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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가 밥 먹여 주나요?” 충격이었다
2013-12-12 13:37:41최종 업데이트 : 2013-12-12 13:37:41 작성자 : 시민기자   하주성
국보 김제 금산사 미륵전 낙서
 
며칠 째 급한 볼일만 보고 두문불출을 하고 있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그동안 정리를 채 하지 못한 자료사진들이 컴퓨터의 로딩을 엄청 느리게 만들기 때문이다. 하긴 올 한 해 참으로 바쁜 나날들을 보냈다. 
올 한 해 동안 오늘까지 e수원뉴스에 422개의 기사를 썼으니, 그 사진 자료만 해도 엄청나다. 물론 그 많은 자료들이 모두 수원은 아니다.

문화재 답사를 전문으로 하는 나로서는 시간이 날 때마다 전국을 다니면서 무리 문화재를 답사하고 그것을 기사로 올리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보니 쌓이는 것이 수많은 자료들뿐이다. 이제 이 해가 가기 전에 그 모든 것을 정리해야 한다. 그런데 답사 자료들을 보다가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훼손된 수많은 문화재들, 가슴이 미어져

문화재 답사 자료를 정리하다보니, 생각보다 훼손이 심한 문화재들이 너무 많이 눈에 띈다. 사진 하나하나를 정리하면서 나도 몰래 눈물이 난다. 30년 가까운 세월을 전국을 돌면서 문화재를 찾아다녔다. 문화재 답사를 하면서 소득이 있다면, 방안에 가득 쌓인 자료들이다. 그 하나하나마다 모두 내력이 있다.

보물 완주군 화암사 전각의 벽에 쓰인 낙서
 
문화재란 '문화 활동에 의하여 창조되어 그 가치가 높다고 인정되는 유형, 무형의 축적물을 통틀어 이르는 말. 문화재 보호법이 정하는 유형 문화재, 무형 문화재, 민속 문화재, 인간문화재, 기념물, 전통적 건조물 등이 있다.'라고 설명을 하고 있다. 그러한 문화재를 보호하기 위한 법이 바로 '문화재보호법'이다.

문화재의 종류는 헤아릴 수가 없다. 우리가 주지하듯 우리의 많은 문화재들이 강대국에 의해 침탈을 당해 우리에게서 떠났으며, 그것을 찾아오는데 만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그것도 완전히 돌아오는 것은 극히 일부분이다. '영구임대'라는 명목으로 아픔을 안고 돌아오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문화재가 밥 먹여주나?"

모르겠다. 숱한 시간을 문화재를 찾아 전국을 돌아다녔다. 그동안 문화재를 답사한다고 깨트린 카메라의 숫자만 해도 10여 대가 넘는다. 길 위에 경비로 뿌린 비용만 해도 목 좋은 곳에 30평 이상 되는 아파트 한 채 값은 날린 듯하다. 나에게 남은 것은 방안 벽면을 채운 자료를 담은 CD뿐이다.

언젠가 구례 운조루를 답사를 하고 있을 때, 그곳을 찾아왔던 가족들과 함께 이야기를 할 시간이 생겼다. 아이들이 마루에 함부로 신을 신고 올라가는 것을 보고 나무란 것이 인연이 됐기 때문이다. 
그 자리에서 아버지인 듯한 분이 "문화재가 밥 먹여주나요? 그것 그렇게 힘들게 답사하면 무엇이 남아요?"라고 질문을 한다.
남는 것은 자료뿐이다. 밥을 먹여주기 때문에 시작한 일이 아니다. 그저 나에게 문화재란 누군가 지켜야할 것이고, 그 지키는 일을 내가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시작을 했기 때문이다.

고려시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마애불이 산산조각이 나 있다. 지진때문에 그렇게 되었다는데, 글쎄다.
 
무슨 일을 하던지 난 항상 최고가 되기를 원치 않는다. 그저 최선이고 싶다는 생각이다. '생태교통 수원2013' 때도 행궁동 프레스센터를 떠나지 않았다. 무더위에 온 몸에 땀띠가 나 견디기가 힘들었지만, 더 많은 사람들에게 생태교통을 알리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자 했을 뿐이다. 그렇게 살아 온 세월에 '문화재가 밥 먹여주나?'라는 질문은 충격이었다.

이제는 그만 마음 아프고 싶다
  

그동안 문화재 답사를 하면서 많이 마음이 아팠다. 훼손된 문화재들을 볼 때마다 왜 이래야 하는가에 대해 분노가 치밀기도 했다. 국보로 지정된 건물 벽에 가득한 낙서, 보물로 지정된 전각에 사람 손이 미치지 못하는 곳까지 빼꼭하니 파인 낙서. 쇠꼬챙이를 갖고 훼손한 문화재. 국보 옆에 쌓인 쓰레기봉투. 목이 잘린 석불, 코가 사라진 마애불.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문화재들이 훼손을 당했다.

우리 수원이라고 해서 그런 훼손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보물로 지장된 방화수류정 등에서 낯 뜨거운 짓을 하는 젊은이들. 세계문화유산인 화성의 곳곳에 선 안내판에 낙서. 옛 사찰 터에 무성한 잡초더미. 화성 곳곳에 버려진 쓰레기와 빈 음료 캔 등.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목이 잘린 석불좌상. 전국에 이런 목잘린 불상이 부지기수이다
 
이젠 문화재 답사를 접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픔을 이제 그만 느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남들처럼 노후대책을 세워야 할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장대비가 쏟아지는 날에도, 눈이 발목까지 쌓인 날에도 길 위에 서 있었다. 그 모든 것이 최선이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그만큼 마음이 더 아팠던 것도 사실이다. 문화재 답사를 하지 않았다면 그 아픔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문화재가 밥 먹여 주나요?" 
오늘따라 이 말이 자꾸만 귓전을 맴돈다. 나도 이제 나이가 들어가는가 보다. 참 많이도 아팠는데, 이제는 그 아픔에서 벗어나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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