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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슬픔'을 읽고 나서...
미국제국, 신 자유주의 나침판은 어디로 향하는가?
2009-01-15 14:07:42최종 업데이트 : 2009-01-15 14:07:42 작성자 : 시민기자   권오기

우리나라처럼 미국의 정책적 결정에 따라 민족과 국가의 운명이 좌우 될 만큼 직접적 영향권에 들어가 있는 나라는 별로 없다. 미국에 대한 정체성과  전반적인 정책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대응방법도 달라질 것이고 더 나아가서는 우리 민족과 국가의 운명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먼저, 우리는 지금의 미국의 정체성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전 세계적으로 큰 영향을 끼치는 주요한 정책이 어떤 역사적 배경에서 형성되었으며, 이 같은 정책들이 어떤 방법으로 도출되고 집행되고 있는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혹자는 새해 벽두부터 무슨 '제국의 슬픔'같은 무거운 주제로 기사를 작성하느냐고 할지 모른다. 새로 출범할 미국의 오바마 정부는 벌써부터 우리나라에 대해 한미FTA협상에 대해 "쇠고기 및 자동차부문에서 불평등협상"이라고 규정하고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바꿔 말하면 이 쇠고기 및 자동차 등 두단체에서 오바마 민주당 후보에게 선거자금을 주었고, 거기에 따른 지분을 우리정부에게 요청하고 있다. 미국은 우리나라에게 일본군국주의를 해체시키고, 자국 안녕에 위협을 받지 않을 정도로 신형 무기 및 물자를 판매하고, 그 위에 기지를 건설함을으로써 안전을 담보로 한 그들이 말하는 글로벌화의 전초기지를 건설해왔다. 

'제국의 슬픔'을 읽고 나서..._1
신자유주의의 주역(레이건, 대처)

미국의 이런 전략 아래는 '군산복합체'라는 이기주의 집단이 내재되어 있고, 그들의 지나친 이기주의로 인해 제국의 몰락도 운명처럼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 이책 저자의 견해이다. 우리입장에서 그들의 오만과 편견이 한반도의 분단과 한국전쟁을 일으켰고, 외환위기를 불러오겠금 했고, 국제금융위기의 쓰나미를 온몸으로 막어야 하는 아픔을 주고 있다. '제국의 슬픔'은 기지제국 미국의 실상을 파악하는데 아주 유용한 책이다. 
존슨은 미국이 독재로 변해가는 슬픔, 그로 인해 언젠가 맞이할 붕괴로 인한 슬픔을 우려했다. 아마도 그는 제국이 주는 고통을 직접 겪을 수 없기에 단지 슬퍼할 뿐이다. 존슨의 과제가 슬픔의 극복이라면 우리의 과제는 고통의 극복이다. 우리는 다가올 슬픔을 우려할 게 아니라 지금도 아프고 고통스러운 현실을 극복해야 한다. '제국의 슬픔'은 이 고통을 극복할 방법을 제시하지 않지만 치유법을 찾아가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영화 '식코'를 보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게 선진국이라 불리는 미국의 현실이 맞는가'이고, 다음에는 '이게 우리나라가 처할 수 있는 미래구나'였다. 
이 영화가 다루고 있는 주제가 불편할수 밖에 없고, 잔혹할 정도로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수익논리에 사로잡혀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필요한 헬스 케어 서비스도 생략하는 미국의 의료보험제도의 진실은 돈 없고 병력이 있는 환자를 의료제도의 사각지대에 방치하여 결국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 영화의 주제이다.
현대인들은 자신들의 살고 있는 세계가 얼마나 비정하고 권력 친화적인지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눈감고 지나치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어 보이는 것은 불편할 수밖에 없다. 의료보험민영화의 탄생 배경이 한 보험회사의 로비로 비롯되었고, 이 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 역시 기업들의 활발한 로비라는 것 역시 흥미롭고 의미심장하다.

