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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살 되기 전에 책을 낼거야
만화 그리는 딸의 꿈을 응원...내꿈도 이뤄지기를
2013-12-05 11:08:10최종 업데이트 : 2013-12-05 11:08:10 작성자 : 시민기자   이경
60살 되기 전에 책을 낼거야_1
4살때 그린 어설픈 그림과 5살 무렵 그림이다.
"엄만 어릴적 꿈이 뭐였어?"
딸아이의 물음에 곧바로 답을 할 수 없었다. '꿈이 뭐였을까?'

공부를 뛰어나게 잘하지 못했다. 학교는 친구들이 있었기 때문에 꼭 가야했고, 시험기간은 늘 악몽으로 시달렸다. 공부 쪽으로 성공하기는 틀렸다는 생각을 초등학교 때부터 했다.
학창시절 간간이 상장을 받긴 했지만 일관성이 없었다. 불조심 포스터로 우수상을 받았고, 합창대회에 나가 대상을 받았다. 하지만 미술 선생님은 그림에 소질이 없으니 딴 길을 알아보라고 농담 삼아 진심을 말해주셨다. 여고시절 합창반에서 3년씩 음악실을 지켰지만 잔심부름을 잘하는 학생일 뿐이었다.

60살 되기 전에 책을 낼거야_2
그림을 그릴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말한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가장 큰 고민은 꿈을 키워 주는 거였다. 뭐든 소질이 있어 보이면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관심을 두었다. 엄마의 극성에 어쩔 수 없는 길을 가게 하는 건 모두에게 불행일수도 있다는 생각을 늘 버리지 않았다. 

큰딸이 그림을 좋아하는 걸 일찍 발견했다. 어딜 가든 연필과 종이를 스스로 챙겼다. 놀이터에서 놀 땐 모래위에 낙서를 하고, 벽지에는 온통 피카소처럼 작품을 남겼다. 전셋집을 옮겨가는 데 집주인은 도배를 해놓고 가라는 엄포를 놓았다. 도배지 값의 반을 지불하고 도망치듯 이사를 했던 건 4살 때 였다.

"우리 딸 잘 그리네~" 또래 아이들은 3살 무렵 그렸을 그림을 딸은 5살 초반에 완성했다.
어쩌면 소질 없이 흥미에 그칠 수도 있겠다는 아쉬움이 클 무렵 생각을 바꿨다. 살면서 좋아하는 일 하나쯤은 있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었다. 

벽지에 눈에 띄는 낙서는 오려서 앨범에 보관해주었다. 동화책 페이지부분에 그려놓은 졸라맨도 나무라지 않고 칭찬 해주었다. 딸이 그린 그림역사는 두 권의 스크랩북에 모아졌다. 중학생이 되면서 더 이상 그림을 그리지 않는 눈치가 보였다. 

공부하느라 시간을 낼 수 없었고, 행여 만화가가 되겠다는 선언을 할까 앞선 걱정을 했다. 다행히 여고시절도 평범하게 보내고 대학도 생김새와 다르게 공대에 진학했다.
'이제 다 키웠구나. 지 먹고 살 건 알아서 하겠구나' 마음을 놓고 독립적 인격체로 인정했다. 

60살 되기 전에 책을 낼거야_3
네이버에 연재되는 만화는 이제 꿈을 향한 첫걸음이다.
"엄마. 저 네이버에 만화 연재해요." 9월 중순 어느날 조심스러운 말투로 고백을 한다.
고3 수능에 실패하고 재수를 하면서 힘든 걸 그림으로 이겨냈다는 이야기를 한다. 새벽 밥먹고 집을 나서 하루 종일 공부하면서 여간 힘들고 괴로웠나보다. 차라리 교도소가 낫겠다는 농담을 할 땐 그저 웃자고 해본 말이라고 생각했었다. 지켜보는 부모도 편치 않았다는 말을 하려다 말았다. 말해 뭐하나 우리나라 교육현실이 그런걸.

한 달 정도는 주위 사람들에게 비밀로 했는데 더 이상 감출 이유가 없었나보다. 가족들에게 먼저 말하고 조언을 구한다. 대학생활도 잘하고, 용돈벌이 아르바이트도 하고 틈틈이 시간내서 그릴테니 걱정말라는 말도 덧붙인다. 부모가 어떻게 받아드리고 걱정할지 앞서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고맙다.

딸은 일주일 동안 소재를 생각해내고, 얼거리를 짜고, 주말에는 그림을 그린다. 몇 달은 재밌어하더니 가끔 힘들어하는 것 같다. 생각한 그림이 나오지 않아 밤을 새운 날도 있다. 취미니까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라는 잔소리를 했다. 한편의 만화가 나오면 제일 먼저 읽어본다. 소소한 일상이라 재밌다. 한 컷 한 컷 정성을 다한 그림을 콕 집어 잘했다고 칭찬한다. 

배고프면 하고 싶은 일을 꾸준히 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중학생 때부터 해줬다. 엄마가 꿈이 없는 삶을 살았던 건 가난했기 때문이라고 수도 없이 말했다. 어쩌면 부모의 기대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을 잠시 미뤘던 게 아닐까 생각된다. 미안한 마음에 어떻게든 도움이 되고 싶어졌다. 주변 사람들에게 자랑도하고 별점 팍팍 주라고 열을 내본다. 가끔 20살 딸이 부럽다. 하고 싶은게 무엇인지 일찍 알았으니까.

"엄마가 꿈이 생겼어. 60살이 되기 전에 책을 낼 거야."
마흔을 넘기고도 마땅히 내세울만한 꿈조차 없었던 세월이 약이 되었다.
늦게 생긴 꿈이라서 그나마 다행이다. 꿈이라도 가질 수 있게 된 지금 이순간이 감사 할 뿐이다. 딸과 나, 오늘도 꿈을 향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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