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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 마을만들기, 부산탐방에 나서다
2013-12-15 13:52:53최종 업데이트 : 2013-12-15 13:52:53 작성자 : 시민기자   김해자

'마을 만들기'의 태동

대한민국 근현대사는 파란만장했다. 20세기 초반 일제에 나라를 빼앗긴 후 민족의 외교권을 박탈당한 채 지내던 우리나라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남과 동시에 해방을 맞이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전국토가 잿더미가 되어버리는 한국전쟁이 일어났다. 
3여 년 간의 전쟁은 휴정협정을 맺으며 끝났지만 자생기반이 전무했던 남한은 세계 최빈국으로 전락했다. 그러나 60년대부터 경제개발을 국책사업으로 진력을 다한 끝에 반세기만에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며 세계경제대국으로 우뚝 올라섰다.

세월의 흐름엔 거역할 수 없는 진리가 있다. 인간의 몸에는 나무의 나이테처럼 주름살이 생기고, 또한 인간이 정주하던 주거경관까지도 늙어간다는 사실이다. 
아사지경(餓死之境)에 놓였던 현실을 이겨내기 위해 사람들은 오랜 기간 오직 앞만 보고 달렸다. 그리곤 '이젠 살만하다!'며 잠시 숨을 고르고 주변을 둘러보니 흘러간 시간만큼 마을경관도 늙어버렸다. 이때부터 사람들은 오래된 것들을 갈아엎기 시작했다. 재개발이라는 미명아래, 하루가 멀다 하고 쓸어버린 공터에 아파트와 건물들을 우후죽순 세웠다. 오직 '개인'만이 있을 뿐 '우리'가 꿈꾸는 정겨운 마을의 풍경은 간과한 채 부수는데 열중했다.

그럼에도 지난한 세월의 흔적을 품고 사는 마을들이 대한민국 곳곳에 여전히 남아있다. 시간도 멈춰 버린 낙후된 공간, 열악한 환경이 숙명인양 받아들인 공간이다. 그러나 10여 년 전부터 개발지와 경계를 긋고 살아가는 그 안에서 풀뿌리자치운동이 지역사회 마을활동가들로부터 꿈틀대기 시작했다. 살기 좋은, 살고 싶은 마을로 바꾸기 위한 노력들은 해가 거듭될수록 마을풍경 하나 둘 변모시켰다. 이 운동은 이후 마을르네상스, 좋은마을만들기, 도시재생사업 등의 이름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장이 '답'이다

초기 '철거'만이 유일한 정답이라 생각했던 도시(마을)개발은 이후 '재생'이란 이름으로 대체되면서 현재 전국마을만들기 관계자들은 네트워크를 통해 올바른 방향을 공유해 나가고 있다. 사람 재생, 자연 재생, 경관 재생 등 재생이 꼭 물질적인 것만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까지도 함께 고민하면서 21세기 우리가 꿈꾸는 마을을 만들어가고 있다. 지난 9월 전국의 마을만들기 관계자들이 수원시 행궁동 일원에 모여 '제6회 마을만들기 전국대회'와 '마을르네상스 주간'을 함께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수원시는 민· 관 거버넌스 형태의 마을르네상스 사업을 2011년부터 추진하고 있다. 내년이면 4년차, 그간 일궈낸 성과는 현재 전국 지자체에서 끊임없이 벤치마킹 올 정도로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렇지만 그동안 우리가 놓친 점은 없는지 타(他)지역의 마을만들기 사업들을 통해 타산지석으로 삼아야할 것은 없는지 등 냉정한 판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런 요구에 부흥하는 탐방이 지난 12일부터 양 이틀간 진행됐다. 마을르네상스 공직자 서포터즈 및 마을활동가, 주민 등 62명이 최근 관광지로서 각광받고 있는 부산광역시 감천문화마을과 매축지 마을을 찾아 나섰다. '마을르네상스! 현장에서 배우다'란 플랜아래 마을만들기 특강 및 토론 간담회, 답사 등 학습을 통해 배우는 워크숍이다. 
참가자들은 현장에서 "대단하다!"는 찬사를 보내면서 마을의 문화· 역사· 사람· 자연 등 전반을 아우르는 사업들을 어떠한 방식으로 창조해 냈는지에 대하여 집중했다. 