'제국의 슬픔'을 읽고 나서..._2
영화식코의 팜플렛

영화 제작자이자 감독인 마이클 무어가 미국 민간 의료 보험 조직인 건강관리기구(HMO)의 부조리적 폐해의 충격적인 이면을 폭로하며 열악하고도 무책임한 제도에의 신랄한 비판을 서슴지 않는다. 
국민의 의사를 대변하기 위해 뽑아놓은 정치인들이 오히려 국민의 건강을 이익단체에게 팔아 자신의 돈을 챙기는 것, 이는 특히 21세기에 들어 끊임없이 제기되던 대의제에 대한 회의일 수 밖에 없다. 놀라운것은 식코에서 '고발하는' 정치인들의 부패는 이미 모든 사람들이 인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우리모두는 자신의 국가를 통치하는 정치가들이 부패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이를 알면서 받아 들일 수 밖에 없는가? 
영화 '식코'를 보고 분개했던 관객들 중에서도 현실 극복을 위해 뛰어드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현대 민주주의 국민들은 비탄에 빠져 개혁 의지를 잃어가고 있으며, 결국에는 정치에 참여하는 소수 엘리트들에 의해 지배 받는 순환구조에 빠져 있을 수 밖에 없다. 

새로운 미국 제국은 오랫동안 형성되어 왔다. 그 뿌리는 19세기 초기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데, 당시 미국은 라틴아메리카 전역을 자국의 영향력 하에 있다고 선언했고, 영국과 프랑스 및 스페인의 식민주의자들에 못지 않게 북미의 원주민들과 이웃 멕시코를 희생시켜가면서 영토를 확장했다. 그리고 나서 20세기를 전후하여 제국주의적 임무에 눈뜬 일단의 정부 인사들은 미국- 에스파냐 전쟁을 이용해서, 중미와 카리브 연안의 여러 섬들 및 하와이, 괌, 필리핀 등지에 군사 기지의 씨를 뿌렸다. 100년 후에 테러와의 전쟁이란 미명 하에 자신들의 팽창주의적인 의제를 실현시키고자 나선 보수주의 집단과 매우 유사했던 것이다. 
시간이 흘러 냉전시대가 끝나가면서 소련이 붕괴하자, 소련의 붕괴는 대륙간 탄도 미사일에 대해 우주에서 방어를 한다는 전략적 방위안에 대한 신화가 이끌어 낸 것이며, 결국 미국이 소련의 붕괴를 유도하여 냉전에서 승리하였다는 오만과 허영심이 미국 정책 결정자들을 물들게 하였다. 

2001년 미 국방성이 밝힌 세계 미군기지수는 725개. 그러나 저자는  "한번 세운 기지는 여간해선 없애지 않고, 곳곳에서 더욱 늘어나서 실제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라크나 아프간에 기지를 만들고선 석유나 가스 확보나 운송이 용이해진것 처럼 다른 군대기지도 군사적 목적 및 에너지 확보 등에 기여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현재 미국은 구舊소련 지역에도 여러 개의 기지를 갖고 있다. 아버지 부시 때 국방장관을 하고 현재 부통령인 딕 체니나 국무장관 콘돌리자 라이스, 아버지 부시, 럼스펠드 할 것없이 미군기지 짓고 관리하는 대기업이나 에너지회사 무기회사 등과 관련이 있다. 막대한 국방예산을 확보해놓고선 세계 각국의 미군기지 종사자들 안락하게 살게 하고 무기도 팔아먹는다.  

유럽에서 냉전이 사실상 종식된 것을 인정하지만, 동아시아와 라틴 아메리카에서 만큼은 냉전을 종식시키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소련 대신 중국의 위협과 피델 카스트로, 마약 마피아 등의 불안정성과 최근에는 테러리즘, 대량 살상 무기, 악의 축-이란, 이라크, 북한-이 새로운 적으로 규정되었다. 즉, 적대적 초강대국이 사라진 상황에서 미국이 자임한 제국의 역할은 새로운 능력을 다양하게 실험해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이제 점차적으로 인도주의적 개입, 세계화를 통한 미국식 시장 민주주의의 확산, 라틴아메리카의 마약 카르텔 및 토착 정치 개혁 운동과의 공개적인 교전, 불량국가의 고립화, 끝없는 테러와의 전쟁, 잠재적으로 비우호적인 세력에 대한 예방 개입을 하고자 한다. 이런 면에서 미국은 전후 국제 체제의 평등한 국가 성원의 일원으로서 복무하기보다는 자체의 법으로 행동하고 있으며 다른 국가와 협정도 맺지 않고, 국제 관계의 새로운 규칙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또한, 미국은 더 이상 자신이 얼마나 많은 적을 창출했는지 신경도 쓰지 않는다. 

