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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사랑팀의 갈라 콘서트에 가다
행복한 그녀들을 지켜보는 나도 행복하다
2013-12-20 23:42:46최종 업데이트 : 2013-12-20 23:42:46 작성자 : 시민기자   이경
2013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요즘 들어 연말 모임을 알리는 문자가 자주 온다.
'송년모임 7시 식사 후 노래방에서 2차 뒤풀이를 하니 노래 한곡 준비해오세요'
일 년에 한번 가는 노래방도 답답한데 사람들 앞에서 노래는 더 난감하다. 분위기 처지는 노래를 불러 단체로 화장실에 가는 사태가 벌어지지 않으려면 두세 곡은 머릿속에 정리해 두어야한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자신 있게 부를 수 있는 노래는 떠오르지 않는다.

뮤지컬 사랑팀의 갈라 콘서트에 가다_1
김지연님 박신영님 원수연님 강영은님 차미정님
2013년 12월 19일 목요일 3시. 수원시 평생 학습관 소강당에서 뮤지컬 사랑 갈라 콘서트가 열렸다. 10명 안팎 관객이 눈보라 날리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참석해주셨다. 머리끝이 희끗한 노모는 듬직한 아들손자의 안내를 받고 앞자리에 앉으셨다. 친구와 지인들은 주인공보다 더 긴장하며 무대를 응시하고 있다.

갈라 콘서트는 다섯 명의 아줌마들이 모여 석달 동안 준비한 무대다. 평소 노래를 즐겨 부르는 그녀들답게 자신감은 넘쳐났다. 무대의상은 보는 사람들에겐 부담스러웠지만 정작 입은 사람들은 만족하는 눈치였다. 
언젠가 더 큰 무대에 자신 있게 설 그날을 앞당기는 출발점이라 생각하는 것 같다. 그녀들의 끼와 재능이 부럽기만 하다.

' Maria' (사운드 오브 뮤직)............................................전 출연자
 Summertime(오페라 포기와 베스 중).........................김지연
 Don't cry for me Argentina(뮤지컬 에바타 중)............김지연
 Once upon a time (지킬 앤 하이드 중)........................강영은
 세월이 흘러 (뮤지컬 몬테 크리스토 중)......................차미정
 Bring on the Man (지킬 앤 하이드 중).........................차미정
 나는 예뻐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중)..........................원수연
 The winner takes it All (맘마미아 중)...........................박신영
 나는 나만의 것 (엘리자벳).............................................게스트방지영
 Take me or Leave me (렌트 중)...................................게스트방지영
 Dancing Queen (맘마미아 중)......................................전 출연자
 
합창단에서 오래도록 갈고 닦은 실력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김지연씨는 큰 덩치답게 목소리가 안정감 있고 편안하다. 고음에서 천상의 목소리 조수미의 음색이 나올 때면 나도 모르게 두 손에 힘이 들어갔다. 언제 들어도 그녀의 노래 소리는 마음을 움직인다. 빠져든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매력 있는 목소리를 지녔다. 

뮤지컬 단원이 된지 3개월째인 강영은씨는 초보자라 하기엔 너무 대범한 모습이다. 관객들과 눈을 맞추며 자신의 노래를 맘껏 불러본다. 가끔씩 웃는 모습이 여고생처럼 수줍다.
시민배우로 뽑혀 큰 무대 경험을 해본 차미정씨는 노래와 춤을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관객을 향해 내뻗는 손끝에서부터 과감한 몸짓까지 어느 것 하나도 부족해보이지 않는다. 대학로에서 러브콜이 와도 전혀 낯설 것 같지 않은 자세다. 그녀를 볼 때 마다 백조가 되어 우리 곁을 훌쩍 떠날 것 만 같은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그녀의 끼 때문일 것이다.

'나는 예뻐'를 불러 웃음 짓게 한 원수연씨는 귀여움과 상큼함을 선물해준다. 늘 하회탈처럼 웃는 그녀 모습처럼 노래도 예쁘고 그녀도 예쁘다.
밤새도록 걱정하느라 밤잠을 설쳤다는 박신영씨는 '승자가 모든걸 갖는다'는 노래에 취해있다. 얼마나 연습을 많이 했는지 짐작될 만큼 떨지 않고 끝까지 곡을 소화해냈다. 그녀에게 이 무대는 도전이 된 듯했다. 나날이 발전해가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뮤지컬 사랑팀의 갈라 콘서트에 가다_2
뮤지컬 사랑팀과 최승란 선생님

다섯 명의 단원들이 잠깐 무대의상을 준비하는 동안 게스트 방지영씨가 무대에 나섰다. 뮤지컬 배우처럼 표정 짓고 노래한다. 아마도 아마추어는 아닌 것 같다.
마지막으로 모든 단원들이 댄싱퀸을 노래하며 춤을 춘다. 과한 몸짓 하나 없는 가벼운 몸놀림이다. 관객도 흥겹고 박수가 절로 나온다. 이 콘서트를 위해 노력해온 단원들을 위한 격려의 박수다.  앞으로 더 열심히 노력해서 큰 무대에 서보라는 응원의 박수다.

가을이 시작되면서 뮤지컬 사랑 팀에 합류할까 잠깐 고민한 적이 있었다. 어딜 가든 자신있게 노래 한곡 정도는 불러볼 수 있는 자신감을 갖고 싶었다. 두 주 정도 수업 참관 후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한 것으로 기억된다. 노래가 누군가에겐 즐거움이겠지만 나에겐 스트레스가 되었다. 피아노 앞에 서면 심장 박동수가 불규칙하게 들려왔고 결국엔 스스로 백기를 들었다. 

포기하지 않았다면 오늘 무대 위에서 나도 주인공이 될 수도 있었다. 화려한 드레스와 예쁜 화장으로 한껏 뽐을 내며 당당한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었다. 매일 수차례 연습한 곡이 나의 곡이 되어 관객을 매료시킬 수도 있었다. 

모든 걸 다 가질 수는 없다는 결론에 마음이 편해졌듯 오늘 무대를 바라보는 마음도 편하다. 다섯 명의 아줌마들은 같은 꿈을 꾸는 현실이 즐겁고 행복해 보인다. 행복한 그녀들을 지켜보는 나도 행복하다. 그뿐이다. 

 
 

뮤지컬 사랑. 수원시 평생 학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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