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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당신의 기발한 상상력을 보여주세요
관객과 함께한 제1회 수원독립영화수상작 영화제
2013-12-07 09:12:19최종 업데이트 : 2013-12-07 09:12:19 작성자 : 시민기자   공예지
수원에서 최초로 선보이는 독립영화수상작 영화제인  '제1회 수원독립영화수상작 영화제' 가 6일 화성박물관 영화실에서 개최되었다. 이번 영화제에서 볼 수 있는 영화는 베니스, 부산, 전주, 부천 등 국제 영화제에서 수상했던 작품들이다. 

'제1회 수원독립영화수상작영화제'는 '수원시민영화제' 와 함께 시민들의 영화, 예술적 역량을 강화하고 독립영화에 대한 안목을 키울 수 있는 영화제이기에 그만큼 의미가 크다. 
사실 독립영화제는 대중성을 위해 재미나 흥미 위주의 내용보다는 예술성이나 작품성을 더 중요시하기 때문에 다양한 독립영화의 생산과 소비가 부족한 실정이다.   '워낭소리(2009)' 가 독립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의 마음을 울려 추가 상영을 했을 정도로 크게 흥행을 한 작품으로 꼽혔으나 대부분의 독립영화들은 그렇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영화로 당신의 기발한 상상력을 보여주세요_1
제1회 수원독립영화수상작 영화제
 
영화제는 오후 4시 30분부터 6시까지, 저녁 7시 10분부터 저녁 9시까지 5 ~6편 씩 총 11편으로 두 차례의 상영이 이어졌다. 다만, 실제로 참석했을 때 상영 영화의 순서와 프로그램에 기재된 상영 영화의 순서가 차이났기 때문에 이 점에서 조금 혼란스러웠다. 

영화제 첫째 날 오후 4시 30분부터 6시에 상영된 작품은 노인들의 애틋한 삶을 다룬 '불륜' , 학생 시절 자신을 사랑했던 레슬링 코치의 영향을 받은 주인공이 어른이 되어 꿈을 이루는 과정을 다룬 '그레코로만' , '잉글리시 프렌들리' 열풍에 휩싸인 한국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 '해운대 소녀' , 진짜 가족은 아니지만 진짜 가족같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다른 한 편으로는 가출 학생의 씁쓸한 이면을 보여준 'Family' , 어린 나이에 심부름을 하는 과정에서 사회 생활(?)의 첫 걸음을 내딛는 모습을 보여준 '콩나물' 이었다.

'불륜' 은 고령화 사회 소외된 약자인 노인부부의 위태한 하루가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레코로만' 은 자신을 사랑했던 레슬링 코치의 영향을 받아 주인공도 어느 소년을 사랑해서 나중에 구해주는 장면에서 그 코치가 자신을 업고 갔던 장면을 똑같이 재연출한 부분과 레슬링 연습을 하는데, 엉덩이를 부각하는 등의 노골적인 앵글 기법으로 연출한 부분이 가장 인상적이면서 부담스럽게 다가왔다. 

'해운대 소녀' 는 영어 열풍에 사로잡혀 막상 아이의 자유를 빼앗아가는 듯한 한국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 것 같았지만 마무리를 좀 더 확고하게 연출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들었다. 'Family' 는 가출 학생의 실상을 보여주다보니 욕설 대사가 많이 언급되어 그 장면이  학창시절  욕설이 심했던 친구들을 떠올리게 만들어 편안한 감상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마무리 부분을 제외하면 연출 의도가 무엇인지 전체적으로 훌륭한 영상미를 보여주었다. '콩나물' 은 7살의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심부름을 통해 사회에 처음으로 적응해가는 주인공 보리의 모습이 인상적으로 다가왔고, 처음으로 심부름 했던 기자의 어린 시절을 떠오르게 했다.

영화로 당신의 기발한 상상력을 보여주세요_2
1부 끝난 뒤 담소 시간
 
나머지 상영작은 개막식이 끝난 뒤에 상영이 되었다. 오후 7시 10분부터 저녁 9시까지 상영된 나머지 작품은 통화 중에 큰 사고를 내어 자신의 명예 때문에 그 잘못을 은폐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인기 코미디언의 비극적 모습을 다룬 '환상의 콤비' , 수다스러운 장모님과 아내의 입을 잡기 위해 그들의 귀여운 저항을 다룬 '비폭력저항:평화롭게 아내의 입을 틀어막는 법' , 여자라면 불쾌하면서도 차마 말할 수 없는 상처 '마취' , '생태교통축제2013 수원'이 열리고 있는 자동차가 사라진 임시낙원인 행궁동에서 자전거를 타고 즐기자는 취지의 '행궁동 가는 길' , 초대받지 못한 사람과 위로받지 못한 사람의 이야기 '초대' ,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생식 습관을 가진 아이(정호)와 일반적인 식습관을 가진 아이의 이성친구(해미)의 세상에 대한 극복 과정을 다룬 '잘 먹고 잘 사는 법' 이었다. 

