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나 때문에 엄마가 다친 날
뼈에 좋은 식품들, 부모님께 많이 사다드리자구요
2013-12-06 23:28:14최종 업데이트 : 2013-12-06 23:28:14 작성자 : 시민기자   이수진

아버지와 어머니는 주말 마다 등산을 가신다. 
집과 가까운 작은 산이 두어군데 있는데, 주말이면 아침 저녁으로 하루 두 번씩 산을 가시는데, 옆에서 보기에는 무리하시는 것 같아서 항상 말씀을 드린다.
운동도 과하면 안 좋으니, 하루에 한 번씩만 다녀 오시라고 해도 내 말은 잘 들으시지 않으신다. 하루라도 더 기운이 있을 때 열심히 몸을 단련 시켜 놔야지만 건강해지신다고 믿고 계신 두 분이다. 

그나마 눈이나 비가 올 때는 등산을 건너 뛰기도 하시지만 보슬비정도가 내릴 때는 우산을 쓰고도 가시는 분들이다. 그만큼 등산에 대한 애착이 크신 분들은 자식들인 우리에게도 권유를 하신다. 그래서 아주 가끔씩 나도 따라 가긴 하는데 주말의 꿀맛 같은 늦잠을 포기하기가 여간 힘들어서 계속 미루다가 저번주말에 부모님을 따라 다녀왔다. 

나는 완전 저질 체력이라 산을 못타는 편이라 정상까지 다 올라가지도 못하고 중간까지 올라갔다가 하산을 하기로 결정했고, 부모님이 정상을 찍고 내려오실 때까지 나는 앉아서 기다리며, 산의 맑은 공기를 만끽하고 있었다. 계속해서 하산 하는 사람들이 보이고 저만치서 엄마 아빠 모습이 얼핏 보이는데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엄마 눈에도 덩치는 크고 피부는 희멀건 딸이 눈에 보이신 모양이신지 나에게 손을 흔드시며 내려 오시고 계셨는데, 그때 일이 발생하고 말았다. 정말 순식간이었다. 

어머니가 하산을 하시다가 그만 발목을 다치셨다. 내가 그 자리에만 없었더라도 엄마가 날 보고 반가워 하시다가 다치실 일은 없었을 텐데 하면서 등산을 함께 따라 간 나를 원망하고 또 원망했다. 뼈가 금이 가거나 부러지면, 아예 땅을 디디지 못한다고 하는데 다행히도 엄마는 어느 정도 걸을 수 있으셔서 마음이 조금 놓이긴 했다. 

적어도 뼈에 큰 이상이 없을거란 짐작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나의 왠지 모를 죄책감은 계속 더해만 갔다. 엄마는 나의 모습을 보고 괜찮다시며, 하나도 안아프다고 거짓말을 하셨다. 나도 발목을 다쳐 본 경험이 있다. 진짜 너무 아팠었는데...엄마는 안 아프다고 하시니 당연히 날 위해 하신 말이란 걸 알았다.
그 날 집에 와서 계속 냉찜질을 해드렸다. 

최대한 성심성의껏 냉찜질에 최선을 다했던 것 같다. 나의 정성에 엄마의 발목도 괜찮은 듯 싶었는데, 날이 지날수록 통증이 더 심해지고 붓기도 급속도로 심해져서 며칠 후에 병원까지 다녀오셨다. 
'염좌'라는 진단이 나왔고, 깁스를 2주 정도는 꼭 하고 다녀야 한다고 했다. 몸에 특정 무언가를 차거나 걸고 다니는 걸 무척이나 갑갑해 하시는지라, 반지나 목걸이 조차도 아예 착용하지 않으시는 분이신데 깁스를 어떻게 2주씩이나 착용하고 다니실지 걱정이 되었다. 

나 때문에 엄마가 다친 날_1
나 때문에 엄마가 다친 날_1

의사가 말하길 2주 동안 최대한 발을 쓰지 않아야 나중에 만성통증을 막을 수 있다고, 절대 움직이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그런데 직장을 다니셔서 어쩔 수 없이 출근을 하시 는데, 퇴근하시고 돌아오시면 하룻 사이에 발목이 심각하게 부어 있는 것이 한 눈에 보였다. 
사람 신체 중에 안 중요한 것이 없지만 특히 발은 중요한데, 잘 걷질 못하시니 당신도 답답하신 모양이시다. 그렇게 엄마의 등산운동은 무기한 연장이 된 상태이고, 지금 기사 글을 쓰기 전까지 1시간동안 온찜질을 해 드렸다. 

그런데 '염좌'라는 것이 나을 듯 하면서도 조금만 무리를 하면 바로 붓기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다. 발을 무리하게 쓰시다가 만성통증으로 변해서 애를 먹으실까봐 걱정이다. 
이렇게 부모님 나이가 되면, 뼈도 더 잘 다치는 것 같다. 특히 뼈의 영양분들이 빠져 나가는 시기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젊은 사람들에 비해 순간적으로 다리에 힘이 풀리는 증상들도 더 자주 오기도 하며 하체의 근력 손실도 클 것이다. 

하루라도 빨리 부모님이 더 쇠약해지시기 전에 뼈에 좋은 영양제들을 많이 사다드려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 계기였고, 엄마가 완전하게 발목이 다 나으셔서 다시 등산을 하시기 전까지 나의 마음 속 한켠에 자리잡은 죄책감은 사라지지 않을듯 싶다.

연관 뉴스


추천 0
프린트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