미국은 189개 유엔 회원국들 중에서 153개 국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고, 그 중 25개 국에는 대규모 군대를 배치하고 있고, 적어도 36개 국과 군사 조약 내지 구속력 있는 안보협정을 맺고 있다.  미국은 50만이 넘는 병사, 교관, 스파이, 기술자 및 그 가족들과 민간 계약자들을 다른 나라들 그리고 5대양 6대주에 나가 있는 10여 개의 항공모함 기동함대에 배치하고 있다. 미국은 미국의 영토 밖에서 수많은 비밀 기지를 운영해 왔고, 이러한 기지들을 통해서 미국 국민을 포함한 각국 국민들이 주고받는 대화와 팩스 및 e메일 내용까지 모니터하고 있다. 이 정도면 '성조기여 영원하라'는 미국 국가는 장난이 아닌 셈이다.

찰머스 존슨Chalmers Johnson은  그의 저서 '제국의 슬픔'에서 미국의 군국주의와 제국주의를 해외에 퍼져 있는 수많은 미군기지들을 통해 이미 위험해진 현실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아시아 문제를 연구해온 미국의 저명한 학자인 지은이는 전 세계 요지마다 군사기지를 두고 자국의 이익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군사기지의 제국'으로 변해버린 미국을 세계 곳곳의 사례들을 들어 세밀하게 보여준다. 이 책에서 저자는 현재의 태도를 바꾸지 않는 한 미 제국은 네가지 슬픔을 갖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첫째는 항구적인 전쟁상태의 지속. 세계 도처에서 미국인은 공격을 받을 것이란 얘기다.

둘째는 의회가 완전히 무력한 상태에 빠진다. 지금도 상당히 그런 거 같지만 펜타곤(미 국방성)이 행정부를 장악해서 민주주의가 실종된다.

셋째는 진실 대신에 허위와 선전이 판을 치고 군대에 대한 찬양만 들어선다.

넷째는 군비에 재원을 쏟아 부으면서 경제가 파산할 것이다.

저자는 지금의 미국이 1980년대 구소련의 운명과 비슷해질 거라고 한다. 구소련보다는 부유하기 때문에 시간이 좀 걸릴지 몰라도 현재의 기조가 바뀌지 않는 한 멸망할 것이란 얘기다.

존슨은 군사기지가 미국의  현대판 '식민지'로 제국주의로 보았다. 그는 "현대의 제국은 과거처럼 직접 영토를 점령하지 않고 대신, 남의 나라에 배타적인 군사기지를 만들어 본국을 위해 여러 가지 첩보·군사활동을 하면서 식민국을 지배하는 것"으로 보았다. 
게다가 이 기지는 민간의 통제를 받지 않고, 군산복합체와 밀접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고, 우리나라 동두천이나 여타 기지촌들 처럼 주변의 토착 문화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미국의 기지는 오로지 자신들의 상부(군부)에만 복종하고 그 수나 규모를 기밀이라는 명목으로 은폐되어서 자연스럽게 기지가 늘어날수록 군국주의와 제국주의가 성장할 수밖에 없다. 존슨은 직업군인의 출현과 그들에 대한 미화,  군 장교들이나 군수산업 대표들이 정부의 다수 고위직을 차지, 군비가 국가의 최우선 정책과제 등으로 되었다는 사실이다. 존슨은 이런 지표에서 미국이 이미 제국주의에 수준에 도달했다고 비판한다.

존슨은 군국주의와 제국주의의 성장을 조장하는 비밀세력으로 대통령, 펜타곤(국방성), 중앙정보국을 지목한다. 이들은 검은 예산을 마음대로 굴리며 힘을 키울 뿐 아니라 기밀이라는 명목으로 정보를 감추거나 허위 정보를 흘려 의회를 농락한다. 그리고 이런 공식적인 권력기구뿐만 아니라 이들 권력에서 변형된 형태인 군산복합기업이 있다. 이들은 단순히 전투기나 탱크를 만들어 팔아먹는 기업이 아니라 군대를 훈련시키고 기지를 관리하는 아주 중요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제국의 슬픔'을 읽고 나서..._3
미소 군축협상(레리건, 고르바쵸프)