탐방지, '무엇'을 얻어갈 것인가

전국의 마을만들기 현장을 찾아가 보면 2가지로 귀결된다. 첫째는 주민자치와 역량강화 사업으로서 공동체 프로그램이다. 교육, 체험, 축제 등 '마을 커뮤니티'와 마을조사, 전시 등 '마을프로젝트' 그리고 마을기업, 다문화· 청소년 프로그램 등으로 요약된다. 둘째는 벽화, 꽃길, 공원조성, 교육장, 녹화 등 '시설조성 및 공간조성 사업'으로 분류된다. 

초기엔 행정에 의해 주민들이 따라가는 형태였다. 현재는, 주민들 스스로 마을의 문화와 복지, 자연과 환경에 어우러지는 삶의 공간을 추구하면 행정이 이를 뒷받침하는 형태다. 여기에 전문가와 마을 조력자도 협업하여 최상의 마을을 추구한다. 수원시도 매년 상· 하반기 공모사업을 통해 마을만들기의 틀을 잡는다.
그럼에도 타(他)지역의 사례를 통해 우리 것을 찾는 것은 필수,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탐방지 감천문화마을과 매축지 마을만의 특성을 살펴봤다.

▷ 사례 하나, 감천동문화마을

수원시 마을만들기, 부산탐방에 나서다_1
감천문화마을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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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 마을만들기, 부산탐방에 나서다_2
감천문화마을은 지형적 특성 그 자체가 볼거리지만 예술가와 주민들 그리고 행정의 협업으로 탄탄한 관광지로 조성됐다. 매년 국내외 관광객 10만정도 찾아온다고 한다

옥녀봉과 천마산에 이르는 산자락을 따라 무지개떡처럼 첩첩히 늘어선 계단식 주거형태가 애잔하면서도 동시에 아름다움으로 빛난다. 미로처럼 얽힌 골목들은 폭이 50M, 어른 장정 한명정도 지나칠 수 있는 좁은 길이다. 집이라야 8평에서 10평 남짓한 하꼬방(판자집처럼 볼품없는 집)이 독특한 형태로 얼기설기 쭉 이어졌다.  피난시절부터 조성된 마을은 현대에 들어와서도 없는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현재 70~80%가 자가(自家)이고 30~40년 정주한 사람들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고령화 인구는 높아지고 경관은 낙후됨에 따라 빈집들이 속속 늘어갔다. 
드디어 '보전이냐, 개발이냐'라는 한계점에 다다랐다. 결국 보존하자는 의견으로 모아지면서 감천동만의 특성을 살린 마을로 바꾸기로 했다. 행정과 전문가 그리고 마을주민들은 2009년부터 경관사업을 위한 큰 그림을 그리며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오늘날 부산을 대표하는 명소로 자리했다. 지금은 행정단, 사업단, 봉사단으로 나누어 단계별로 추진하고 있다. 

한 장의 거대한 캔버스 산자락 마을은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채 오색빛깔 색채 옷으로 갈아입었다. 미로와 같은 지형이 그 자체로 볼거리지만 예술가의 손을 거치면서 품격을 한층 더 높였다. 재능 나눔과 자발적 참여로 조성된 갤러리, 옛 목욕탕을 리모델링한 감내 어울터, 작은 박물관, 아트 숍, 특성을 가진 조형물 등 모두 조망을 해치지 않고 개성 있는 콘텐츠로서 방문객에게 지루함을 떨쳐내게 한다. 축제 기간 내내 장사진(長蛇陣)이라는 말이 빈말이 아님을 현장이 증명한다.

