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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에서 수원화성 미래관광을 엿보다
2013-12-23 14:51:38최종 업데이트 : 2013-12-23 14:51:38 작성자 : 시민기자   김해자

역사의 시계를 되돌릴 수는 없지만 현재의 우리들은 지나온 과거를 통해 미래를 지향한다. 
과거를 올바로 직시하여 우리를 일깨우는 동력으로 삼음으로써 튼실한 내일을 대비한다는 뜻일 게다. 그런 점에서 현대인들은 부끄러운 역사였건 혹은, 자랑스런 역사이건 간에 모두 '오늘에 던지는 교훈'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하겠다.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목적이 여기에 있다.

새삼스럽게 역사의 교훈을 서두에 꺼낸 이유가 있다. 얼마 전 화성박물관 대학에서 슬로시티 전주로 문화재답사를 다녀왔는데, 한옥마을과 태조의 어진을 모신 경기전을 둘러보면서 역사의 도시 수원도 엄정한 문화재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물론 겉모습은 서로 다른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두 도시 모두 문화와 역사에 대한 자긍심이 드높고, 그것을 모토로 국내외 관광객을 유인한다는 점에서 똑같다. 그런데 찬찬히 살펴보면 전주만의 특별한 것이 숨겨져 있음이 드러났다. 난 그것들이 수원이 거울로 삼을만한 시책들이란 결론에 도달했다.

전주에서 수원화성 미래관광을 엿보다_1
오목대에서 바라본 전주 한옥마을

개국과 제국의 황혼을 품은 곳, 전주!

전주는 태조 이성계 어진을 모신 개국의 숨결과 동시에 마지막 황손이 살고 있는 고장으로서 구한말 황혼을 동시에 품고 있다. 여기선 태조 이성계에 대한 개국의 역사는 유명하니 빼기로 하겠다. 

순종이 즉위한 1907년 이복형 의친왕(귀인 장씨)을 제치고 영친왕(귀인 엄씨)이 황태자의 자리에 올랐다. 어머니 명성황후 사후 비(妃)중에서 최고서열이었기 때문이다. 나라가 망한 뒤 조선의 황태자는 왕세자로 격하되고, 황실(왕실)의 운명 또한 '이왕가(李王家)'라 불리며 완전 격하되는 운명에 처해졌다.

전주에서 수원화성 미래관광을 엿보다_3
승광재에서 관광객을 맞이하는 이석 황손, 활짝 웃음으로 답례하고 있다

현재 '승광재(承光齋)'란 곳에서 기거하고 있는 대한제국 황실 종친 '이석' 황손은 고종의 둘째아들 의친왕의 아들이다. 
그는 2004년부터 전주시의 배려로 이곳에 기거하고 있다. 1970년대 말 경복궁 옆 '칠궁(七宮, 왕의 친모이지만 왕비에 오르지 못한 후궁 7인의 신위를 모신 사당)'에서 쫓겨나고 미국으로 건너가 살다가 90년대 초반 다시 우리나라 땅을 밟은 후 모진 생활 끝에 대규모 한옥마을 조성과 함께 정착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황손임에도 불구하고 한때 '비둘기 집'이란 노래를 부르며 가수의 길을 걷기도 했는데 지금은 '황실문화재단'을 통해 조선왕실복원 운동에 열심이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어디 김씨세요! 선생님은 어디? 반갑습니다. 제가 이번에 KB국민카드 신상품 광고모델로 발탁되어 곧 방송을 탑니다. 저의 얼굴 이제 자주 뵐 수 있을 겁니다. 여러분!"
승광재에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 방문에도 운이 좋았는지 이석 황손를 만나 뵐 수 있었다. 굴곡진 현대사의 신산한 삶에도 불구하고 황손의 위엄을 잃지 않는 얼굴로 관광객을 맞이하는 모습에서 참 멋지다는 생각과 함께 관광 상품화했다는 점이 마음에 걸려 씁쓸했다.

지나침은 오히려 아니함만 못하다!

