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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의 맛과 향을 나누다
23일, 동아시아전통문화연구원 '아시안 하모니'행사 열어
2013-11-24 13:17:32최종 업데이트 : 2013-11-24 13:17:32 작성자 : 시민기자   김해자

우리나라 수도 서울에는 혼자 사는 1인가구와 부부끼리만 사는 2인 가구가 점증하고 있다. 
2013년 현재, 30여 년 전과 비교하면 1인 가구는 10배 이상 늘었고, 2인 가구는 4배 이상 늘었다는 통계가 나왔다. 우리는 갈수록 고독해지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나 이들보다 외롭고 고독한 사람들이 또 있을까. 바로 우리나라로 시집을 온 외국인 신부들,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현재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 혹은 터를 잡고 상업에 임하는 외국인들 등 모두가 이른바 다문화(多文化) 사람들이다. 이들은 서로 다른 국적, 인종과 문화를 가진 사람들로서 비단 우리나라뿐 아니라 지구촌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현상이 되어버린 시대다.

그렇지만 유독 우리나라는 순혈주의, 즉 단일민족이란 뿌리가 참 강한 나라다. 그것의 시초가 기자조선 혹은 단군조선이란 학계의 보고들이 있지만 사실상 21세기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역사의 지평을 넓혀가기 위해선 정말로 타파해야하는 것들 중에 하나가 단일민족 사상이다. 간간히 사회면을 차지하는 이슈 중에서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이 겪는 슬픈 사연들이 올라와 많은 사람들에게 반성의 시간을 요구하기도 하는 이즈음 우리는 언제까지나 그들의 외로움을 나몰라라 할 것인가.

아시안의 맛과 향을 나누다_1
아시안의 맛과 향을 나누다_1

23일, 이런 사회적 편견을 없애고 사람과 사람의 화합으로 아시안의 문화적 소통을 이룩해 가겠다는 취지로 설립된 (사)동아시아전통문화연구원(원장 김용국)이 2013 회원의 날 '아시안 하모니Asian Harmony'를 개최했다. 부제 '아시안 맛과 향을 나누다'란 슬로건으로. 

수원시 권선구 교동에 위치한 '수원시가족여성회관'은 베트남, 몽골, 중국, 네팔· 인도, 캄보디아, 키르기스스탄, 필리핀, 일본, 한국 등 아시안 음식을 맛보기 위해 다문화가정을 비롯해 일반인들의 발걸음으로 북적였다.

아시안 엄마들의 모임인 'M0A(Mom Of Asian)' 회원들의 주최로 준비된 새우쌀국수, 호솔 군만두, 잡채, 찡장요스, 치킨커리, 마이자, 만췌우, 마하브란캬, 오야코동부리 등 다채로운 아시안 음식들이 한편에 차려졌다. 모아 회원들이 만들고 참석한 사람들도 함께 조리해도 무방한 코너다. 아시안의 음식문화를 한곳에서 골고루 맛볼 수 있는 시간이니 티켓을 들고 온 사람들은 메뉴판에 동그라미를 쳐가면서 음식탐색에 나섰다. 

엄마와 함께 음식을 맛보러 왔다는 김효정(영생고3년) 학생은 외국요리가 입맛에 맞느냐는 질문에 손가락으로 브이 자를 내보이며 "맛이 기가 막혀요"라고 말했다. 그는 인도네팔음식 커리와 베트남 쌀국수를 뚝딱 먹어치우곤 종종걸음으로 다른 음식을 가지러 갔다. 신나하는 딸의 모습을 지켜본 엄마는 데리고 온 보람이 있다는 듯 온화한 미소를 보였다. 

아시안의 맛과 향을 나누다_2
아시안의 맛과 향을 나누다_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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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의 맛과 향을 나누다_3
아시안의 맛과 향을 나누다_3

일본음식이 차려진 곳에서 한국으로 시집 온지 4년째라는 도모미(ともみ 36세)씨를 만났다. 그런데 잠시만 인사를 나누고 헤어지려 했으나 그녀의 유창한 한국말에 호기심이 발동했다.
"4년째라면서 한국말 발음이 정말 정확하네요!"
"저는 동경출신이지만 실은 중학교를 서울 선화중학교에서 졸업했어요. 당시 그곳은 외국인들을 받아들였거든요. 그리고 이내 일본으로 돌아가 대학까지 마치곤 한국으로 다시 어학연수를 왔어요. 한국문화에 반해 아예 한국인과 결혼해 지금은 수원에 정착해 살고 있지요. 학원에서 일본어를 가르치는 일을 하면서 모아회원으로 활동합니다. 외국인들도 자부심을 가지고 사회에서 자랑스럽게 활동하자는 취지를 가르칩니다. 그리하여 일이 끝나면 다문화 여성들과 거의 매일만나 즐겁게 놀지요."

그가 정말 행복한 한국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을 얼굴표정이 말해 주었다. 워낙 미인이기도 했지만 참 맑은 심성을 지녔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기자가 알고 있는 네팔친구 먼주구릉을 소개한 후 그들의 대화에서도 엿볼 수 있었다.

먼주구릉은 한국사람과 혼인한 지 딱 1년 됐다. 네팔에서 텔레비전 방송국 기자활동을 했던 그는 영어도 유창해 남편과의 대화를 모국어와 영어로만 하다 보니 한국어가 늘지 않는다고 했다. 
이에 도모미씨는 "내년 2월부터 10월까지 진행되는 프로그램이 있어요. 집으로 일주일에 두 번 방문하니 한국어가 늘 겁니다. 그리고 '모아'에 들어오세요. 한 달에 회비 5천원이지만 없으면 내지 않아도 되요. 그냥 오셔서 함께 놀며 즐거운 생활을 해보자는 겁니다.(한국말에 서툰 먼주구릉 씨를 위해 토모미씨가 영어로 말함)"라며 전화번호를 건넸다.

아시안의 맛과 향을 나누다_4
일본인 도모미(왼쪽) 네팔인 먼주 구릉(오른쪽)과 함께 한 기자

아시안 음식의 맛과 향을 나누는 시간은 저녁 5시까지 계속됐다. 이 행사를 이끈 (사)동아시아전통문화연구원은 지난 2005년 경기전통문화연구소로 출발해 2009년 사단법인으로 출범하면서 명칭도 바꿨다. 국제학술세미나, 아시아 전통문화강좌, 한국전통문화강좌, M0A(Mom Of Asian), 출판(아시안의 문화-민속, 옛이야기)등 아시안의 전통과 문화를 공동으로 연구하고 교류하는 활동을 지속적으로 이어오고 있다.

이날 역시, 이들과 함께 해 온 회원들과 많은 사람들이 2013년 한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음식문화를 통해 화합의 시간을 갖기 위해 마련한 행사였다. 그들은 각국을 대표하는 의상을 입고 찾아온 사람들을 반기며 준비한 자국의 음식을 대접했다.

사람을 빛나게 하는 것 중엔 '아름다운 말 한마디'도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이제 다문화 가정은 우리 주변 곳곳에서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그들도 보통의 우리나라 사람들이란 생각으로 만나면 좋은 말, 아름다운 말을 건네자. "안녕하세요. 한국생활 행복하게 보내세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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