 신해철의 무한궤도 밴드, 원미연, 구창모의 송골매 등 당대 최고 뮤지션들로 이어졌다. 
'여인은 늙어도 여인의 사랑은 늙지 않는다!'고 했던가. 그들의 육체는 비록 세월의 주름으로 가득했지만, 30년 전으로 돌아간 그들은 청춘이었다. 

여기저기서 "까악~ 오빠~ 언니!"등 환호성이 계속 이어졌다. 50대로 보이는 아들이 모시고 나온 늙은 아버지도, 육십 대로 보이는 어머님도, 50대 동년배 친구 아주머니도 빨강, 노랑, 녹색 야광 봉을 흔들며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질렀다. 일상을 탈피한 행복한 외침은 객석공간을 꽉 채웠다.  

겨울의 아픔, 7080노래로 치유하다_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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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아픔, 7080노래로 치유하다_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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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서트 장을 이끈 사회자 임백천은 텔레비전에서는 볼 수 없었던 B급 언어와 짧은 멘트로 좌중을 웃음으로 넘치게 했다. 카리스마 넘치는 밴드 음악의 격정은 몸을 붕 뜨게 만들었고, 간간이 흘러나온 느린 가사는 참이나 로맨틱해서 정신을 몽롱하게 했다. 하늘에선 눈이 내리고, 땅에선 불과 빛이 소리와 혼합되어 어둠을 걷어 올렸다. 
그것들 속에서 모두는 쉼 없이 2시간 내내 세상의 중심이 되어 즐거움을 누렸다. 

'부는 바람아 너는 나의 힘/ 모든 슬픔을 거둬 가다오/ 광활한 대지에 끝없는 바다에/ 오오 바람이 분다....'
'슬퍼하지 마세요/ 하얀 첫눈이 온다구요/ 그때 옛말은 아득하게/ 지워지고 없겠지요/ 함박눈이 온다구요/ 뚜렷했었던 발자국도/ 모두 지워져 없잖아요 눈사람도 눈덩이도.....'

요즘 인기 있는 대중가요는 알아들을 수 없는 랩이나, 국적 없는 노랫말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당시의 가사들은 모두가 공감하는 시(詩)였기에 들으면서 혹은, 따라 읊조리면서 위로를 받았다. 

그리하여 객석은 가수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며 시작과 끝을 함께 나눴다.  케이크만 달콤한 것이 아니라, 노래에도 행복한 맛이 있다는 것을 철저히 경험하면서 크리스마스 성탄절을 맞이했다. 
사람들은 다양한 음악의 옛 향수에 빠지면서 힘든 겨울나기를 하고 있었다. 양손이 얼얼하도록 손뼉을 치고, 목이 잠기도록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면서. 
나 또한 행복한 시간을 보내면서 왜 이 시기에 '복고(復古)'가 유행인지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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