존슨은 공존의 사슬로 연결된 이런 '암흑의 세력들'이 전쟁을 일으키는데 그 중심에 군산복합체가 있다고 본다. "군산 복합체는 점점 과잉 생산능력을 가지고 비대해지면서, 더 자주 '먹어야' 하게 되었다. 9.11 공격사건은 미국 국방비를 더 늘릴 수 있도록 하늘이 내려준 기회였다. 또한 미국은 9.11과 상관없이 계획된 것처럼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하고 이라크 전쟁을 시작했다. 새로운 기지를 세우게 되면, 새로 세운 기지를 보호하기 위해서 더 많은 새로운 기지가 필요하게 되고, 그리하여 군국주의와 전쟁, 무기 판매, 기지 확장이란 더욱 꽉 짜인 순환이 생기는 것이다. 

존슨은 군산복합기업으로 미군 퇴역 장교들이 세운 비넬사를 예를 들었다. "이 회사는 1975년 이래로 정부의 허가를 받아, 10여만명의 사우디 방위대를 훈련시키고 있고, 강력한 병력으로 왕정을 보호하고, 정규군으로부터의 위협을 차단하는 기능을 한다. 몇 년간에 걸쳐 비넬 사는 5개의 사우디 군사 학교, 7개의 사격장, 의료 체계를 세우고 운영하면서, 관련 정책을 수립하고 인력도 지원했다. 한편 4개의 사우디 기계화 여단, 5개의 보병 여단을 훈련시키고 장비를 갖추게 했다."이런 군사집단인 "비넬사는 훈련 교관과 용병 및 경찰 임대 사업을 하는 약 35개 민간 기업 중의 하나"(p.186∼187)일 뿐이고 이제 이런 기업들은 "소위 기지 관리 전담회사들"가 되어 "기지의 건설, 유지, 보안까지" 책임지고 있다. 거대한 '사설권력'이 군사기지를 장악하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이런 준군사 조직은 민간기업이기에 의회의 통제를 전혀 받지 않는다. 이제 군과 민의 경계는 게릴라들만이 아니라 정규군 속에서도 지워지고 있다.

미국의 군국주의, 제국주의를 한 개인의 성향이나 잘못으로 파악해서는 안 된다. 미국 역사에서 지속적인 하나의 흐름으로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케리가 대통령에 당선되었거나 고어가 부시를 이기고 당선되었다 하더라도 크게 미국 제국의 성격이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빌 클린턴은 조지 부시보다 훨씬 더 유능한 제국주의자이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 미국은 간접적인 방법을 통해 다른 나라들이 미국의 의지에 따르도록 했고, 조지 부시 정부는 모든 정당성의 원칙을 버리고, 힘이 곧 정의라고 하는 관점을 택해야 했다. 팽창 추세에 있는 국가는 적어도 지금 하고 있는 행위를 위장해야만 자신이 획득한 것을 공고히 할 수 있다고 역사는 우리에게 가르쳐 준다.

우리가 배운 세계화라는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가 언제부터 우리를 협박했는지 생각해 본다면 좀 더 이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을 것이다. 세계화라는 신자유주의적 이데올로기는 누군가의 주도에 의해 이루어졌기보다는 미국이라는 제국을 유지하기 위한 하나의 맥락적 흐름에서 파생한 것뿐인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미국이 제국을 유지하기 위해서 클린턴이 경제력의 측면에서 접근하였다면, 부시는 단지 무력을 사용하고 있다고 파악해야 한다. 그렇지만, 이런 휘황찬란한 제국도 이와 같은 상태를 지속적으로 유지, 발전시켜 나간다면 언젠가는 붕괴의 슬픔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고 이책의 저자는 봤다. 

'제국의 슬픔'을 읽고 나서..._4
위성에서 본 아름다운 지구

제국을 변화시키고, 붕괴를 막기 위해 이 같은 제국주의와 군국주의를 일으킨 근본적 원인들을 개선시켜 나가는 것이다. 먼저, 국민들은 의회에 대한 통제력을 회복해야 하며, 의회를 특수한 이익을 가진 자들의 포럼으로 전락시킨 부패한 선거법을 의회와 함께 개혁하여, 그래서 진정으로 민주적인 대의 기구로 거듭 나게 해야 한다. 또, 펜타곤과 비밀정보기관들에 대해 자금줄을 막는 것도 필요하다. 이 같은 노력들을 통해 제국이 붕괴되는 슬픔을 막아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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