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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결국 소통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
나 자신과의 대화도 잊지 말아야 할 것
2013-12-06 02:26:34최종 업데이트 : 2013-12-06 02:26:34 작성자 : 시민기자   안세정

"아니, 내가 분명히 월요일에 업무를 끝내달라고 메일을 보냈으면 당연히 했어야 하는 거 아냐? 근데 오늘 수요일인데 오늘까지 전혀 진행도 안하고 도리어 나보고 왜 메일만 보냈냐는 거야. 급한 거면 전화라도 한번 줬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메일로 그만큼 설명했으면 됐지. 내가 왜 또 전화로 독촉해야 해? 웃겨, 진짜!" 

얼마 전, 회사 일에 지쳐 우울하다던 친구가 만나자마자 다른 부서사람과의 언쟁을 털어놓으며 꺼낸 이야기다. 우리는 이렇게 일상에서 많은 소통의 어려움을 겪는다.
이는 비단 회사에서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가족끼리도 서로 이야기의 쟁점을 파악하지 못해서 서로 오해하고 다투는 경우가 종종 있다. 매일 한 집에서 살을 맞대고 같은 밥과 반찬을 먹으며 살아가고 있는 가족끼리도 상대를 이해 못해서 투덕거리는데 하물며 애정 없이 그저 일로 만난 회사에서는 오죽하랴.

인생은 결국 소통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_1
살면서 수없이 많은 이야기를 듣고 하지만 정말 제대로 된 소통은 몇번이나 됐을까 돌아보게 되는 요즘이다

살아갈수록 '소통'이 어렵다는 것을 느낀다. 어릴 때는 그저 '말이 안 통하는 사람과는 안 어울리면 그만이고 만나지 않으면 그만이다'라고 생각했던 단순한 일들이 사회에 발을 담그면 담글수록 내 말을 이해시키거나 상대의 말을 이해하고 조율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들이 많아진다. 그러므로 '소통'은 늘 삶에서 가장 큰 화두에 오르기 마련이다.

남편과 일주일 동안 대화를 거의 하지 않은 적이 있었다. 남편은 가장의 짐을 한 몸에 싣고 있는 사람이라 늘 현실적이고 직관적인 성향을 띠는 반면, 나는 긍정적이고 감성적인 성향이 짙어서 서로 대화를 하면 언쟁으로 이어지는 일이 가끔 있다. 
최근에는 전세로 살고 있는 지금 집에 만기가 얼마 남지 않아서 집에 대한 이야기로 대화가 이어지다가 나는 "그냥 대출받으면 되지 뭘" 하고 남편은 "대출 받는 걸 그렇게 쉽게 생각하느냐"로 언쟁이 빚어졌다. 

다툼이 자꾸 반복되고 결론이 나지 않으니 결국 서로 입을 닫게 됐고 꼭 필요한 말만 주고 받으면서 일주일을 보낸 것이다. 그런데 나는 이때 놀라운 경험 한가지를 하였다. 그렇게 며칠 동안 남편과 대화를 하지 않다 보니 마치 남편을 오랫동안 안 만난 거 같다는 느낌을 갖게 된 것이다. 그때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대화는 소통이고 만남이고 스킨십과 같은 친밀함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사람과 사람이 매일 만나더라도 서로 깊이 이해하고 알아가는데 대화만큼 좋은 게 없다. 그리고 이 대화는 서로의 공감대를 극대화 시켜주는 소통의 열쇠인 것이다. 

소통의 사전적 의미는 '막히지 않고 잘 통함'이다. 막히지 않고 잘 통한다고 하니 '쾌변'이 생각난다. 정말로 나는 남편과 대화가 없었던 지난 그 일주일을 꽉 막힌 숙변을 가진 사람처럼 매우 답답하게 보냈다. 가장 가까운 사람과 소통이 되지 않는 것은 삶 전체를 퍽퍽하게 만드는 데 아주 탁월한 효과를 가져왔다.
 
"제발 내가 말할 때 끝까지 좀 들어. 중간에 끊지 좀 말고!"
이야기를 듣다가 생각나는 게 있으면 바로 대꾸하는 나를 남편은 늘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나는 호응이라고 생각하지만, 남편은 끼어들기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반면 나는 남편이 중간중간 내가 말할 때마다 호응을 해주기를 바란다. 
그렇게 우리는 결혼 7년째인 지금까지 서로 다른 점을 이해 못하면서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물론, 이제는 '아차'하며 조심스럽게 상대가 원하는 방향대로 대화를 이어가려 애쓰고 있다는 점은 나름 큰 변화라고 할 수 있지만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다.

"엄마, 엄마는 왜 그래. 내 말은 그게 아니잖아!"
태어나서 지금까지 나를 봐오고 나와 함께 한 엄마조차 내 말을 이해 못해서 언성을 높일 때가 있다. 사정이 이러니 우리 삶에서 '소통'이란 얼마나 지속적인 노력과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과제인가. 우리의 일상은 끊임없이 소통을 꾀하는 순간순간의 모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 이전에 생각할 것이 또 한가지 있다. 과연 우리는 우리 자신 스스로와 잘 소통하고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나 자신에게 지금 무엇이 필요한지, 나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등등 내 안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시간이 어쩌면 우리에게 가장 시급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나의 내면의 소리를 잘 들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분명히 상대의 이야기도 충분히 들을 수 있는 에너지를 마련할 마음의 여유가 있으리라 추측해본다. 

한 해를 마무리 하는 12월이다. 이번 달 다른 누군가를 만나고 지난 날을 잊고 새 다짐, 새 출발을 하려고 애쓰기보다 우선 내 자신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고 다가오는 새해에는 내 자신이 무엇을 하면 충만한 행복감을 누릴 수 있을지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행복은 나 자신으로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 행복은 나와의 소통으로부터 온다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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