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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동.못골.미나리광시장, 맛있는 것 다있네
2013-12-23 23:00:38최종 업데이트 : 2013-12-23 23:00:38 작성자 : 시민기자   심춘자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고 했던가? 지난 주 월요일 여고동창들과 오전부터 못골시장을 헤집고 먹을거리를 찾았던 일이 현재 공부를 함께 하는 친구들 귀에까지 흘러들어가게 되었다. 
학기도 끝났겠다. 아이들이 방학에 접어들지 않은 이번 주가 호젓하게 즐길 수 있는 마지막 주라고 그때 그곳으로 분식투어를 가기를 졸랐다. 

지동.못골.미나리광시장, 맛있는 것 다있네_1
지동.못골.미나리광시장, 맛있는 것 다있네_1

오늘의 의기투합은 오로지 먹을거리를 위한 것이었지만 모두 외지인이고 보니 길잡이를 따를 수밖에 없는 일, 작은 원성이 있다고 나름 계획한 바를 못 밀고 갈 일도 아니었다. 

팔달문에 새롭게 오픈한 영화관에 가 보았다. 아직 마무리 공사가 끝나지 않아 주변에는 조금 어수선하였지만 실내에는 관람객을 환영이라도 하듯 축하화환들이 줄을 서 있었다. 오픈 기념 무료 시사회를 보려는 심산이었으나 기다려야 할 시간이 너무 길다. 

20여년 전 신혼살림을 수원에 차리고 영화를 보기 위해 중앙극장에 자주 왔었다. 주말에는 1층 2층으로 된 영화관 좌석이 매진이 되어서 서서 보는 일도 다반사였을 정도로 관람객들이 넘쳐나고 남문에는 젊음의 열기로 가득했었다. 
2000년 대형 멜티플렉스 영화관이 생기면서 작은 영화관은 없어지고 이후 남문의 최고 영화관이었던 중앙극장도 막을 내리고 말았다. 더불어 영화관객들은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있는 인근으로 옮겨가고 유동인구도 자연스럽게 줄어들었을 것이다. 이번 로데오거리 옛 로얄극장에 새로 오픈한 영화관은 사통팔달, 수원의 교통 중심지라는 명성에 맞게 새로운 소비자를 창출하게 될 것이다.

아쉬운 발걸음을 팔달시장으로 향했다. 아직 좌판을 다 깔지도 않은 이른 시간이다. 가게마다 들어가면 모두 마수걸이를 할 판이다. 장사하는 상인들에게는 첫 손님이 어떤 사람인지에 하루 운세를 걸기도 하여 조심스럽다. 

'싸도 너무 싸'다고 큼직하게 유성매직으로 써서 붙인 내복 파는 가게에서 기모가 들어간 호피무늬 레깅스가 일행의 발목을 잡았다. 생각보다 도톰하고 보슬보슬 기모도 부드럽다. 
"사장님 얼마예요?" "1만2천원이요" 친구는 군더더기 없이 딱 잘라 금액을 말하는 사장님께 2천원 할인하는 기술도 가졌다. 한걸음 나서다가 딸아이의 것도 하나 더 사야겠다고 다시 들어 가 레깅스를 입지 않는 나를 제외하고는 모두 딸 것까지 샀다. 

메뉴키어, 멋내기 모자, 이가 맞지 않은 자켓의 단추까지 세트로 구입하고 시시콜콜한 소품을 사는데 재미가 들었다. 건강에 좋은 차로 마실 건국화와 건장미도 샀다. 말린 국화는 한 봉지 5천원, 말린 장미는 7천원이다. 가족들이 겨울 내내 마시고도 남을 양이다. 

못골시장 쪽으로 난 뒷골목에 들어서는데 갑자기 뻥 하는 소리에 기겁을 하겠다. 자욱한 연기 같은 수증기가 올라가고 고소한 튀밥 냄새가 진동을 한다. 정오가 되지 않은 시간이다. 골목으로 난 옆 자락에 앉아 순서를 기다리는 어르신네의 모습이 가지런히 줄을 선 깡통처럼 반듯하다. 달콤한 냄새에 끌린 차림을 눈치 채셨을까? 옆에 계신 어르신이 한줌 손에 들고 옆구리를 찌른다. 

삭막한 도시 생활에서 내 것을 나눠주는 모습을 찾아보기가 하늘의 별따기인데 지난밤에 꿈을 잘 꿨나보다. 아무리 인심이 남아있는 전통시장이라고 하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손이 얼른가지 않는다. 어느새 베푸는 인정에 어색하고 순수하지 않음은 오염되고 탁해진 마음을 들여다보지 못한 까닭이리라.

지동.못골.미나리광시장, 맛있는 것 다있네_2
지동.못골.미나리광시장, 맛있는 것 다있네_2

지동.못골.미나리광시장, 맛있는 것 다있네_3
지동.못골.미나리광시장, 맛있는 것 다있네_3

오늘의 거사(巨事), 못골시장에서 실행해야 할 때가 왔다. 지난번처럼 계획 없이 먹다가는 언제 배터질지 모를 일이다. 한집에서 제일 맛있어 보이는 것으로 하나씩만 먹는 것으로 결정했다. 달콤한 호떡에서 시작하여 몇 집을 들러 혀가 얼얼한 순대꼬지까지 먹는 즐거움은 어디 비길 데가 있을까? 

하루에 전통시장을 두로 돌아다니면서 맛있는 것을 다 먹어 본다는 것은 역부족이다. 평택서 온 친구가 "지동 순대가 유명하다면서?"한다. 지동 순대가 아무리 유명하고 맛있어도 오늘은 불가능한 일이다. 
"다가오는 성탄절에 아이들 데리고 다시 올라와라. 순대타운으로 가서 순댓국을 먹든지 전골을 먹는지 배불리 먹게 해줄게" 

겨울의 하루는 짧고, 즐거운 시간은 더욱 빨리 간다. 살기위해 먹는 것인지, 먹기 위해 사는 것인지 창과 방패와 같은 의문이지만 분명한 것은 먹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맛있는 것을 좋은 사람들과 먹는 것은 더더욱 즐거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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