전주에서 수원화성 미래관광을 엿보다_2
여전히 단장중인 한옥마을, 예전보다 꽤 많은 한옥들이 게스트 하우스로 탈바꿈했다

전주 한옥마을은 1977년 한옥마을 보존지구로 지정되고, 2000년대 초반 대규모 한옥단지가 조성되면서 현재 풍남동과 교동일대에 700여 채의 한옥이 모여 있는 전통문화구역이다. 
2010년 '한국 관광의 별' 선정에 이어 '슬로시티'로도 인정받으면서 국제도시로서의 위상을 한껏 뽐내며 국내 대표적인 관광지로 자리매김했다. 

그 위용은 태조의 5대조인 목조 이안사의 출생지로 알려진 '오목대'에서 바라보는 한옥마을 풍광이 말해준다. 경기전, 전동성당 그리고 한옥마을이 시원스럽게 한눈에 들어온다. 
그렇지만 조화의 절정은 거리 탐방에서 깨진다. 처음 방문할 때 느꼈던 경외심과는 달리 매년 다른 모습으로 변화하는 마을을 보면서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한자성어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예전의 순수함을 잃어버린 풍경이랄까. 일정한 패턴으로 단장된 담벼락이며, 연이은 한옥 게스트하우스에서 별다른 감흥이 일지 않았다. 차라리 예전의 담백한 형태의 한옥이 참 정겨웠는데, 닦아도 너무 닦는 바람에 옛 모습의 때가 말끔히 지워지고 말았다. 

수원화성, 경계해야하는 개발논리들!

'문화재 복원'하면 근자에 핫이슈로 떠오는 숭례문 복원이 아닐까 싶다. 5년3개월 만에 복구를 마치고 국민의 품으로 돌아온 국보1호 숭례문이 전통방식을 따르며 복원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무에 균열이 생기고, 단청이 벗겨지는 등 오류가 지적되면서 우리문화유산에 대한 평가가 새롭게 대두되고 있다. 

조선의 22대 왕인 정조에 의해 축성된 수원화성은 1997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서 2000년대 화성행궁이 복원되고, 성곽주변도 화성성역화란 명목으로 지속적인 복원이 이뤄지고 있다. 전주 한옥마을처럼 화성 안에도 한옥마을이 조성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문제는 개발논리다. '전통을 고수하는 가운데 어디까지 상업화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를 꼼꼼히 살핀 연후에 착공에 들어가야 한다. 말끔히 갈아엎고 새로운 것으로 조성하는 것만이 으뜸이 아니다. 수원화성의 중심인 화성행궁 좌우 상업지역과 5.74km 성곽 둘레의 조화를 맞춘 온고지신의 개발로 가야한다. 한번 방문하고 또다시 방문하고 싶은 정겨운 매력이 발산하는 관광지라야 수명이 길다.

전주에서 수원화성 미래관광을 엿보다_4
한지박물관에서 만난 거실 풍경, 참 고급스럽다

수원 역시 전주와 마찬가지로 조선의 문화와 역사를 간직한 관광도시다. 한옥의 매끄러운 개발에는 고려의 여지가 있지만, 먹거리 특화상품 개발과 한지 관광상품 그리고 경기전의 개방 등 배울 점이 참 많다. 우리시도 우리만의 먹거리 대중화에 힘쓰고, 정조 어진을 모신 화령전 개방에도 더 진력해야 한다. 수원엔 무예24기 콘텐츠도 있는 만큼 행궁 기마병 도입도 추진할 만하다. 

21세기는 관광 진흥만이 살길이다. 
전주가 예향의 도시에서 왜 오늘날 관광도시로 등극했는지 따져봐야 한다. 그리하여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과감히 버려 2014년에는 수원이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우뚝 설 수 있도록 대비해야 한다. 지금, 또 다른 변신이 요구되는 시점이라 하겠다. 

* 첨언:
이번 전주시 방문은 수원화성박물관에서 진행한 '2013년 제10기 수원화성박물관 대학' 답사 프로그램 일환으로 다녀왔다. 늘 시민들의 문화 역량 강화에 애쓰는 박물관 직원들에게 감사인사를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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