▷ 사례 둘, 매축지 마을

매축지 마을은 해방이후 귀환 동포들과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피난민들이 몰려든 곳이다. 그중 범일5동 매축지 마을은 일제강점기 때 군사적인 목적으로 매립하여 마구간으로 사용했던 지역이다. 이곳 역시 시간이 거듭될수록 한 뼘 골목길로 앞집 옆집이 붙어 마을을 형성했다. 근현대사 부산의 애환이 깃든 곳이다. 

이에 주민공동체를 회복하여 매축지마을만의 원석을 찾아내기 위한 사업이 '인사이트영'이라는 비영리민간단체의 주도로 펼쳐졌다. 언젠가는 재개발 재건축이라는 이름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터지만 그들은 매축지 마을의 공간과 문화 그리고 역사의 소중한 자산을 꽃피우기로 했다. 집안에 화장실도 없는 마을에서 변화를 꿈꾸는 사업을 이어온 지 4년째 주민들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거대한 공동체를 이루며 오순도순 삶의 터전을 지키고 있다. 

수원시 마을만들기, 부산탐방에 나서다_3
옛모습을 보여주는 매축지 마을의 한 전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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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 마을만들기, 부산탐방에 나서다_4
지난한 세월의 풍경이 고스란이 뭍어나는 매축지(범일5동) 마을은 길마다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

마을의 활기는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나'가 아닌 '우리'들이란 감성에 호소한 덕분이다. 정(情)을 나누는 프로젝트를 만나 보기위해 타지사람들은 열광했다. 비영리 정 다방, 옛 모습을 보존한 쇼윈도 전시장, 자투리 공원, 벽화를 그린 공중화장실과 담벼락,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 등 모두가 70년대 우리나라 지역의 특수성을 담은 풍경들이었다. 
좁디좁은 골목길마다 식구들의 빨래가 주렁주렁 걸려있는 모습이며 길목이 끝나는 문 앞에 연탄이랑 신발이 가지런히 놓인 모습은 깊은 울림으로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한다.

2014년 수원시 마을만들기 어디로 가야하나

부산은 도시재생사업을 역점사업으로 공포하고 '주민 참여형 마을만들기'의 형태를 유지하면서 민· 관 거버넌스 행정으로 행복한 부산시를 추구하고 있다. 사하구 감천문화마을과 매축지마을을 돌아보면서 느낀 바지만 전자는, 행정의 뒷받침이 엄청나고 후자는 그야말로 자발적인 마을 활동가들에 의하여 자본은 부족해도 끊임없이 자구책을 찾아간다는 것에서 두 곳 모두 마을만들기의 활기가 대단하다.

그런데, 창조적 재생이란 변화의 바람 속에서 현재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 중에 예전의 조용했던 마을 혹은 간섭이 없는 마을을 원하는 사람들은 없는지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수원시 역시 행정사업 추진방향은 부산과 비슷하다. 올 한해도 주민계획단에 의해 각동마다 마을만들기 사업들을 펼쳐왔다. 그러니 이 또한 고려해 봄직하다. 

일례로 마을만들기 사업과 진배없는 '생태교통수원 2013'축제를 떠올려보자. 축제를 마친 후 공동화 현상은 결코 그 마을만의 문제가 아님을 제기했다. 활기를 되찾기 위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 역시 마을만들기 사업이 풀어야 할 숙제라는 것을!

전국적인 모델을 통해 수원시에 적합한 '2014 마을만들기 사업'들을 추진해야 한다. 그간 너무 방만한 사업은 없었는지, 남의 사업을 뒤따라하다 개성을 잃은 것은 없는지, 주민화합을 거친 프로그램인지 등 마을만들기 관계자들은 소통을 통해 시민들이 만족해하는, 정말로 살고 싶은 수원시로의 방향으로 가야한다. 
내년 마을르네상스 사업을 마치면 곳곳이 명소가 되어 전국에서 찾아오는 수원 길로 자리하기를 시민들은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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