'환상의 콤비' 는 통화 중에 교통사고라는 큰 사고를 내어 한 여학생의 목숨을 위태롭게 만들었다가 그 학생이 극적으로 깨어나 저수지 근처 숲으로 도망치다 결국 떨어져 죽었던 영화 장면과 시체를 버리기 위해 저수지로 갔다는 시놉시스 내용과 일치하지 않았다는 것이 가장 맘에 걸렸지만 비극을 희극으로 연출하는 아이러니를 연출한 장면에서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비폭력저항:평화롭게 아내의 입을 틀어막는 법' 은 남자들 치고는 상큼한 방법으로 해결하는 모습이 인상에 남았고, '마취' 는 마지막에 자신을 희생해서까지 사회고발을 감행해야했던 주인공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행궁동 가는 길' 은 '생태교통축제 수원 2013' 을 그리워하게 했으며, '초대' 는 색감 연출은 좋았으나 끊긴 프레임의 영상 때문에 다른 영화에 비해 내용의 이해에 있어 집중도가 떨어진 점이 아쉬웠고, 마지막으로 상영된 '잘 먹고 잘 사는 법' 은 생식을 먹는 모자를 보여주며 기자에게 두 가지 큰 질문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영화로 당신의 기발한 상상력을 보여주세요_3
정한진 감독과의 대화
 
관객과의 대화에서 첫째 날에 온 감독은 '잘 먹고 잘 사는 법' 을 연출한 정한진 감독이었다. 질문 시간 전 생식을 먹는 모자 설정은 네덜란드에서 생식하는 모녀 지간을 모티프로 해서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어진 질문 시간에는 제4회 시민영화제 '광교산연가' 에서 여주인공을 맡았던 시민배우 이혜준 씨가 "초콜릿을 파묻는 장면과 답답할 때 가슴에 묻는다는 대사와 겹쳐보면 관련이 있는 것 같은데 정말 있나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기자를 포함한 다른 관객들은 "초콜릿을 보고 악마라고 말하는 정호의 대사에서 이것이 부모의 영향력이나 종교관의 영향을 받은 것인가요?" , "앵글 속의 앵글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요?" , "아빠의 죽음에 대한  대사를 언급한 장면에서 혹시 아빠의 죽음 때문에 살림이 어려워져 비용을 아끼기 위해 모자가 생식을 하게 된 것이 아닌가요?" , "초콜릿의 단 맛을 알았으면 해미가 매운 맛을 언급해서 떡볶이도 먹는 장면이 나와야 하는데 왜 안 먹었나요?" 등의 흥미로운 질문들을 했다.

정 감독은 각각 "관련이 있다" ,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으며, 악마는 아이답게 표현하는 방법 중 하나일 뿐이다." , "생식 하자는 취지로 만든 것은 아니며 생식 습관을 가진 아이와 일반적인 식습관을 가진 아이의 이성친구, 서로 다른 식습관을 가진 그들이 같이 갈 수 있을까라는 취지로 만든 것이다.", "아빠의 죽음으로 아이라도 지켜야 한다는 사명으로 건강하게 사는 법을 찾다 생식이라는 방법을 찾아 그렇게 된 것이다." , "아이이기 때문에 금방 식습관을 고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 떡볶이를 먹는 장면을 설정하지 않았다." 고 답했다. 
 정 감독은 마지막으로 한예종(한국예술종합대학)에서 장편 시나리오를 쓰며 준비하고 있다고 따뜻함과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영화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의 새로운 도전을 응원한다. 

이렇게 첫째 날의 일정은 끝이 났다. 수원시민영화제와 함께 시민들의 영화, 예술적 역량을 강화하고 독립영화에 대한 안목을 키울 수 있도록 무료로 개최한 영화제라는 점은 의미가 컸으나 예산이나 섭외의 문제로 인한 가장 중요한 '관객과의 대화' 에 대한 준비(11편의 영화 중 이틀에 걸쳐 섭외된 감독이 단 두 명)가 미흡했다는 점에 있어서 이 부분에 대한 개선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영화를 보며 안목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올바른 안목을 갖는 것이다. 아무리 많은 영화를 감상했어도 그냥 자신의 느낌이나 소감에서만 그친다면 나중에 정확한 내용을 접했을 때 혼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상영된 11편 모두 노인 불륜, 가출 패밀리, 비폭력저항, 마취와 성폭행, 생식 모자 등 기발하고 신박한 소재로 관객들에게 호기심과 흥미를 불어일으켰다는 점에서는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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